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왼손 경례 사진' 삭제한 방심위, 靑 눈치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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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합성 사진 이어 김정숙 여사 비난글까지 '사회적 혼란 야기'로 삭제
방심위 내부서도 "구체적 판단 근거 제시돼야" 지적

청와대는 5일 대통령의 왼팔 경례 사진은 과거 사진을 조작한 허위정보라고 밝혔다. ⓒ 청와대
청와대는 5일 대통령의 왼팔 경례 사진은 과거 사진을 조작한 허위정보라고 밝혔다. ⓒ 청와대

[PD저널=이미나 기자] 코로나19 '가짜뉴스' 집중 단속에 나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관련 통신심의 규정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 합성 사진, 김정숙 여사 비방 게시물까지 '삭제' 결정을 내리면서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사실과 동떨어진, 개연성 없는 정보가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매우 높다"며 코로나19 허위정보 중점 모니터링에 들어간 방심위는 3월부터 통신심의소위원회(이하 통신소위) 회의를 주2회에서 주3회로 확대해 코로나19 '가짜뉴스'를 심의하고 있다.

방심위가 코로나19 '가짜뉴스'에 적용하는 조항은 정보통신 심의규정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으로, 자의적인 심의가 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조항이다. 

지난 정부 당시 방심위는 2015년 메르스 관련 괴담성 게시글이나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 등을 주장한 게시글을 삭제하고,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전자파의 유해성을 언급한 게시글들을 무더기로 삭제하는 등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게재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글까지 '사회적 혼란 야기' 조항을 적용해 시정요구(삭제)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시민사회에서는 '공론의 장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해 왔다.

이런 우려는 코로나19 '가짜뉴스' 심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방심위에 온라인에 떠돌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왼손 경례 합성 사진'에 대한 긴급심의를 요청했다. 통신소위에서 이 안건을 심의한 위원들은 특위의 자문을 거쳐 관련 게시글 12건을 시정요구(삭제)했다. 12일에도 통신소위는 '김정숙 여사가 공식 행사에서 쓴 마스크가 일제'라고 주장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시정요구(삭제)를 의결했다. 

다수의 위원들은 안건 심의 과정에서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이 같은 게시글이 국론을 분열하고 사회 불안을 초래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들은 공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비방에 가까워 당사자가 직접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잉 대응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 97건에 대해 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당장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은 "(왼손 경례) 사진이 가짜면 문재인 대통령이 (명예훼손 관련 조치를) 신청하면 될 일이다. (중수본의 심의 요청은)'청부 심의'이자 '외압'"이라며 정치 쟁점화에 나선 모습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이하 방심위지부)도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관련 시정요구는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 없이,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법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방심위지부는 '사회적 혼란 야기 조항'에 대해 "상위 법률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어떠한 정보가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정보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점 등이 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로부터 여러 차례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며 그 한계를 짚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도 최근의 심의 사례들을 두고 "그동안 최소심의의 원칙을 내세우고, 정치적 균형성을 지키려 노력해왔던 4기 방심위에서도 정치적 독립성을 의심케 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정치 심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심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이어 "감염병 확산 시 유언비어와 허위정보에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기본권 제한에 표현의 자유까지 포함될 수 있느냐의 문제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태"라며 "모호한 '사회적 혼란 야기' 조항에 기대 자의적 판단을 하는 건 오히려 정치적 논란만 일으키고,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통신소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심영섭 위원은 12일 '대통령 합성사진'심의와 관련해 "숙고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특위의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며 안건 상정 등에 정치적인 판단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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