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릭스’,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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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협하는 '프릭스'의 출현으로 공포에 빠진 도시
통제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7살 소녀의 운명은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프릭스' 스틸컷.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프릭스' 스틸컷.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7살 꼬마 소녀 클로이는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빠는 늘 클로이에게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당부한다.

어느 날 귓가에 울리는 음악 소리에 클로이는 금기를 깨고 몰래 창문의 커튼을 들춘다. 눈앞에는 환하게 쏟아지는 햇살 아래 색색의 아이스크림이 그려진 차가 서 있고 한 소녀가 막 아이스크림을 사고 있다. 

“하퍼, 쵸코 아이스크림 가져다 줘. 제발”이라고 중얼거린 클로이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소녀는 클로이의 집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서 관객들은 첫 장면부터 느끼던 이질감이 증폭됨을 느끼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 되는 거지. 

클로이가 사는 도시의 곳곳에는 피눈물 한 방울이 매달린 눈 그림 표지판이 서 있다. ‘조심하세요. 그들은 우리와 똑같이 생겼습니다’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영화를 보는 관객은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이종의 침입 혹은 공격이 있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전에 봤던 영화의 전개방식과 다르게 시작하는 영화는 물음표를 금세 마침표로 바꾼다. 뭔가 모를 공포에 휩싸여 외부세계를 차단한 아빠와 클로이가 실은 우리와 같은 인류가 아니라 표지판에서 경고하고 있는 ‘다른 종’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프릭스>는 일면 <엑스맨>과 닮아 있다. 신인류라고 해야 할까, 원인은 알 수 없고 기원도 알 수 없지만 현인류와 다르게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공포를 느끼고 그들을 격리하고 처리하려 한다.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기이하고 놀라운 능력을 가진 그들이 우리를 절멸시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클로이와 그의 부모 그리고 외할아버지는 모두 이질적인 존재들이다. 특히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클로이의 엄마는 지금 산에 갇혀 있다. 클로이를 ‘정상적인’ 아이처럼 키우고 싶어하는 클로이의 아빠는 딸을 이웃의 누군가에게 위탁하려 한다.  

특별한 존재에 대한 공포 그리고 인간들의 적대감은 신선하거나 낯선 요소가 아니다. 결국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의 문제인데 <프릭스>는 여태껏 보아왔던 혹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프릭스>는 어느 지점에서 인상적이다. 바로 클로이 때문인데, 시작부터 클로이는 끊임없이 엄마에 대한 갈증을 나타낸다. 아빠에겐 애정이 별로 없어 보이고, 부재한 엄마에게 큰 그리움을 갖는다. 그리고 엄마와 있고 싶다는 클로이의 간절한 마음이 극을 전개시키는 동력이 된다. 

또 하나, 이제 갓 7살인 클로이는 그 누구보다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직 발현되지 않은 그리고 스스로 통제하거나 알아차릴 수 없는 능력이 아빠와 외할아버지의 존재와 일련의 사건들로 터져 나오는데, 제 기분이나 마음대로 주어진 능력을 극대화하는 아이의 모습은 일면 공포스럽다. 그런 면에서 7살 클로이는 실로 두려운 존재가 되어 버린다. 

마크 피셔의 문화비평서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에서 으스스함이란 기대한 것이 없을 때의 부재 또는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은 것의 존재에서 나타난다. 그런 면에서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못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클로이는 타인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콘트롤하지 못하는 힘의 무서움을 <프릭스> 어린 소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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