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논의 또 공염불? 공영방송 가치 보여줘야
상태바
수신료 논의 또 공염불? 공영방송 가치 보여줘야
재정 위기 호소하는 공영방송, 부정적인 여론 설득 과제
차별화한 프로그램과 뉴스 내놔야...공영방송 인식 확립 필요
  •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승인 2020.07.16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MBC, EBS 사옥 이미지. ⓒPD저널
KBS, MBC, EBS 사옥 이미지. ⓒPD저널

[PD저널=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수신료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대체로  KBS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논의에 MBC와 EBS도 참여하면서 판이 커졌다. 수신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사실에는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지만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뢰를 못하는 방송사에 선뜻 주머니를 열 시청자는 없다. 2007년, 2010년, 2013년에 세 번의 수신료 인상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그 당시에 비하면 공영방송의 재정적 어려움은 훨씬 깊어졌고 절박해졌다. 부족한 수신료 재원을 그나마 지탱해주던 광고매출은 급격하게 움츠러들었다. 특히 광고재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던 MBC는 더욱 심각한 재정적 위기 국면이다. 

반면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나 기대는 아직 그리 높지 않다. 지난 6월 <미디어오늘>-리서치 뷰의 조사에 따르면  ‘수신료를 인하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0%로 ‘인상 또는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보다 2배가량 높았다.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만 46%나 되었다고 한다. 

수신료 인상은 절차적으로 KBS 이사회가 심의· 의결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받으면 되지만 여론이 부정적이면 국회도 인상안을 의결하기 쉽지 않다.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학계나 시민사회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국민들의 인식은 전혀 딴판이다. 심지어 공영방송의 필요성마저 별로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른 방송사들이 흉내낼 수 없는 공영방송만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시청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뉴스는 다른 채널에서도 충분히 공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언론의 뉴스 자체에 대해서도 불신을 강한 상황이다. 다른 콘텐츠는 넷플릭스 등에서 무진장 제공되고 있어서 언제든지 골라볼 수 있다.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별다른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그런 공영방송을 위해서 수신료를 더 내고 싶다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국민은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서 시민에게만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양승동 KBS 사장이 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KBS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7월 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KBS

그런 점에서 KBS의 경영혁신 방안은 의미가 있다. 다만 그 정도로 수신료 인상의 실질적인 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수신료는 공영방송 재원이기도 하지만 이미 정치적 진영논리가 끼어들어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야당은 반대할 것이고 돈을 더 내라는 데 흔쾌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파적 논란을 줄이기 위해 수신료 인상 절차와 과정을 바꾸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KBS 이사회보다 수신료를 산정하는 별도의 기구에서 수신료 책정·징수·배분 등을 관리·감독하자는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풀어보자는 고민이 담겨있고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접근 없이는 수신료인상은 그저 정파적인 논란에만 휩싸일 수도 있다. 

공영방송이 안정적 재원을 확보해야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공영성 높은 고품격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 문제는 시청자들이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넷플릭스나 다른 콘텐츠 이용료에는 선뜻 지갑을 여는 시청자들이 수신료에는 인색한 근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 신뢰를 얻고 설득해야 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몫이다. 공영방송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러한 콘텐츠와 보도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수신료 해법의 길은 열리게 된다.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돈벌이가 될 만한 콘텐츠들은 민영방송들이 앞다퉈 만들어낸다.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가치 있지만 재미없는 프로그램은 눈길조차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영방송은 공영성이 높으면서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고품질의 콘텐츠를 사회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지만 그 길이 공영방송체제가 가야할 길임도 분명하다.

나아가 수신료라는 단발적 사안으로는 공영방송체제에 대한 땜질식 처방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공영방송은 무엇이며 우리사회에 왜 필요한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공론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미디어가 시청자의 돈과 시간을 장악해나가면서 미디어 환경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이에 맞추어 미디어구조 전반을 새롭게 규정하고 공영방송 개념과 위상, 존재방식, 사회적 의미를 재조명하면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식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는 가운데 공영방송의 재원 규모 및 결정·배분 방식과 절차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