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최미근 경기방송 PD] 지난 29일 밤 11시, 30여명의 선후배, 동료들이 경기방송에 모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말 밤을 함께 한 적이 있었던가. 방송시간이 달라 보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오랜만에 모여 앉아서 안부를 묻고 괜스레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진다.
경기방송의 마지막 날, 늦은 시간까지 청취자들의 응원문자가 계속되고 주파수를 통해 전해오는 사람들의 온기가 마지막 방송이란 서늘한 빈자리를 메워준다.
#2020년 3월 29일 밤 11시 30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경기방송의 마지막 30분을 함께 하기 위해 5층 주조정실에 모였다. 흥얼거리면서 따라 부르게 되는 노랫말도 그날따라 가슴에 박힌다. 담담하게 청취자들의 문자를 읽고, 사람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읽어 내려가는 DJ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마지막 곡, 산울림의 ‘날 사랑하신 님이여’가 흘러나온다, ‘언제나 이 마음에 횃불처럼 내 갈 길 밝혀주시어 그 아래 평화로움 가득 찼네. 나 언젠가 님의 들에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처럼 피리라’ 노래 가사처럼 언젠가 다시 웃으면서 만날 날을 기다리는 마음은 같을 터.공식적인 프로그램은 끝났다.
#2020년 3월 29일 밤 11시 59분 30초.
“FM99.9메가헤르쯔, 경기방송입니다. 하루의 행복을 열어주는 수도권의 중심. KFM경기방송이 자정을 알려드립니다“ 시보 멘트와 함께 이어지는 소리 ‘삐―’
#2020년 3월 30일 0시.
경기방송은 산소호흡기를 뗐다. 23년간 경기도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했던 경기방송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DJ의 말소리, 음악소리로 가득했던 방송사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잠깐의 침묵 속, 갑자기 누군가 울기 시작했다. 소리 내지 않아도 아마 모두의 마음은 비슷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쉽게 방송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을 것이고.또 누군가는 23년을 함께 했던 방송사의 초라한 마지막에 허무했을 것이다.
이번 경기방송 사태를 본보기 삼아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먹튀 방송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다시는 방송이 누군가의 ‘돈벌이’로 전락하지 않도록, 다시는 방송국이 헛되이 사라지는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금 늦었지만 단단한 울타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2020년 3월 30일 0시부터 주파수 99.9는 멈춰있다. 하지만 잠깐이라고 생각한다. 산소호흡기가 다시 작동하는 그 날이 빨리 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조용하던 99.9 주파수에 소리가 가득할 그 날을. 모두의 바람처럼 “언제나 이 자리에 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