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력 앞세운 통신재벌·글로벌 OTT 공세...치열해진 생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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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력 앞세운 통신재벌·글로벌 OTT 공세...치열해진 생존 경쟁
[2019년 방송산업 결산] 유료방송 인수합병 나선 통신사, 공공성 위축 우려
글로벌 OTT 공세 맞서 국내 사업자 '합종연횡'...종편 '특혜 회수' 가시화·자본금 편법 충당 혐의 드러난 MBN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12.2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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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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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빨랐던 한 해였다. OTT를 비롯한 유료방송 시장은 사업자간 합종연횡이 거듭되면서 무한 경쟁의 서막이 올랐고, 전통적인 방송 시장은 뉴미디어의 공세 속에서 생존 투쟁을 이어갔다. MBN은 2011년 설립 당시 제기된 의혹의 실체가 올해 드러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19년 한 해 동안의 방송 산업의 흐름을 정리해 봤다.

통신사 주도 유료방송 재편...방송 공공성 약화 우려도

올해 통신사 주도의 케이블TV 인수·합병이 급물살을 타면서 유료방송 시장은 그야말로 격변기를 맞았다. 포문을 연 건 LG유플러스다. 연초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 헬로 인수를 공식화한 LG유플러스는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내며 유료방송 2위 사업자로 등극했다. 그 뒤를 이어 진행된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업계에서는 2020년엔 통신사 발 유료방송 재편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유지로 정책 방향을 잡으면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뛰어들지 못했던 1위 사업자 KT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논리를 앞세운 통신사들의 '땅따먹기식' 유료방송 인수·합병전이 방송의 지역성과 공공성을 약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지난 17일 지역 지상파방송사·케이블TV·마을공동체미디어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재벌의 바람대로, 또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인수합병이 이루어진다면 방송생태계는 재벌이 장악한 방송플랫폼이 콘텐츠시장을 통제할 것이고, 이른바 '수익성 떨어지는' 콘텐츠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80%에 육박하는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갖게 되는 통신사들에 대한 사회적 책무 부과를 요구한 가운데, 내년에는 이와 관련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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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도 아군도 없는 'OTT 대전'

미디어산업의 '새판 짜기'는 유료방송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불이 붙은 OTT 시장 경쟁은 올해 더욱 심화됐다.

특히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사업자의 등장으로 그동안 주도권 싸움을 벌이던 국내 사업자들이 손을 잡기 시작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각각 운영하고 있던 OTT 서비스인 '푹'과 '옥수수'를 합쳐 지난 9월 통합 OTT인 '웨이브'의 닻을 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연합에 합류하지 않은 JTBC와 CJ ENM도 CJ ENM의 OTT '티빙'을 토대로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 진출한 지 약 3년 만에 유료가입자 수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는 넷플릭스도 영향력을 키우는 데 박차를 가했다. 지난 11월 넷플릭스는 CJ ENM에 이어 JTBC와 잇따라 다년간의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한 가운데 발 빠르게 콘텐츠를 선점해 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OTT에 실릴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각축전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의 지분을 갖고 있는 지상파 사업자들은 '웨이브'를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일 년에 두 편씩은 넷플릭스에도 신작을 공급할 수 있다는 '쿼터제'를 요소요소에 활용하는 양동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CJ ENM과 JTBC도 넷플릭스와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며 실리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CJ ENM의 스튜디오드래곤과 같이 제작을 전담하는 스튜디오 설립이 줄을 이은 것도 특기할 만하다. 종합콘텐츠기업을 표방한 카카오M은 공효진·이병헌·김태리 등 톱스타들을 비롯해 지상파 출신 PD들을 대거 흡수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BS 역시 내년 초를 목표로 드라마본부를 분사해 스튜디오를 설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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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의 악전고투

'레거시 미디어'로 분류되는 지상파 방송사들도 2019년 한 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분주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기존의 틀을 깬 파격적인 편성이다. SBS는 지난 2월부터 금토드라마를 신설했고, MBC는 지난 5월을 시작으로 그동안 오후 10시대에 방영되어 오던 드라마를 오후 9시대로 앞당겨 편성했다. 뿐만 아니라 월화드라마를 잠정 중단하거나(KBS·MBC), 월화/수목드라마를 '퐁당퐁당' 편성하는(SBS) 시도도 선보였다.

경영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제작비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용자들의 시청 패턴 변화를 반영하고 각 방송사 간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이제는 '지상파의 숙원사업'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해진, 지상파 중간광고 재도입은 올해도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축소 일로를 걷는 지상파 광고시장에서 중간광고 재도입은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방책으로 여겨졌지만, 재도입 논의가 2년째 지지부진하자 지상파는 '편법 중간광고'라는 비판에도 PCM을 늘려가는 추세다.

지난 4월 SBS는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미운 우리 새끼>를 3부로 쪼개 방송하기 시작했다. 10월 방영된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도 한 편당 20분씩, 3부 연속 편성하는 방식으로 PCM을 확대했다. EBS도 올해 처음으로 PCM을 도입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PCM를 도입한 지상파 프로그램은 2017년 37개에서 지난 9월 기준 72개로 약 2배 늘었다.

종편 4사 로고
종편 4사 로고

승승장구하던 종편, 잇따른 '특혜 회수' 

4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특혜 환수' 작업도 올해 가시화했다.

지난해 종편의 방송발전기금 징수율을 높이고 외주편성 비율을 의무적으로 부과한 방통위는 올 초부터 의무재전송 폐지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2011년 개국 초기엔 신생 채널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종편을 의무재전송 대상에 포함했지만, 종편의 채널경쟁력이 생긴 뒤에도 제외하지 않아 과도한 특혜 부여라는 비판을 받았다. 

종편 4사가 의무재전송 대상에서 빠지면서 이제 의무재전송 채널은 KBS1, EBS, 보도채널, 공익채널 등 최소 15개로 축소된다. 의무재전송 대상에서 빠진 종편이 내년부터 유료방송과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콘텐츠 영향력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가 낮다는 종편의 입장과 성장세 둔화를 호소하는 유료방송의 입장이 부딪힐 경우, 협상이 장기화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종편이 출범 이후 줄곧 '의혹'으로만 남았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 역시 올해 방송 산업에서 벌어진 큰 사건이었다. 먼저 차명대출 의혹을 받은 MBN은 지난 10월 초유의 압수수색 사태를 맞았고, 결국 MBN 법인과 일부 경영진은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와 별도로 방통위가 MBN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의뢰한 수사도 결과에 따라 종편 시장의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불법성이 인정되면 방송을 일시 중단할 수도 있고, 정도가 아주 심하다 할 경우엔 최초 승인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언론시민단체는 TV조선과 채널A를 두고도 비슷한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의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내년 4월에 TV조선과 채널A이, 11월에 JTBC와 MBN이 순차적으로 재승인 심사를 앞둔 가운데, 방통위는 국민의 질문을 받아 이를 재승인 심사 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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