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학 PD 동생 "청주방송, 불법행위 책임지고 사죄해야"
상태바
故 이재학 PD 동생 "청주방송, 불법행위 책임지고 사죄해야"
故 이재학 PD 유족 국회서 기자회견...추혜선 의원 "방통위와 고용노동부, 할 수 있는 일 다 해야"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2.12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주방송에서 14여 년간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재학 PD의 근로자지위 인정 촉구 및 청주방송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추 의원의 왼쪽 편에 선 이는 이 PD의 동생 이대로 씨다. ⓒ 뉴시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주방송에서 14여 년간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재학 PD의 근로자지위 인정 촉구 및 청주방송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추 의원의 왼쪽 편에 선 이가 이 PD의 동생 이대로 씨다.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故 이재학 PD의 누나·동생 등 유족들이 이 PD의 뜻을 이어 청주방송을 비롯한 방송계의 불합리한 구조와 맞서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족들은 또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등 관계 부처에도 특별 근로감독 실시 및 비정규직 실태파악 조사 등 적극적 대처를 요구했다.

이재학 PD의 유족들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방송에 故 이재학 PD의 명예회복과 진정성 있는 사과, 관련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 재발방지 대책 등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이와 함께 (정부 부처에) 방송계에서 일명 프리랜서라는 명목 하에 행해지는 비정상적인 불법노동착취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밝힐 수 있도록 건의하고,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함께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이재학 PD는 '억울하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채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지난 2018년 청주방송에서 자신과 함께 일하던 스태프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뒤 해고된 그는 약 1년 6개월간의 법적 다툼을 이어오다 최근 1심 패소 판결을 받고 항소한 상태였다.

이 PD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 방송계 비정규직 스태프를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유족들이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선 것이다. 

유족 대표로 발언에 나선 이 PD의 동생 이대로 씨(37)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잘못되었는지 직접 보고, 묻고, 들으며 이곳까지 와 보니 형이 얼마나 억울하고 고통스러워했을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며 "약 14년간 프리랜서 PD라는 그럴싸한 이름 아래 주어진 노동에 비해, 고인이 된 저희 형 이재학 PD가 받은 대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비상식적이었다"고 말했다.

청주방송을 향해서도 "청주 지역사회에서 마치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청주방송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형적인 사조직화가 되어 있다"며 "회사의 근로감독·지휘 하에 업무를 수행해 온 중요한 노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청주방송은 그들이 PD라고 불러왔던 형의 14년을 이제 와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형의 뜻을 이어받아 단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한 이대로 씨는 이재학 PD의 사망에 얽힌 진상조사를 계기로 그간 청주방송 안팎에서 제기돼왔던 의혹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이재학 PD 역시 자신의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써준 동료들이 회사의 회유와 협박을 받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취지의 말도 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씨는 또 "청주방송이 겁도 없이 행해 온 위증·직원에 대한 갑질·압박·회유 등의 수많은 불법 행위와 나아가서는 비상식적인 자회사·외주개발사 운영 및 직원 운영 행태 등의 모든 불법 사항들에 대한 책임을 정확히 묻겠다"며 "엄중한 법적·도덕적 책임 역시 물어 연루된 단 한명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학 PD의 법률대리인 이용우 변호사, 추혜선 정의당 의원,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 이사장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청주방송이 공동 진상조사를 약속하고도 이 PD가 해고되기 전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받은 노무 컨설팅 자료를 공유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대응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이용우 변호사는 1심 소송 과정에 이어 현재까지 청주방송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주지방법원 역시 청주방송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용우 변호사는 "법정에서 고인은 56개의 증거를, 회사는 단 12개의 증거만을 제출했음에도 고인의 주장은 외면됐다. 심지어 가장 핵심증거였던 동료들의 근무실태에 관한 절절한 진술서는 법정 나오지 않았단 이유만으로 배척된 반면 회사 간부들이 제출한 진술서는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증거로 인정됐다"며 "청주방송은 소송 과정에서 (이 PD의) 동료를 회유하고 협박했으며, 위증과 자료 제출 거부로 일관했고 법원은 이에 동조해 결국 (1심) 패소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진실 은폐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어제(11일)까지 이 PD의 해고 전 회사가 받은 노무 컨설팅 자료를 요구했는데, 자료 제출도 하지 않았고 연락조차 없다"며 "여전히 진실을 은폐하고 싶다는 속내를 분명히 확인한 것이지만, 지금이라도 (청주방송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PD를 비롯해 2016년 먼저 세상을 떠난 故 이한빛 CJ ENM PD에 이어 EBS의 '간접제작비' 관행을 폭로한 뒤 사고로 숨진 故 박환성·김광일 PD의 이름을 부르던 추혜선 의원은 "더 이상 어떤 목숨도 이렇게 잃을 수 없다"고 울먹였다.

추혜선 의원은 "청주방송은 고인이 바로잡고자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노동조건, 기형적인 방송구조를 이 기회에 바로잡을 수 있도록 진실한 태도로 공동조사에 임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와 방통위도 방송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특별근로감독부터 비정규직 실태조사까지 주어진 권한을 모두 사용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용관 한빛센터 이사장은 언론이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를 묵과해선 안 된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 이사장은 "방송계 노동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특히 방송이 보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재학 PD 사건 역시 주요 방송 대부분이 보도하지 않았다"며 "'제 가족 감싸기'를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고 고칠 것은 고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성덕 청주방송 사장은 오는 13일 예정된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대전·충청지역 방송사 사장 간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당초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던 이성덕 사장은 11일 오후 방통위에 입장을 바꿔 '참석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