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내세운 박성제 MBC 사장 내정자 “패배주의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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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사장 이어 해직자 출신 두 번째 사장...24일 주총에서 선임 의결
"'적폐 청산'은 완성...이젠 조직 분위기 바꿔야" 강조...디지털 본부 신설·시청자위원회 확대 등 공약

22일 MBC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에서 경영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박성제 내정자 ⓒ MBC
22일 MBC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에서 경영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박성제 내정자 ⓒ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박성제 전 MBC 보도국장이 차기 MBC 사장으로 내정됐다.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은 22일 최종 후보자에 올랐던 박성제·박태경·홍순관(가나다 순)에 대한 정책발표 청취와 최종면접을 마친 뒤 결선투표에서 과반 득표한 박성제 전 국장을 새 MBC 사장 내정자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사장 내정자는 오는 24일 오전 주주총회를 거쳐 사장으로 선임된다. 임기는 임명일로부터 3년이다.

1993년 기자로 입사한 박성제 내정자는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총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뒤 지난 2017년 말 최승호 사장의 취임과 함께 복직했다. 2018년 MBC 보도국장에 임명된 뒤 MBC의 뉴스 경쟁력을 크게 회복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50대 중반인 박 내정자는 후보자들 중에 가장 젊은 후보였다.

2017년 최승호 사장이 선임될 당시 MBC의 최대 과제가 '적폐 청산' 이었다면 이번 사장 내정자에게는 현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전략을 세우는 역할이 요구됐다. 지난 2018년 1094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MBC는 2019년에도 900억 원대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방문진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파격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박 내정자를 선출한 것으로 보인다. 박성제 후보자는 앞서 출마를 선언하며 "이제 90년대 사번을 주축으로 바꿔볼 때도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세대교체론'을 전면에 앞세웠다.

이날 정책발표회에서도 박성제 내정자는 "최승호 현 사장 체제에서 이른바 '적폐 청산'은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본다. 이제 그 슬로건은 거둘 때가 됐다"며 '세대교체' '파격적 혁신'을 다시 한 번 내세웠다. 박 내정자는 이날 MBC 사장의 최우선 과제에 대한 질문에 "조직 분위기를 바꾸는 게 급선무"라며 "부문 간 벽을 허물고, 그동안의 패배주의를 벗어던져야 한다. '세대교체'라는 핵심 의제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박 내정자는 "제가 사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인력 노후화 문제가 해결되리라 본다. 후배들의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경영진의 경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능력 있는 선배들을 모시겠다. 선배들도 '후배들의 짐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함께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내정자는 이날 자신의 핵심 공약으로 디지털 전략 전담 부서인 '디지털 넥스트' 본부(가칭) 신설과 사장 직속 신사업 TF 신설을 내세웠다.

박성제 내정자는 "현재 MBC 내 디지털 관련 부서는 7~8개로 흩어져 있다. 이를 하나로 묶어 '디지털 넥스트' 본부를 신설하고, 구성원을 모아 MBC에서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부서로 육성하겠다"며 "신사업 TF는 전 세계 전문가들을 만나고 시장을 조사해 새롭게 도전할 사업 분야를 개척할 부서"라고 말했다.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현재 MBC가 겪고 있는 비대칭 규제도 해소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청자위원회를 MBC 국민소통센터로 확대 개편한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방송 산업에서 방송사 주도의 드라마 스튜디오 신설이 가속화되어 가는 가운데 MBC 드라마본부 차원의 스튜디오 설립에 관해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대신 내부 시스템 혁신을 통해 드라마 제작의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방침이다. 박 내정자는 "스튜디오 설립은 신중해야 한다. 대신 PD 중심 체제에서 드라마 프로듀싱팀 체제로 전환해 내부 역량을 먼저 세우겠다"며 "먼저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정책발표와 최종면접에서는 박성제 내정자의 보도국장 시절 발언과 보도를 두고 '편향성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MBC 보도국장 신분으로 출연하는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를 두고 박 내정자는 "저널리즘에 있어 제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면서도 "특정 언론이 이 문제로 계속 시비를 거는데, MBC 뉴스를 홍보하려 (타 방송에) 출연한 것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다만 MBC 내부에서도 '판단을 쉽게 한 것 같다'는 비판이 있어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후보자 시절 MBC의 관련 보도 역시 한쪽만을 대표했단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반론 취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검찰의 주장만을 받아쓰지 않았던 것이 괜찮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MBC의 뉴스 신뢰도도 올라갔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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