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산업 쥐락펴락하는 ‘팬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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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산업 쥐락펴락하는 ‘팬슈머’
아이돌 산업에서 태동한 팬슈머, SNS 통해 영향력 확대
자기 일처럼 홍보한 아이돌 잘못했을 땐 가차 없이 등 돌려...‘크라우드 펀딩’·‘상품 개발‘ 성공 이끌기도
  • 안정문 KBS한류투자파트너스 대표
  • 승인 2019.12.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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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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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안정문 KBS한류투자파트너스 대표] 최근 직접 투자나 제조에 참여해 자신의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내거나 키우는 소비자, ‘팬슈머’가 주목을 받고 있다. 

팬슈머는 팬(fan)이자 소비자(consumer)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소비자이다. 팬슈머는 상품의 생애주기 전체에 직접 관여하는 소비자로 ‘내가 키운다’ 또는 ‘내가 키웠다’는 뿌듯함으로 지지하고 구매한다. 동시에 정서적 또는 재무적 투자에 비례해 간섭하고 견제도 마다하지 않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팬슈머의 등장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경험(experience)으로 진화하다가 이제 관여(engagement)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팬슈머는 아이돌 산업을 요람으로 태동해 모바일 소셜미디어(SNS) 환경 속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더욱이 명분 있는 소신 소비를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와 만나며 스마트한 소비자, 즉 팬슈머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투자가 주식시장에서 전체적인 기업 가치 상승이나 시세 차익, 즉 재무적 관점에서 접근하던 것과 달리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클라우드 펀딩은 팬슈머의 특성에 최적화된 투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업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관심이 있고 지지하는 사업 아이템에 직접 투자한다. 팬슈머는 이를 통해 세상에 없던 물건이 만들어지는 데 힘을 보탠다는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투자 수익과 다양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트렌드 분석가인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크라우드 펀딩은 미래를 파는 것이고, 크라우드 펀딩은 가능성을 팔고 사는 가상의 무대이자, 개발자와 후원자가 소통하고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작업이다.”  

미국은 이미 팬슈머들이 후원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와디즈가 대표적이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 역시 2018년 1800억에서 올해 3600억으로 2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례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국내 수입과 개봉에 투자한 팬슈머는 41.2%의 투자수익을 거두어 크라우트 펀딩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기업들은 이전에도 브랜드와 자사 제품에 대한 팬덤 형성을 위해 서포터를 모집하고 활동을 지원해왔다. 이렇게 형성된 팬덤이 홍보 효과는 물론이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락인 효과(소비자가 일단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서포터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팬슈머로 상품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뷰티 커뮤니티 앱인 ‘우화만’은 소비자가 제안하는 화장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1800개가 넘는다. 아이디어 콘테스트 수상작인 ‘마더파더 타월’은 실제 제품화되어 해당 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수익금 일부(최대 3%)가 제안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식음료 업계는 특히 팬슈머의 의견을 제품 개발과 판매에 반영하는데 적극적이다. 소비자들의 투표에 따라 다시 내놓은 롯데리아 오징어 버거는 재출시 20일 만에 250만 개가 판매되며 일부 점포에서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팬슈머는 피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의 개발 자산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새로운 관계를 상징하는 현상이 되고 있다. 

'프로듀스X101' 팬들이 탈락 출연자들로 그룹을 구성해 홍보하고 모금활동까지 벌인 '바이나인'
'프로듀스X101' 팬들이 탈락 출연자들로 그룹을 구성해 홍보하고 모금활동까지 벌인 '바이나인'

팬슈머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인플루언서를 포함한 연예산업이다. 팬의 열정으로 움직이는 산업적 특성 때문이다. 연예산업의 팬슈머들은 아이돌 등을 발굴해 성공하기까지 높은 구매력(콘서트 관람, 음반 구매 등)으로 지지하고 SNS 등을 통해 자기 일처럼 홍보한다. 반면, 애정을 쏟은 대상이 잘못했을 때는 가차 없이 지적하고 등을 돌리는 모습도 보여준다. 

투표 조작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프로듀스×101>의 탈락자로 구성된 가상의 그룹 바이나인은 팬들이 직접 로고를 제작, 1억원 모금 후 홍보해주기도 했다. 81만명의 팔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임블리의 호박즙 곰팡이 사태는 임지현(임블리) 상무의 사퇴와 수많은 안티계정 개설로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불기도 했다. 

이와 같은 오늘날 팬슈머의 팬덤의 특징에 대해 <팬덤 3.0>의 저자 신윤희는 과거처럼 무작정 동경하고 무한한 애정을 주는 ‘빠순이’들이 아닌 거래하고 관리하는 애정의 팬덤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팬슈머는 일반산업은 물론이고 연예산업에 이르기까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개발과 출시에 직접 관여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능동적 소비자의 등장은 이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예견한 바 있다. 그는 ‘프로듀서(Producer, 생산자)’와 컨슈머(Consumer, 소비자)’의 합성어로 프로슈머(Prosumer)를 제시하며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 즉 생산적 소비자를 미래의 소비자의 모습으로 전망한 바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은 민주적 시장질서가 강화되고 시민사회가 성숙할수록 거스르기 힘든 트렌드로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기업은 물론이고 소비자인 개인도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투자·사업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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