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성차별' 계약직 아나운서, 정규직 전환" 인권위 권고...대전MBC "수용 못해"
상태바
"'채용 성차별' 계약직 아나운서, 정규직 전환" 인권위 권고...대전MBC "수용 못해"
국가인권위원회, 대전MBC에 "성차별적 채용 관행 해소 대책 마련' '정규직 전환' 권고
대전MBC "채용 차별적 요소는 시정...정규직 전환 수용은 어려워"
유지은 아나운서 "정규직 불가 입장은 사실상 괴롭힘"...한빛센터, 18일 권고 이행 촉구 기자회견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6.17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대전MBC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유지은 아나운서 ⓒ 유지은
지난해 대전MBC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유지은 아나운서 ⓒ 유지은

[PD저널=김윤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아나운서 채용에서 남성은 정규직으로, 여성은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형태로 채용한 대전MBC에 '성차별적 채용 관행 해소 대책' 마련과 진정인인 계약직 아나운서 2명의 정규직 전환 등을 권고했다.

지난해 6월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와 김지원 전 아나운서는 인권위에 “정규직 아나운서로 남성을,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여성을 채용하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임에도 임금, 연차휴가, 복리후생 등에서 여성에게 불리하게 대우한 것은 성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대전MBC가 1990년대 이후 채용한 정규직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었으며, 1997년부터 2019년 6월 인권위 진정 제기 시점까지 채용된 15명의 계약직 아나운서와 5명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이었다.

인권위는 17일 발표한 결정문에서 대전MBC의 이 같은 채용을 ‘성차별적 관행’이라고 판단했다. 아나운서 보직에 여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로, 남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규직으로 고용 형태를 달리하는 등 이미 모집 단계에서부터 성별에 따른 차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대전MBC에 장기간 지속돼 온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 업무를 수행한 두 아나운서의 정규직 전환을 권고했다. 또, 불이익에 대한 위로금 500만 원을 두 아나운서에게 각각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16개 지역MBC 계열사에, 남성 아나운서는 87.7%가 고용이 안정적인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에, 여성 아나운서는 61.1%가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과 프리랜서에 종사한다는 조사 결과도 확인됐다. 이에 인권위는 MBC에 16개 지역 계열사 채용 현황에 대해 실태조사하고,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의하는 등 성차별 시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결정에 대전MBC는 “차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성별을 구분해 채용한 것 자체로 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인권위 지적을 받아들인다. 추후 채용에서는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권고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재근 대전MBC 경영국장은 “인권위원회가 업무 다양성에 대한 판단이 미흡했다고 생각된다”면서 “인권위는 동일 업무라고 판단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다툼의 소지가 분명 존재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정을 낸 유지은 아나운서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동”이라면서 “2020년에도 이런 구시대적 대응을 하고 있는 대전MBC의 현주소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유 아나운서는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 사측은 ‘명분이 없다’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권위 있는 국가기관에 진정을 냈고 그 명분도 생겼는데 왜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이제라도 MBC가 인권위의 권고를 성실히 이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아나운서는 18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함께 대전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권고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같은 시각,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도 기자회견이 열린다.

유 아나운서는 “인권위 권고가 나왔음에도 사측은 타당한 근거도 없이 ‘권고는 권고일 뿐’이라면서 정규직 전환 불가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건 사실상 괴롭힘”이라면서 “짧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싸움이 아니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