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성추행 보도 '2차 가해'... 피해자 "법적 조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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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성추행 보도 '2차 가해'... 피해자 "법적 조치할 것"
부산일보, '여자문제' 보도 했다가 수정...한겨레, '피해자 유추 보도' 지적에 사과
부산성폭력상담소 "피해자 신상 보도 너무 많아 대응 어려워"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4.2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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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김윤정 기자]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직을 사퇴한 가운데, 피해자가 이를 보도한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피해자의 호소에도 '2차 가해'가 우려되는 보도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오거돈 시장은 2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부산시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면서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성추행 사실을 시인했다.

오 시장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뒤, <부산일보>는 해당 사실을 속보로 전달하며 사퇴 사유가 ‘여자 문제’라는 제목을 달았다. 해당 기사 제목은 ‘오거돈 부산시장 사퇴 이유는 '미투' 의혹’으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오거돈 부산시장 사퇴 이유는 ’성추행‘ 의혹’으로 바뀌었다. 

정의당 여성본부는 논평을 내고 “오거돈 시장 사건에 대해 보도하는 언론사들에게 강력하게 말한다”면서 “이는 특정인의 ‘여자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인 문제’도 아니다. ‘성폭력’이다. 일상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여성들이 본인의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현실이다. 피해 사실 그 자체에 대한 고발이 명확하게 이뤄져 책임 있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도해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피해자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기사에 실었다는 지적을 받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피해자 A씨는 이날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은 ‘오거돈 시장의 성추행’이다. 피해자 신상정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면서 “특히 부산일보와 한겨레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향후 제 개인 정보를 적시한 언론 보도가 있을 시 해당 언론사에 강력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을 맡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 측은 “피해자가 입장문에서 직접 언급한 한겨레는 입장문 발표 전 먼저 해당 기사의 문제를 파악하고 연락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기자 수정 및 사과문 게재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부산일보는 아무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기자협회가 국가인권위원회와 만든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피해자 신상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 또, 불필요한 성적 상상을 유발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과 피해자의 호소에도 피해자 연령대와 직업을 특정하거나, 추행 내용을 상세하게 알린 보도는 이어졌다. “‘오거돈 성추행’ 피해자 “업무시간 불려간 자리서…”(<동아닷컴>)", "오거돈 성추행 피해자 "비서 호출로 불려가 집무실서 당했다"(<중앙일보>) 등 피해자의 입장문 중 피해 사실을 증언한 부분만을 발췌해 선정적으로 활용한 제목도 문제였다. 

"‘성추문’ 오거돈, 사퇴 시점 총선 이후로 피해자에 제안"(<국민일보>), "오거돈 사퇴 '총선 후' 조율했나…민주당 "몰랐다"(한국경제TV), 등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 고발 시점을 총선과 연결지어 보도한 매체도 많았다.  

피해자A씨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과 총선 시기를 연관 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다.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정치권의 어떠한 외압과 회유도 없었으며, 정치적 계산과도 전혀 무관함을 밝힌다. 부산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부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음에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보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이 사실을 공개하는 데 있어 총선을 염두에 둔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가해자가 부산시장이라는 이유로 채널A 등 몇몇 언론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집착에 가까운 확인 요청을 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런 보도 관행이 바뀌어야 피해자가 용기 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성폭력 피해를 보도할 때 보도자료와 피해자 입장문 등 피해자가 공개를 동의한 정보에 한해서 보도해주셨으면 한다. 정확하지도 않은 피해자 신상과 사건 일자 보도, 총선과 연결지은 오보 등에 대해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며 항의하고 정정 요청을 하고 있지만, 너무 많아 일일이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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