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저블맨’, 공포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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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맨’, 공포의 실체  
  • 신지혜 시네마토커(CBS<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 승인 2020.03.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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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 '인비저블맨' 스틸 이미지.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 '인비저블맨' 스틸 이미지.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 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한밤중에 침대에서 눈을 뜬 여자는 잔뜩 긴장한 채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는다. 그 와중에도 여자는 침대 위의 남자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언덕 위의 외딴집은 한눈에 보아도 재력가가 지은, 누구의 다가섬도 용납하지 않는 집이다. 인적도 없어 한참을 나가야 하는 그 집에서 여자에게는 과연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주차장에 도착해 한숨 돌리는 순간 기르던 개 제우스가 보인다. 차마 두고 갈 수도 데려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여자는 개의 목줄을 풀어준다.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여자가 그 집에서 어떻게 살았을지 관객들은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여자의 이름은 세실리아.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남자 에드리안으로부터 벗어난 세실리아는 그리고 몇 주 뒤 남편의 부고를 받고 몇 가지 조항이 달린 상속을 받게 된다. 

이제 모든 것이 정리되고 일상을 되찾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 순간부터 세실리아는 새로운 공포와 마주치게 된다.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에드리안의 자취와 점점 옥죄어오는 에드리안의 그림자에 질식할 것만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세실리아는 광학자인 남편이 개발에 몰두했던 것을 떠올리고 우연히 증거를 잡게 된다. 이제, 세실리아의 반격이 시작된다.

인간은 오감을 통해 무언가의 존재를 인지하고 느끼고 판단하고 소통한다. 우리가 갖는 불안과 두려움, 공포는 결국 대상을 알 수 없을 때 야기되는 것이지 않은가. 평론가 마크 피셔는 그의 저서를 통해 ‘으스스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으스스한 것이란 있어야 할 것이 없을 때, 없어야 할 것이 있을 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실리아가 ‘죽은’ 남편 에드리안의 존재를 느끼게 되었을 때 으스스함을 넘어 공포와 직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SF물의 대가 중 한 사람인 H.G 웰스의 소설 <투명인간>을 각색한 영화 <인비저블맨>은 이렇게 ‘으스스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객들은 일종의 서스펜스를 느끼는 것뿐이지만 그 실체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실체와 맞닥뜨리게 되는 세실리아는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다. 

원작 <투명인간>은 이전에도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고 비교적 근래에도 <할로우맨>으로 각색된 바 있다. <인비저블맨>이 갖는 미덕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원작과 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는 데 있다.

<인비저블맨>은 ‘으스스함’에 빠진 세실리아가 대상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주도권을 잡게 되고 마침내 반격에 성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을 보면서 묘하게 안도감이 느껴진다. 우리가 실체를 알지 못할 때와 알고 있을 때 대상에 대한 감정과 생각, 판단과 행동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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