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방송 노동자들, 유료방송 품은 통신사에 '콘텐츠분담금' 요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료방송 시장 재편 주도한 통신재벌에 '사회적 책임' 촉구
'지역콘텐츠진흥분담금'(가칭) 조성 제안..."사회적 대화기구 통해 합의하자"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지역방송·SO 노동자 등이 모여 '통신재벌은 지역방송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서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PD저널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지역방송·SO 노동자 등이 모여 '통신재벌은 지역방송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서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은 가운데 지역 지상파방송사·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마을공동체미디어 노동자들이 손을 잡고 지역방송을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와 통신사에 촉구했다.

이들은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의 위기를 극복해야 할 지역방송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고, 이제는 완전히 삭제될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통신재벌의 바람대로, 또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인수합병이 이루어진다면 방송생태계는 재벌이 장악한 방송플랫폼이 콘텐츠시장을 통제할 것이고, 이른바 '수익성 떨어지는' 콘텐츠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통신사들이 주도하는 인수합병을 모두 허가할 경우 통신 3사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또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역 케이블방송의 점유율은 42.67%에서 20.46%으로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지난 5월부터 167개 시민사회단체들은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나쁜 인수합병 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통신사 중심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되면 방송의 지역성·공공성 약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럼에도 별다른 보완책 없이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급물살을 타자 지역에서 풀뿌리 방송을 일궈온 노동자들이 손을 잡은 것이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그동안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았던 지역 지상파 방송 노동자와 케이블 방송 노동자들, 마을공동체미디어 구성원들이 연대해 공동행동을 선포하는 날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함께 연대해 통신사업자들이 지역에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이들은 '지역콘텐츠진흥분담금'(가칭) 조성을 요구했다. 통신사가 유료방송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부를 방송의 공공성을 살리는 데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인수하면 5년간 지역채널에 49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3조 8천억원에 이르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콘텐츠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라는 지적이다.

고차원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은 "지금의 정책은 너무나도 느슨하고 관대한 데다, 어찌 보면 '자본의 편'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사업자 편익 위주"라며 "우리가 공동으로 요구하는 건 지난 10여년 사이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통신사업자가 그 이익의 일부를 공공성·지역성 책무를 이행하는 지역방송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들은 기금 조성을 포함한 지역방송과 통신사 간의 상생협력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오정훈 위원장은 "통신사업자나 시민사회단체, 현업 종사자들, 정부 부처 등의 주체들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합의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며 "2차적으로는 통신사업자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어떻게 부과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 토론, 대안 마련 등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고차원 공동의장도 "아직 통신사업자나 방송통신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최근 인수 승인을 받은 업체(LG유플러스)는 이후 재허가 승인 때,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SK브로드밴드)는 사전 심사에서 각각 1000억 원씩을 종자돈으로 투자하고, 이후 연간 100억 원씩 10년간 분담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