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 역차별 우려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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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방위, '사업자 투명성 보고서 제출' '역외규정' 담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가결
사업자 책임 강화한 디지털 성범죄 대책서 한발 후퇴

6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 장면 ⓒ 뉴시스
6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 장면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 등의 의무를 부과한 'n번방 방지법'이 원안보다 한발 후퇴한 안으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를 통과했다.  

국회 과방위 위원들이 국내 사업자들의 역차별 주장을 반영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삭제한 결과다. 

7일 과방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이른바 'n번방 방지법'들을 가결했다. 이는 최근 실체가 드러난 텔레그램 대화방 성 착취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제안된 법안들이다.

이들 법안에는 △ 인터넷 사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지정된 사업자들은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방지 책임자를 두어야 하고 △ 디지털 성범죄물 관련 '투명성 보고서'를 매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는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한 유통금지 의무를 해외 사업자들에게도 적용하는 '역외규정'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는 당초 발의됐던 법안 초안과 비교해보면 상당 부분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금지 의무를 어긴 사업자에 대한 처벌과 관련한 항목이 대표적이다. 당초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디지털 성범죄물을 발견하고 삭제‧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 등을 마련해야 하며, 이용자의 신고를 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발생시킬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정부도 지난 4월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에서 같은 내용을 담았다.

국내 IT 기업들은 이를 두고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달 2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해 열린 토론회에서는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 사업자들의 서비스에서 벌어진 문제를 국내 기업들에 떠넘긴다는 '역차별론'도 다시 등장했다. 2000년 설립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현재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카카오‧NC소프트‧넥슨코리아‧쿠팡‧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IT 기업들이 망라된 단체다.

6일 비공개로 열린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의원들 사이에 비슷한 주장이 제기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7일 전체회의에서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물은 통상 해외 서버로 유통되는데, (법안을 제정하는 건) 국내 사업자에겐 역차별"이라며 '역외규정' 조항의 실효성 등을 따져 물었다.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도 투명성 보고서 제출 의무와 관련한 조항에서 '방통위가 투명성 보고서의 사실을 확인하거나 제출된 자료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점검을 실시할 수 있다'는 대목을 두고 "민간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월권과 개입이 될 수 있다"며 "근원적 문제는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을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측에서는 디지털 성범죄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고, 국민적 공분이 컸던 만큼 최소한의 조사‧점검권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인터넷 사업자가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할 경우에 대비한 보완책은 있어야 한다"며 "사업 전반에 관한 보고서가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물에 한정한 만큼 합리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6일 법안소위에서 결정된 사항을 존중해 법안을 수정 가결하되,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방지 의무와 관련해선 차기 국회에서 다시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n번방 방지법'은 법 통과가 시급한 사안"이라며 "합의된 범위에서 통과시키고, 21대 국회에서 추가 개정안을 정부가 내 달라"고 말했다.

손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는 있겠으나 방통위 측 주장처럼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관련 자료의 제출을 거부했을 때 과태료를 물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반론도 가능하다"며 "전기통신사업법의 회계정리 관련 조항을 참고해 엄격한 요건 하에 방통위에 검사권을 주는 방향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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