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출신 언론인들, 뒷맛 씁쓸한 '총선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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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출신 언론인들, 뒷맛 씁쓸한 '총선 도전'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지역구 출사표 낸 MBC 출신 '우수수' 탈락
정필모 전 KBS 부사장, 퇴임 34일 만에 당선 유력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3.24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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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정필모 전 KBS 부사장 ⓒ KBS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정필모 전 KBS 부사장 ⓒ KBS

[PD저널=이미나 기자]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총선을 위한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그동안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에 나섰던 MBC 출신 '정치 신인'들은 줄줄이 탈락했다. KBS에서는 자리를 내려놓은 지 한 달가량 된 정필모 전 부사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명단에 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까지 발표된 각 당의 공천 결과를 종합해 보면,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던 MBC 출신 인사들은 앞서 서울 송파을과 영등포을에서 각각 단수 공천을 받은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와 박용찬 전 MBC 기자를 빼곤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은 대구 동구갑에서, 최대현 전 아나운서는 파주을에서,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은 울산 중구에서, 이종훈 전 부산MBC 보도국장은 부산 수영에서 모두 경선에서 패배했다. 당초 경북 영주·문경·예천에서 단수 공천을 받았던 황헌 전 MBC 보도국장은 선거구 조정으로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지역에서 경선을 치렀다 탈락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명단에는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국장이 처음 14번을 받았다가, 당내 분쟁 끝에 당선권 밖인 32번으로 밀려났다. 신 전 아나운서국장은 순번이 바뀐 뒤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공천 결과가 개인에게는 아픔일 수 있지만, 야당에게는 여전히 새로운 기회임을 잊지 말아 달라"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밖에도 김재철 전 MBC사장은 앞서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컷오프된 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으나 연이어 탈락했으며, 극우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김세의 전 MBC 기자도 명단에 들지 못했다.

KBS 출신으로는 일찌감치 서울 광진을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공천을 받은 고민정 전 아나운서에 이어 정필모 전 부사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확정됐다.

당초 더불어시민당이 23일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에는 '언론개혁' 분야 추천 후보로 KBS 시청자위원장이었던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포함돼 있었으나, 재심을 거쳐 24일 자정께 확정된 순번에는 이 교수 대신 명단에 없던 정필모 전 부사장이 당선이 유력한 8번에 배치됐다.

지난 2월 19일 부사장직에서 내려온 정필모 전 부사장은 퇴임 34일 만에 총선행을 택해 비판을 받고 있다. 

KBS기자협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KBS 윤리강령의 규정은 문구 그대로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며 "임직원은 물론 외부 진행자조차 정치권력과 철저히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는데, 공영방송 KBS가 독립성과 신뢰성을 얻도록 이끌어야 했던 부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정당에 줄을 섰다니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을 향해 파고들었던 30년의 기자생활과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지난한 투쟁의 날들이 고작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위한 밑천이었는지 묻는다"고 밝힌 KBS기자협회는 "정치권력을 비판하던 감시견이 34일 만에 정당의 애완견으로 바뀐 현실에 괴로워하는 후배들에게 정 전 부사장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24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례를 통해, 공영방송 KBS의 공정성과 신뢰도에는 또다시 상처가 남게 됐다. '나는 누구와는 다르다'고 아무리 항변을 한다 한들, 그 상처는 남아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숙제가 됐다"며 "부적절한 행보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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