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진행자' 논란 반복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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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진행자' 논란 반복 않으려면
김용민 '거리의 만찬2' 하차 석달만에 정영진 '싱글벙글쇼' 하차 논란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5.13 16: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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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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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윤정 기자] MBC <싱글벙글쇼> 새 DJ로 발탁됐던 정영진이 발표 이틀 만에 대중의 거센 반발을 받고 하차했다. 정영진의 DJ 발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에서는 그의 과거 여성 혐오 발언이 재확산되면서 지상파 라디오 DJ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월 방송인 김용민이 KBS 1TV <거리의 만찬 시즌2> 하차 과정과 유사했다. 당시에도 김용민의 MC 발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과거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을 “유영철을 풀어 강간해서 죽이자”고 한 발언 등이 회자되면서 여성 혐오 논란이 불거졌다. 불과 세 달만에 같은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방송사들은 팟캐스트를 무대로 활동하던 남성 시사평론가들을 주요 프로그램에 발탁했다. 지난 보수 정권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사 비평 분야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그 시기 많은 이들은 대안으로 ‘정치 팟캐스트’를 소비했다. 오랜 기간 자체적으로 ‘스피커’를 키워내지 못한 방송사들은 팟캐스트에서 인기와 진행 능력 등을 인정받은 이들을 발탁해 자리를 채웠다. 

문제는 이들이 표현의 제약이 없는 팟캐스트에서 거침없는 언행과 편파적인 발언으로 인기를 모았다는 점이다. 그들을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로 만들어준 역량이 지상파 방송에서 그대로 통용될 수 없지만, 방송사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이들을 계속해서 기용하고 있다. ‘시사성 강화’, ‘변화’, ‘신선함 추구’ 등이 이유다.  

주목할 만한 점은, 팟캐스트 출신 남성 진행자마다 ‘젠더 감수성 부재’라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는 것이다. 정영진이 EBS <까칠남녀>에 출연해 지속적으로 여성관에 대해 지적 받은 일이나, 안희정 전 지사와 정봉주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옹호한 김용민, 미투에 이어 n번방 성착취 사건까지 ‘공작에 이용될 수 있다’고 언급한 김어준 등이 대표적이다. 

팟캐스트 방송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포스터. ⓒ팟빵
팟캐스트 방송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포스터. ⓒ팟빵

더 큰 문제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들이 보여주는 태도다. 이들은 반성이나 변화는커녕 자신들에게 주어진 스피커를 이용해 서로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며 억울함만 호소하고 있다.

김용민 하차가 결정된 뒤 최욱은 정영진과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서 “KBS에서 김용민을 MC로 기용하기로 할 때 내부 이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했다면 지켜냈어야 한다”면서 “돌발 변수가 아니었다. 모두가 예상 가능한 일이다. 한 개인이 허허벌판에서 갈기갈기 찢길 때 KBS는 당사자인데 방관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모든 책임을 개인 김용민에게 떠넘긴 꼴”이라고 말했다. 

최욱은 정영진의 하차에 대해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최욱은 8일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서 “정영진의 발언은 뒷골목에서 한 이야기가 아니다. 편집이 가능한 EBS에서 한 이야기이고, 그것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방송국을 탓해야 한다. 정영진은 갈기갈기 찢기지만 방송사들은 또 괜찮다. 나약한 개인만 다친다”고 비판했다.

팟캐스트 출신 시사평론가인 이동형은 8일 본인이 진행하는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정영진 하차를 언급하며 “<까칠남녀>는 양쪽으로 나뉘어 논쟁하는 프로그램이다. 정영진의 발언이 여성 비하, 폄하 발언이라면 상대 여성들의 발언은 남성 폄하 발언이냐”고 말했다.  

이동형은 과거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청정구역>에서 정영진을 향해 “(까칠남녀 여성 패널들의 말을) 왜 받아주고 있냐. 나 같으면 이 XX아...", "(까칠남녀 제작진이 모두 여성이라는 말에) 그러니까 프로가 그렇게 되는 것”(2017. 11. 28)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영진은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까칠남녀>에서 하차한 바 있을 만큼, 이동형 역시 정영진 여혐 발언 논란과 관계가 깊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정영진을 공개적으로 옹호한 것이다.

이에 앞서 김어준은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이 진행하던 SBS 시사프로그램 <블랙하우스>를 통해 정봉주 전 의원의 정언을 뒷받침하는 방송을 내보낸 바 있다. 이후 정 전 의원의 거짓말을 입증하는 증거가 드러나면서 제작진이 사과문을 내고 관계자들이 징계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관계자 징계’ 처분도 받았다. 미투, n번방 등 여성과 관련된 이슈마다 ‘공작설’을 언급해 비판받기도 했다.

이들 모두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처신을 보여주었음에도, 여전히 많은 시사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하고 있다. 

‘과거 발언으로 발목 잡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과거에 했던 부적절한 발언과 현재를 분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행동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방송인 김구라가 좋은 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구라는 이후 지속적인 사과와 봉사활동은 물론, 일본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망언을 지적하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JTBC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구라는 이후 지속적인 사과와 봉사활동은 물론, 일본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망언을 지적하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JTBC

2012년 김구라는 10년 전인 200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부적절하게 언급한 사실이 드러나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바 있다. 당시에도 ‘10년 전 발언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건 과하다’는 반응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김구라는 “제 말들에 상처받고 분노를 느꼈을 분들에게 평생 반성하고 사과해도 부족하다. 철없던 과거를 반성하겠다”며 방송 활동을 중단했고, 곧바로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김구라의 나눔의 집 봉사활동과 후원은 방송에 복귀하고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김용민과 정영진은 지속적으로 여성 혐오 발언에 대해 지적받아 왔음에도 과거 발언과 현재를 구분 지을 어떤 발언도, 행동도 보여준 적이 없다. 김용민의 정봉주 전 의원 옹호글은 <거리의 만찬> MC 발탁 소식이 알려지기 불과 일주일 전 게재됐고, 정영진은 김용민의 <거리의 만찬> MC 하차에 대해 “젠더 이슈란 것만 나오면 어떤 논리적인 이야기가 불가능한,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상황이 된다”고 평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이들의 ‘여성관’은 과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과거의 발언이 현재를 발목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지 않은 현재가 미래를 발목 잡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과거와 다른 스피커를 쥐었음에도 여전히 아마추어 방송인 시절에서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진행자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점점 더 큰 스피커를 쥐어주고 있는 방송사. 모두가 변하지 않으면 <싱글벙글쇼> <거리의 만찬>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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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0-05-17 20:51:33
염병하네 개나소나 기자다 진찌ㅣ

choi 2020-05-17 18:20:48
극단의 근거를 교모하게 긁어모아 불합리를 정당화하려 애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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