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논란 끝에 KBS '거리의 만찬' 하차...시즌2 원점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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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진행자 전원 교체에 시청자들 '프로그램 정체성과 맞지 않아' 거센 반발
.제작진 "12일 예정된 기자간담회 취소"...KBS 시청자위원회, '진행자 교체 우려' 의견 전달

KBS '거리의 만찬'을 진행해 오던 가수 양희은, 방송인 박미선, 가수 이지혜(왼쪽부터) ⓒ KBS
KBS '거리의 만찬'을 진행해 오던 가수 양희은, 방송인 박미선, 가수 이지혜(왼쪽부터) ⓒ KBS

[PD저널=이미나 기자]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진행자로 발탁한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하차한 KBS <거리의 만찬> 시즌2의 방송이 결국 무기한 연기됐다. 

시즌1을 진행해 오던 여성 진행자 3인의 교체를 반대하는 KBS 시청자 청원이 1만 명을 돌파하는 등 '달라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내린 결정이다.

이내규 <거리의 만찬> CP는 6일 통화에서 "(시즌2 진행을 맡기로 했던) 김용민이 하차 의사를 밝혀 왔고, 제작진과 협의 끝에 하차키로 했다"며 "12일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는 취소하고, 향후 프로그램과 관련한 사항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리의 만찬> 제작진은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모든 의견들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한 자세로 임하겠다"며 "<거리의 만찬>에 보내주신 관심과 비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시즌2 제작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다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KBS 시청자위원회도 특별위원회를 열어 <거리의 만찬> 제작진과 진행자 교체 건을 논의했다. 이창현 시청자위원회 위원장(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은 "<거리의 만찬>과 관련한 시청자의 깊은 우려를 (제작진과) 공유했다"며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제작진의 의사결정 과정을 파악했고, '큰 문제제기에 직면한 이상 시청자의 기대와 우려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 자리에서 김용민의 자진 하차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현 위원장은 "늦었지만 자진 하차 의사를 밝힌 것은 수용하고, 향후 프로그램을 재개할 땐 (프로그램이 갖고 있던) 인권감수성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진행자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주길 바란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거리의 만찬>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한 차례 방영된 뒤 지난 2018년 11월 '더 이상 시사는 아저씨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를 기치로 내걸며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이다. 당초 방송인 박미선, 김지윤 정치학 박사, 김소영 아나운서 3인 체제로 진행됐다 최근까지는 박미선을 주축으로 가수 양희은과 이지혜가 프로그램을 이끌어 왔다.

기존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구도인 만큼 <거리의 만찬>은 여성 진행자들이 여러 사회적 약자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을 다수 수상한 것은 물론,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양성평등 미디어상' 우수상을 받는 등 방송계 안팎의 호평도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시즌1을 종료하고 진행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시청자들은 여성 진행자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소수자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던 <거리의 만찬>이 남성들을 새 진행자로 내세운 데다, 특히 그 중 한 명이 과거 여성혐오 언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김용민이라는 데 거세게 반발했다.

여기에 최근 여성을 '테스트 베드' 격으로 기용했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뒤 남성을 중용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이 일면서 <거리의 만찬>도 그와 같은 궤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왔다. 

'진행자 교체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KBS 시청자 청원이 1만 명을 넘길 무렵, 진행자였던 양희은이 "자리에서 잘렸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불이 붙었다. 당초 '진행자 교체는 없다'며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진행자 교체 이유와 과정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던 제작진은 결국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게 됐다.

이날 김용민은 제작진에 하차 의사를 전달한 뒤 SNS에 "존경하는 양희은 선생께서 <거리의 만찬>에서 하차한 과정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내가 이어받을 수 없는 법"이라고 밝혔다. 이창현 위원장은 "(제작진이) 이렇게까지 큰 반발이 있을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며 "<거리의 만찬>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가 이렇게 컸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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