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건 없어도 박진감 넘치는 '검사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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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 '직장인 검사'가 해결해 나가는 민생사건들 '흥미진진'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 현장사진.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 사진.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특이한 드라마다. 드라마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등장한 직업군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검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간 우리가 봐왔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검사의 면면을 볼 수 있어서다.

드라마 속 검사들의 모습은 두 가지로 각인되어 있다. 정의를 구현하는 영웅이거나 자본과 결탁한 적폐. 비리 검사들과 그들을 청산하고 조직을 개혁하려는 검사의 대결을 다룬 <비밀의 숲>이 대표적이다.  

다소 극화된 검사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만큼 거대한 사건들로 채워진다. 드라마 속 검사들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비밀의 숲>의 황시목(조승우)만 봐도 그는 어린 시절 뇌수술로 인해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이성적인 판단만으로 검찰 개혁을 해나간다. 

<검사내전>에는 이런 검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선웅(이선균) 검사와 진영지청장 김인주(정재성)가 군부대 지역으로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낚시를 하면서 시작하는 이 드라마의 첫 에피소드는 저들이 검사인가 한량인가를 의심하게 만든다. 달빛 아래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윤선도의 시조를 읊는 그 모습은 우리가 봐왔던 검사와는 사뭇 다르다.

이선웅이 있는 진영지청 형사2부 사람들은 샐러리맨처럼 출근하고 퇴근해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근본적으로는 이들이 일하는 진영지청이라는 곳 자체가 신임 검찰총장조차 찾는 걸 깜박 잊을 정도로 외딴 지역이다. 그래서 이 곳으로 발령받아오는 검사들은 스스로 ‘좌천’됐다 생각한다.

물론 새로 이 곳으로 오게 된 차명주(정려원)는 어떻게든 다시 서울로 올라가려 안간힘을 쓰지만 형사2부 사람들은 조민호(이성재) 부장검사를 비롯해 14년차 검사 홍종학(김광규)은 물론이고, 젊은 검사들도 그다지 큰 욕망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이런 차이 때문인지 차명주와 그 곳에 적응해 살아가는 이선웅 검사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차명주가 그저 사건을 사건으로만 보고 처리하는 데 반해, 이선웅은 사건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본다. 차명주는 기계적인 사건 처리에 상처 입는 사람들을 보지 못한 반면, 이선웅은 지나치게 사람을 들여다봄으로써 때론 영악한 사기꾼들에게 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검사라는 직업을 다르게 바라보면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우리가 TV 뉴스에 등장하는 거대한 사건들(때론 게이트라고 불리는)만을 주목하다 놓친, 무수히 많은 서민이 겪는 작은 사건들이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거대 사건들과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당하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똑같이 큰 사건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예를 들어 200만 원 굿 값을 받고 굿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소된 무속인 사건은 TV 뉴스에 등장하는 수천억 짜리 사건과 비교하면 작은 사건이지만 그래도 훨씬 더 현실적인 사건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 드라마에도 전국구 연쇄 사기범 사건 같은 거대한 사건이 등장하지만 이를 다루는 방식은 다르다. 비장하고 영웅적인 검사들의 성과가 아니라 형사2부 사람들의 일상들이 얽히고 차명주의 냉철함과 이선웅의 엉뚱한 섬세함이 결합해 이뤄낸 의외의 쾌거(?)로 그려진다. 

<검사내전>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몇몇 욕망 검사들의 이야기가 마치 전부인 양 그려왔던 걸 뒤집어 소소하게 살아가는 검사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런데 이 소소함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어찌 보면 드라마들조차 거대한 저들의 사건에 몰두함으로써 소외시키곤 했던 민생 사건들을 <검사내전>이 다루고 있어서다. 혜민 스님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했던가. 그런 의미에서 <검사내전>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힘을 빼니 비로소 진짜 사건들이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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