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의식한 KBS·MBC 사장 "공영방송 차별적 규제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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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학회 봄철 학술대회 특별강연자로 참석
양승동 사장 "KBS는 넷플릭스가 아니다..케이블·OTT와 역할 달라"
박성제 사장 "국내 시장 독식만 하고 공적 책임 지지 않는 글로벌 자본... 규제 필요"

19일 한국방송학회 2020 봄철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한 양승동 KBS 사장과 박성제 MBC 사장.
19일 한국방송학회 2020 봄철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한 양승동 KBS 사장과 박성제 MBC 사장.

[PD저널=김윤정 기자] 양승동 KBS 사장과 박성제 MBC 사장이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해 코로나19 등으로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 공영 미디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며 차별적 규제 해소를 요구했다.  

두 공영방송 사장은 19일 부산에서 '뉴 노멀 2.0과 패러다임 전환: 컨택트와 언택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열린 방송학회 학술대회에 특별연설자로 무대에 올랐다.   

양승동 KBS 사장은 강연에서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  

양승동 사장은 “요즘 KBS 내부에서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미디어 불신의 시대의 공영미디어로서 KBS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넷플릭스, 유튜브 등 전 세계를 단일 시장으로 묶어 콘텐츠를 공급하는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바꿨다. 앞으로 국내 미디어를 지탱하던 조직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전망했다.

양 사장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줄 수는 있지만, 국민을 위한 사회적 책무를 수행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며 “KBS는 넷플릭스가 아니다. CJENM도 아니고 종편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할 일이 있고, 우리에겐 우리의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양승동 사장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 가져온 변화에 주목하며 “국민들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공공 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KBS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5개월째 특집 방송을 이어가는 등 국가기간방송사로서 KBS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가 TV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얻고 있으며, 그 중 40%가 넘는 국민들이 KBS 뉴스를 시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상승했다.

양승동 사장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전통 미디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KBS는 방송법이 부여한 공적 책무라는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고, 재난방송의 최전선에서 필수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공영 미디어의 존재 이유”라고 설명했다.

양 사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KBS를 둘러싼 낡은 제도와 빈약한 공적 재원 문제가 꼭 해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1981년 이래로 40년째 멈춰있는 수신료 현실화, 글로벌 OTT 사업자나 케이블, 종편 등과의 불균형 규제에 대한 문제 제기로 풀이 된다.

'공영방송 MBC'의 정체성을 강조한 박성제 사장은 차별적 규제 해소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방송학회가 마련한 웹 콜로키움에서 '공영방송 MBC의 철학과 과제'를 설파한 박성제 사장은 “MBC는 공영방송으로 태어났고, MBC 구성원들은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 의무와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긴 시간 싸워왔던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사장은 “공영방송이 언론 탄압으로 침체기를 겪는 동안 글로벌 미디어 자본이 한국 미디어 시장을 잠식했다. 지금 지상파 방송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 아래 총체적 난국의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범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혁신위원회(가칭)’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사장은 “미디어혁신위원회에서 공영방송 제도 개선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산업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해야 한다”면서 “막대한 자본력 가진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이 우리의 문화, 언론, 미디어를 잠식해가고 있다.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콘텐츠와 광고만으로 수조 원의 시장 점령하고 있다. 고용 창출도 하지 않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인간수업>를 예로 든 박 사장은 “MBC에 재직했던 연출가의 작품인데, 10대 청소년들이 성매매하는 일상을 묘사한 드라마다. 작품성에서 큰 칭찬을 받고 있지만, 만약 MBC나 KBS에서 방송됐다면 연말 재허가 심사에 걸려 방송국이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그들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달라는 것이 아니”라면서 “불공정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달라는 거다. 재미가 없고 인기가 없더라도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라면 전달할 수 있도록, 선정주의적 유혹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제 사장은 공영방송으로서 KBS와 MBC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적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학회 웹 콜로키움에서 나온 "수신료를 포함한 공적 재원 마련"을 언급한 배경을 두고는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21대 국회에서 공영방송 개혁 문제를 투명하고 심도 있게 논의되길 바라며, MBC만을 위한 제도가 아닌 모든 방송과 미디어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제도 마련해야 한다는 요지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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