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PD, “‘나눔의 집’ 3월부터 취재...정의연 의혹과 다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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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기 PD “정의연 물타기? 사실과 달라...문제 개선 위해 지속적 관심 필요”

지난 19일 방송된 PD수첩 '나눔의 집' 편 예고 화면 갈무리.
지난 19일 방송된 PD수첩 '나눔의 집' 편 예고 화면 갈무리.

 

[PD저널=김윤정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 출신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후원금' 회계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 시설인 ‘나눔의 집’을 둘러싸고 후원금 부정사용 논란이 제기됐다.

19일 방송된 MBC <PD수첩-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에는 ‘나눔의 집’이 할머니들의 간식비나 생필품 구매비용, 심지어 병원비조차도 후원금으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전·현직 직원들의 폭로가 담겼다.

장호기 <PD수첩> PD는 20일 통화에서 방송 이후 '정의연 물타기'가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정의연 윤미향 당선인 의혹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면서 “관리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후원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만 놓고 같은 문제로 볼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보 내용을 지난 3월 처음 입수했다는 장 PD는 “방송을 5월 초에 나갈 예정이었는데 ‘n번방 사건’ 때문에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PD수첩>에 따르면 매월 5~6천여 명의 후원자들이 낸 후원금만 해도 약 2억 원가량. 2018년 나눔의 집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국가 지원비 외에 의료비, 장례비 그리고 재활치료비 등에 단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 할머니들에게 쓰여야할 돈은 법인 통장에 그대로 저축되었고, 현금 잔고만 약 72억 원에 달했다.

‘나눔의 집’의 정식 명칭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다. 처음 ‘나눔의 집’이 불교계를 중심으로 설립됐고, 법인 이사의 2/3 이상은 조계종 승적을 가진 스님이어야 한다는 법인 규정이 있다. ‘나눔의 집’으로 들어온 후원금의 사용 방향은 모두 이사진인 스님들이 결정하고 있었다.

장 PD는 ‘나눔의 집’의 문제는 수년 전부터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던 오래된 문제"라며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쓰이지 않고 쌓인 후원금이 70억 원이 넘는다. 하루 이틀 쌓인 금액일 수가 없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나눔의 집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나눔의 집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방송 이후 ‘MBC가 물타기를 한다’부터 ‘윤미향 당선인을 지키려고 의도적으로 다룬 것이다’, ‘정의연은 왜 취재 안 하냐’ 등의 반응도 나왔다. 

“방송 이후 이걸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분들이 많아 마음에 걸린다"는 장 PD는 "이 아이템은 지난 3월부터 준비하고 있었고, 원래 5월 첫 주에 방송될 예정이었다. ‘나눔의 집’을 취재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을 전체적으로 취재하지는 못해서 ‘정의연’에도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건 막바지까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에 이렇게 많은 후원금이 모인 데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와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호기 PD는 자칫 이번 보도가 ‘위안부’ 지원 사업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컸다고 했다. 하지만 “고령의 할머니들이 하루라도 빨리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실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고 그는 전했다.

장 PD는 “우리 보도가 오히려 할머니들에게 피해로 돌아가면 어쩌나 싶어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방송을 본 후원자 분들이 ‘아, 이제 위안부 할머니한테 후원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하시게 될까봐 걱정했다. 내부 고발한 직원 분들도 마찬가지셨다"고 말했다. 

방송에 등장한 ‘나눔의 집’ 소장은 “나는 시설 운영만 맡고 있어 후원금에 대해 모른다”고 했고, 조계종 측은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별도 법인”이라는 말로 책임을 넘겼다.

장 PD는 "할머니들의 소품, 생활 공간이 가진 역사적 의미에 대해, 그 가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접근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후원금 역시 ‘나눔의 집’을 어느 한 법인이나 소수의 개인들이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도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아직 '나눔의 집' 편 후속 취재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다. 다만 제작 말미 불거진 정의연 이슈 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장 PD는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후원을 멈추겠다는 마음보다는, 할머니들을 위해 후원금이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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