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 성패 여기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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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능 성패 여기서 갈린다 
‘놀면 뭐하니’‧‘자이언트 펭tv’ 등 온라인-오프라인 유기적 결합이 관건
유튜브‧SNS 이용자들 관심사‧취향 다양...흥행 방정식 바뀌는 방송가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20.01.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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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방송된 MBC '설에 놀면 뭐하니-산슬이어라'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25일 방송된 MBC '설에 놀면 뭐하니-산슬이어라' 방송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예능의 흥행 방정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전히 리얼 버라이어티와 관찰 예능 포맷이 주요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콘텐츠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제작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에는 완결성 있는 기획력과 출연자의 스타성에 따라 예능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렸다. 최근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프로그램의 흥행 방정식도 다변화하는 모양새다. OTT 서비스 이용이 콘텐츠 이용자의 반응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콘텐츠에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MBC <놀면 뭐하니?>의 캐릭터쇼를 들 수 있다. <놀면 뭐하니?>는 유튜브를 기반으로 둔 ‘릴레이 카메라’로 첫 물꼬를 트며 기존 방송 문법에서 탈피했다. 유재석은 ‘유고스타’, ‘유산슬’, ‘라섹’ 등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 중이다. 특히 국민 MC 유재석이 트로트 신인 ‘유산슬’로 변신하며 겪는 정체성 혼란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 결과 ‘본캐’인 유재석은 2019년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부캐’(부캐릭터)인 유산슬은 신인상을 타는 등 대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이변을 일으켰다.

제작 관행에서 벗어나 온·오프라인 확장성을 모색한 게 주효했다. 그 결과 <놀면 뭐하니>는 TV 방송보다 온라인 영상, 오프라인 콘서트, 타 방송사와의 협업에 집중하면서 화제성까지 확보했다.

단숨에 슈퍼스타가 된 펭수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남극에서 온 10살 펭귄이자 EBS 연습생인 펭수가 스타 반열에 오른 스토리는 그 자체로 극적이다. 지난해 6월 구독자 수 1만 명을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펭수는 반년 만에 2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펭수는 지난해 제야의 종을 울리는 타종 행사에 시민이 뽑은 타종 인사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시민대표로 뽑힐 정도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각 방송사에서 러브콜이 줄을 이어면서 펭수는  MBC<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SBS<정글의 법칙>, JTBC<아는 형님>를 비롯해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며 ‘방송 대통합’(?)이라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JTBC가 '양준일 팬덤'에 힘입어 지난 16일, 23일 2부작으로 편성한 '특집 슈가맨, 양준일 91 19'.
JTBC가 '양준일 신드롬'에 힘입어 지난 16일, 23일 2부작으로 편성한 '특집 슈가맨, 양준일 91 19'.

자신도 모르게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역주행’ 신화를 일군 인물도 있다. 배우 김응수다. 지난 2006년 상영된 영화 <타짜>에서 조폭 곽철용으로 분한 그의 연기와 대사는 누리꾼 사이에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으며 화제 몰이를 했다. 누리꾼들은 “묻고 더블로 가”, “순정이 있다” 등의 대사를 짤방으로 만들었고, 입소문을 타면서 유행어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해 tvN<코미디 빅리그>에서는 곽철용 캐릭터를 패러디한 코너 ‘ ‘타짜: 깡패PD 곽철용’을 내보낸 데 28일(오늘) 방영되는 KBS <스탠드업>에서는 배우 김응수를 첫 초대 손님으로 섭외해 곽철용 스토리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가수 양준일도 지난해 JTBC<슈가맨3>에 출연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신드롬은 방송 전부터 예견됐다. 방송사들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1990년대 방송된 음악방송을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보내며 30~40대의 추억을 소환했고, 이른바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양준일은 ‘탑골 지디’라고 불리며 큰 호응을 얻었다. 당대 반짝했다가 사라진 이를 향한 궁금증, 시대를 앞선 화려한 퍼포먼스와 패션 감각은 젊은층까지 사로잡았다.

이러한 반응을 감지한 <슈가맨3> 제작진은 어렵사리 양준일을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JTBC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례적으로 지난 16일과 23일에는 팬미팅 현장을 담아낸 <슈가맨 양준일 91.19>를 2부작 특집을 편성해 내보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온라인에서 화제성을 장악한 이들을 TV 프로그램에 모시는 현상이 눈에 띄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화제성을 낳는 플랫폼이 레거시 미디어에서 모바일 미디어로 옮겨갔음을 시사한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개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는 동시에 다양한 관심사와 정체성을 갖는다. 이를 온라인상 놀이문화로만 치부하기엔 ‘취향 공동체’, ‘유희 공동체’의 결속력은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독보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을 가진 펭수, 유산슬, 양준일의 인기가 팬덤을 형성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앞으로 방송사들이 온라인상 화제성을 따라가는 데 그칠지,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콘텐츠를 변주하며 입지를 다질지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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