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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7 14:47
  • 수정 2020.07.22 11:44

"선입견 굳히는 타투 가리기, 방송부터 달라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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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 "금지 규정 없지만, 프로그램마다 타투 노출 달라"
'조폭 문신' 부정적 이미지는 옛말..."한국 타투의 세계적 위상, 미디어가 다뤄줬으면"

타투이스트 '도이'로 활동 중인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 ⓒPD저널
타투이스트 '도이'로 활동 중인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 ⓒPD저널

[PD저널=김윤정 기자]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타투는 곧 조폭문화를 상징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이효리, 지코, 수지, 박재범, 손담비, 태연 등 많은 스타가 타투를 통해 자신의 개성과 가치관을 표현하고 있고, 타투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시장조사업체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18년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타투 인식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70.9%)이 ‘타투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관대해졌다’고 답했다. 달라진 인식 변화에 따라, 국내 타투 인구도 약 100만 명(2019, 식품의약품안전처)을 넘었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타투는 여전히 금기의 대상이다.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은 타투 부위를 컨실러나 파스, 긴 옷 등으로 감추고, 그나마도 여의치 않을 때는 모자이크 등으로 처리된다. 방송심의 규정에 ‘타투 노출 금지'를 명시하고 있진 않지만, 타투에 혐오감이나 불쾌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해 방송사들이 자체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지난 2월 결성된 타투이스트들의 노동조합, 타투유니온(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은 '타투할 자유와 권리' 보장을 위해 미디어와 언론 종사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타투유니온은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와 간담회를 여는 등 미디어의 타투 인식 개선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지난 15일 만난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특정 법률이나 규정이 아닌 ‘대중 정서’, ‘선입견’이라는 잡히지 않는 벽에 가로막히니 더 막막했다”면서도 “그래도 많은 분들이 우리의 문제의식에 공감해줬고, PD연합회, 방송작가유니온 등과도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제 첫 발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SBS '맛남의 광장'에서 박재범 타투를 살구색 테이프로 가린 모습.
SBS '맛남의 광장'에서 박재범 타투를 살구색 테이프로 가린 모습.

미디어는 타투에 대한 대중의 정서를 이유로 타투 노출을 꺼리지만, 대중에게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것도 미디어다. 뉴스 속 검거된 조폭의 등판을 가득 채운 시퍼런 문신이나, 문신을 보여주며 상대를 위협하는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 범죄 조직의 아지트로 등장한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의 타투샵 등 타투는 부정적 이미지로 그려졌다. 

13년 차 타투이스트이기도 한 김도윤 지회장은 “실제 조폭문화 안에 타투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조폭 문신'이 타투 문화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미디어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2년에 비의료인에 의해 행해지는 타투는 불법이라는 판례가 나왔어요. 그 판단에 대다수 국민들이 반감을 품지 않았다는 건 국민들 역시 그런 공감대를 가졌다는 거겠죠. 방송이 아직 과거의 타투 문화만을 메타포로 사용하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에요. 우리가 해야 할 건 새로운 타투 문화, 긍정적인 새로운 이미지를 널리 보여드리는 거죠.”

우리 법은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비의료인이 행하는 타투 시술은 모두 불법. 국내에서 활동하는 약 2만 명의 타투이스트 중 의사 면허를 소유한 합법적인 타투이스는 10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한국에서 타투를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법 행위의 산물을 몸에 지니고 있는 셈이다. 미디어가 타투를 긍정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한국의 타투. ⓒ김도윤 제공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한국의 타투. ⓒ김도윤 제공

이런저런 이유로 타투가 터부시되고 있는 사이, 한국 타투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타투가 주류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여러 나라에서 ‘코리안 스타일 타투’라 불리는 ‘파인 타투’는 독보적인 세밀함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하나의 장르가 됐다. 타투가 불법인 나라에서 타투 예술이 꽃피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인기와 몸값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김도윤 지회장은 브래드 피트, 릴리 콜린스 등의 타투를 작업했다.

“한국 타투의 위상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요. 예를 들어 전 세계 어디든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타투샵 문을 열면 한국인이 앉아있어요. 지금의 타투는 사람의 피부를 캔버스 삼은 예술이라고 보시면 돼요. 타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배경에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활약이 있고요. 이런 부분이 미디어에서 다뤄진다면 타투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타투가 마냥 아름답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아니에요. 험한 문화의 산물만은 아니다, 혐오의 대상만으로 보지는 말아주시라, 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죠.”

타투 작업 중인 김도윤 지회장의 모습. ⓒ김도윤 제공
타투 작업 중인 김도윤 지회장의 모습. ⓒ김도윤 제공

타투유니온이 중심이 된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타투에 대한 대중 인식 개선을 위해 반려견·반려묘 타투 전시회를 열고 있다. 연남동 갤러리를 비롯 국회와 방송 종사자들이 많은 서울 상암동에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세계적인 타투이스트들이 모두 모이는 국제 타투 컨벤션 개최도 계획 중이다.

“얼마 전 <놀면 뭐하니?>와 <나 혼자 산다>에서 이효리 씨와 손담비 씨의 타투가 그대로 노출됐더라고요. 대중의 인식과 업계 종사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꼈죠. 분명 반가운 변화였지만, 명확한 규정이나 근거가 없어 여전히 프로그램마다, 채널마다 기준이 들쭉날쭉해요. 미디어가 타투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타투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계속 굳어질 거예요. 한걸음에 조폭의 상징에서 예술의 한 장르로 변화하긴 어렵겠지만, 일단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했으면 해요. 저희도 변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죠.”

한편 타투유니온과 공대위는 "번 수익만큼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싶다"며 타투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을 위한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녹색병원과 협업해 자체 위생 및 감염관리 지침을 만들고, 타투이스트 정기건강검진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의 법 체계에서 타투이스트들은 언제든, 누구든, 전과자가 될 수 있어요. 실제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던 22살 미대생이 전과자가 된 사례도 있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분도 있었어요. 당당하게 세금 내고, 지킬건 지키면서 떳떳하게 일하고 싶어요. 여기에는 타투 문화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 필요한 만큼, 미디어가 타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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