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운명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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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운명의 수레바퀴
MBC 월화드라마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흥미진진한 전개에 반전의 연속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4.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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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MBC
MBC 월화드라마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MBC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MBC 월화드라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독특한 드라마다. 주인공이나 주연급 두 세명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기존 드라마의 구성과 달리 다수의 조연급이 드라마를 끌고 간다.

등장인물이 많은데도 드라마의 호흡은 짧다. MBC는 32부작(기존 16부작)으로 정착된 드라마 체제를 깨고,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을 24부작으로 편성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방송사들이 천편일률적인 편성을 깨는 시도와 맞물려 있다. 기존 16부작의 호흡으로는 시청자에게 지루함을 안겨줄 수 있어 변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클라이막스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일본 소설 <리피트>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 소설은 평범한 대학생 주인공 모리가 어느 날 의문의 남자 가지마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리피터’인 가지마는 다음날 일어날 지진을 정확하게 예언하고, 총 10명의 사람이 모인다. 리피터들은 오직 10개월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룰에 따라 각자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현재의 기억을 갖고 과거로 돌아간다.

드라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의 설정도 소설과 유사하다. 과거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초대하는 정신과 전문의가 등장한다. ‘리피터’ 대신 ‘리세터’라 불리는 10명이 1년 전으로 돌아간 뒤 예측불허의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드라마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있는지, 혹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지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정에서부터 이야기를 키워나간다. 다시 맞춘다는 뜻을 가진 ‘리셋’처럼 인물들의 고치고 싶은 사연도 구구절절하다.

동료를 잃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형사 지형주, 뺑소니 사고로 장애를 안게 된 웹툰 작가 신가현을 중심으로, 펀드 매니저, 폐차장 직원,경비원, 택배기사, 예비신부, 청년 등의 사연이 등장한다. 정신과 전문의 이신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끔 리세터를 초대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얽히고설킨 관계가 수면 위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타임슬립에 그치지 않고 리세터가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하면서 인물들은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극 초반 리세터의 목표는 분명했다. 현재의 기억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누군가는 로또 당첨 번호를 외우고, 누군가는 동료 형사의 죽음을 면하기 위해 범인의 행적을 밟았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진다. 가현은 뺑소니 사고를 피했지만, 자신의 남자친구인 우진과 절친인 주영의 연애 행각을 목격한 데 이어 가현 대신 친구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다.

과거를 ‘수정’하며 리세터의 목표를 실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꾸만 과거가 뒤엉킨다. 또 리세터가 연달아 목숨을 잃는 생존게임으로 이어지며 극적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방영 4회 만에 4명의 리세터가 죽음을 맞이했다. 실족사, 자살, 심근경색, 교통사고 등의 사인은 다양하지만, 타살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MBC
MBC 월화드라마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MBC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 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이라는 말이 있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SF와 미스터리 요소를 결합해 운명과 숙명을 다루는 작품이다. 리세터는 운명을 거스르는 선택을 하지만, 바꾸고 싶은 과거와 숙명처럼 재회한다.

시청자는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에 휘말리는 리세터를 보면서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이 큰 착각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된다. 더 나은 생을 살 수 있을 거라는 낙관 때문에 또 다른 위험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걸 간과한 것이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이러한 메시지를 구현하기 위해 숨 가쁘게 사건을 펼쳐놓고 있다. 사건에 파묻힌 인물들은 드라마 내내 바쁘다. 가현은 본인 대신에 뺑소니 사고를 당한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도 잠시 사건을 수습하느라 동분서주한다. 형주도 숨겨진 의혹을 파헤치는 데에만 골몰한다. 이들이 운명을 거스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정서적으로 몰입하기 어렵다는 게 아쉬운 지점이다. <365:운명의 거스르는 1년>이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몰입감까지 선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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