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학 PD 49재...진전 없는 진상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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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청주방송 앞서 49재 추모 결의대회 열려...진상조사위 사측 위원 공백과 비협조로 난항
이재학 PD 동생 "형 없다는 것 빼고 달라진 것 없어...청주방송, 조사 파행으로 몰고 가"

23일 충북 청주시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열린 故 이재학 PD의 49재에서 이 PD의 동생 이대로 씨가 발언하고 있다. ⓒ PD저널
23일 충북 청주시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열린 故 이재학 PD의 49재 추모 결의대회에서 이 PD의 동생 이대로 씨가 발언하고 있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청주방송에서 14년간 프리랜서로 일하다 해고된 세상을 등진 故 이재학 PD의 49재 추모 결의대회가 23일 청주방송 앞에서 열렸다. 이 PD의 사망을 둘러싼 진상 조사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49재에 참석한 이 PD의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다시 한 번 청주방송에 적극적인 조사 협조를 촉구했다.

앞서 청주방송 노사와 이재학 PD의 유족, 언론‧시민사회 단체가 모인 '故 이재학 PD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안에 합의했다. 또 '청주방송은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에 적극 협력하며,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해결‧개선방안으로 제시된 사항들은 즉시 이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도 함께 서명했다.

합의서에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해결‧개선방안으로 제시된 사항들을 즉시 이행한다'는 등 강제력이 큰 조항이 담긴 만큼, 합의 이후 뒤늦게나마 이 PD의 근로자성 입증 여부를 비롯해 이 PD의 부당해고 소송 과정에서 제기된 청주방송의 사건 은폐 의혹과 관한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정작 조사는 아직까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한 상태다.

진상조사위원인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재단 공감)에 따르면 23일 열린 3차 회의까지 청주방송 몫으로 배정된 조사위원 3인의 자리가 채워지지 않았다. 앞서 청주방송은 두 명의 위원을 추천했다가, 한 위원은 이재학 PD와 청주방송 간 소송에서 청주방송을 대리했다는 점 때문에 자격 시비가 인 끝에 사퇴의 뜻을 밝혔다. 또 다른 위원도 활동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로 사퇴했다.

윤지영 변호사는 "사측이 (위원을) 추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요청한 자료는 물론, 오늘(23일)로 현장조사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주방송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사측이 추천한 진상조사위원이 배제된 상황에선 진상조사위원회의 요구사항에 응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낸 뒤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재학 PD 유족과 대책위원회, 노조 대표자 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4자간 직접 협상의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 청주시 청주방송 사옥 맞은편에 적힌 故 이재학 PD 추모 메시지. ⓒ PD저널
충북 청주시 청주방송 사옥 맞은편에 적힌 故 이재학 PD 추모 메시지. ⓒ PD저널

49재 추모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이 같은 청주방송의 대처가 진상규명에 관한 의지마저 의심하게 한다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 씨는 "지난 49일을 복기해 보면 형이 없다는 것 외에 달라진 게 없다. 청주방송은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선정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걸 핑계 삼아 합의를 파행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며 "얼마 전엔 이두영 청주방송 회장이 직원 조회를 주관해 '유족들에게 협조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일이 있었고, '유족이 돈을 원한다' '사과했는데 받아주지 않는다'는 등의 거짓말도 계속 유포하고 있다. 이게 진정한 반성의 태도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도 "이재학 PD가 죽음으로 항거하고 49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청주방송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각종 공작과 협잡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며 "(청주방송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책임회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4월 말까지로 활동시한을 정한 진상조사위원회는 자체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윤지영 변호사는 "청주방송은 강력한 내용의 합의서를 썼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정작 뒤에서는 (조사에) 필요한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4자 회의 결과를 보고 이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사측 위원 추천 의무를 방기하면서 '사측 위원을 배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도 "청주방송의 비협조에도 고인의 명예 회복과 잘못된 관행을 수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는)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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