돈 푸는 넷플릭스, '독 든 성배' 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넷플릭스, CJ ENM·JTBC와 드라마 공급 계약 맺고 '안정적 콘텐츠 확보' 나서
제작비 마련에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도 잡은 국내 사업자들...해외 자본 종속 가속화 우려도

ⓒ PD저널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국내 대형 콘텐츠 제작사·방송사와 잇따라 협력 강화에 나섰다.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려는 넷플릭스와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국내 사업자들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해석되지만, 해외 자본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1일 CJ ENM-스튜디오드래곤에 이어 25일 JTBC와 드라마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3년간 양사 드라마 20여 편을 공급받는다는 내용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일부를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과 같이 넷플릭스에만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1년에 7~8편 가량을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이 중 2~3편은 넷플릭스에서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국내 방송사에서 먼저 방송하고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는 방식이다.  

'디즈니 플러스' 등 다른 글로벌 OTT의 추격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는 아시아, 특히 한류 콘텐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한국이 만든 콘텐츠' 검색 컬렉션을 공개하고, 리드 헤이스팅스 CEO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콘텐츠 확보를 위해 투자와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1년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진출에 앞서 방어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CJ ENM-스튜디오드래곤과 JTBC도 콘텐츠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글로벌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의 실익이 크다고 보고 있다. 

넷플릭스와의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10% 가까이 뛰었고, JTBC 드라마의 모든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제이콘텐트리의 목표주가도 상향됐다.

스튜디오드래곤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을 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한 회사'라는 레퍼런스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JTBC는 "글로벌 프로덕션 하우스를 지향하며 해외시장 개척 및 양질의 콘텐트 제작에 매진 중인 JTBC에 큰 활력소가 됐다"고 자평했다.

25일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서울 JTBC 사옥을 찾아 홍정도 사장과 면담했다. ⓒ JTBC
25일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서울 JTBC 사옥을 찾아 홍정도 사장과 면담했다. ⓒ JTBC

CJ ENM과 JTBC 간 합작 OTT 설립이 늦어지면서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당초 양사는 CJ ENM의 OTT 서비스인 '티빙'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합작 OTT 법인을 내년 초까지 설립하겠다고 밝혔으나, 2019년을 한 달가량 남겨둔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내년 초'는 목표에 가까웠던 게 아닌가 싶다"며 "지상파 3사의 OTT '웨이브'를 견제해야 한다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손을 잡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큰 전략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를 발판으로 삼은 글로벌 진출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콘텐츠를 선보이게 되면 그건 '한류 콘텐츠'가 아니라 '넷플릭스 콘텐츠'에 지나지 않게 된다"며 "당장은 이익이 될지 몰라도, '한류 콘텐츠'라는 주도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라서 장기적으론 손해"라고 꼬집었다.

최근 넷플릭스의 세계 진출 현황을 분석한 책 <넷플릭소노믹스>를 쓰기도 한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도 "두 기업에겐 이익이 되겠지만 한국 시장 전체로 봤을 때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넷플릭스에 의존하게 되면) 자체 동력이 없이는 한국 OTT 시장이 충분히 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상파는 넷플릭스와 든든한 돈줄을 확보한 경쟁 사업자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이번 계약을 이유로 (지상파 콘텐츠를) 배제하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제작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편성 라인업에 들어온 작품이라도 '돈을 더 주겠다'고 하면 바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어 드라마 시장의 자본 종속이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