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 "방송 자율성은 경영진 뜻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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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 광주MBC 사장 '모욕죄' 공판서 증인으로 출석..."'공정방송이 근로조건' 판결, 굉장히 부당"
"지금 공안검사였다면 교육부장관부터 아래까지 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했을 것"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뉴시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공정방송은 방송 노동자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라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봤어야 했다"며 "굉장히 부당하게 (판결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파업에 참가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 조합원들이 업무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서는 "그 분들이 MBC 업무를 처리할 수 없게 방해했기 때문에 (비제작부서에)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주 전 이사장은 7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송일준 광주MBC 사장(전 한국PD연합회장)의 두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송일준 사장은 지난 2017년 페이스북에 고 전 이사장도 MBC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 글을 올린 뒤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피소됐다. 검찰은 송 사장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일부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고, 송 사장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과거 국정감사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념편향적 발언을 내놔 논란을 불렀던 고영주 전 이사장은 이날 공판에서도 재차 편향적 시각을 드러내는 발언을 이어갔다.

먼저 법원이 MBC본부 구성원들이 MBC를 상대로 낸 해고‧징계무효소송에서 구성원들의 손을 들어 준 것에 대해 고 전 이사장은 "이런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방송 공정성이 (방송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된다면 우리나라 방송은 노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봤어야 하는데, 노조가 (회사를) 장악해 놓으니 새로 들어온 경영진이 노조에 불리해 (소송을)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문진 이사장으로 재직 중 파업에 참가한 MBC본부 조합원들이 현업에서 배제된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송 사장 측(오영신 법무법인 공존 변호사)의 질문에 "그 분들이 MBC 업무를 처리할 수 없게 방해하기 때문에 (비제작부서에) 배치한 것"이라며 "'방송 자율성'은 노조원이 아니라 방송사의 뜻에 맡기는 것, 방송사 경영진 뜻에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또 2016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업가 A씨에게 MBC 여의도 사옥 부지를 매각하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A씨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면서도 "제값을 못 받아 (MBC 여의도 사옥 부지를) 못 팔고 있는데, A씨가 전화를 해서 자신은 5천억 원을 현금으로 일시에 지급하겠다 해 (경영진에) '알아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방문진 이사회에서 A씨와의 계약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이 속기록에 수차례 남은 데 대해선 "(A씨가) '실무자들이 장난친다, 분명하게 해달라'고 해서 실무자들이 (계약을 갖고) 장난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가 관여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나아가 고영주 전 이사장은 MBC와 관련된 질문뿐만 아니라 공안검사 시절 맡았던 '부림사건' 관련 질문 등에서도 재차 '색깔론'을 들이댔다.

이날 '국사학자 90%가 좌편향돼 있다'는 과거 발언에 대한 변호사의 질문에 고 전 이사장은 "우리 국사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삭제했고,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는 '국민주권'이라는 말을 없애고 '인민주권'이라 썼다"며 "지금 내가 공안검사였다면 교육부 장관부터 아래까지 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민주화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부림사건'을 두고는 "그게 다 조작이면 지금의 이념적 혼돈상태는 어떻게 생겼겠나"라며 "나는 국가를 위해 반 국가사범을 수사한 것뿐"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시각에선 구금이지만, 그땐 구속 소리를 안 들으려고 (피의자를) 유치장에 가둬놓지 않고 여관에 같이 두세 달 투숙하곤 했다"며 "그렇게 데리고 다니면서 대한민국 발전상도 알려주고 달래면서 전향하면 용서하고, 안되면 기소했던 것인데 (재심 재판부가) 그런 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한편 지난 공판에서 당시 페이스북 게시물이 모욕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며, 설령 모욕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공인'의 '공적 행위'에 대한 비판인 만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던 송일준 사장 측은 이날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송일준 사장은 증인 신문 이후 "고영주 전 이사장이 사적인 인물이었다면 그렇게 비판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오늘)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도 낡은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구나 싶었다. 입장을 바꿔 보면 모욕적으로 느꼈을 수는 있었겠다 생각하지만 법적 관점에서 모욕죄에 해당한다고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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