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탐사전문기자는 어쩌다 징계 요구까지 받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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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기사 '2차 피해' 우려로 4시간여 만에 삭제
편집국 내부 보도 경위 파악...징계 절차 논의
강진구 기자 "온라인 단독 전송 문제된 적 없었다... 징계위에서 소명할 것"

현재 삭제된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PD저널=김윤정 기자] 4시간만에 삭제된 <경향신문> 박재동  화백 '가짜 미투' 기사를 놓고 기사를 쓴 강진구 기자와 편집국 구성원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편집국 구성원은 '2차 가해' 우려와 기사 송고 절차의 문제를 들어 강진구 기자의 징계를 요구한 반면, 강 기자는 외부 매체를 통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정당성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강진구 기자가 지난달 29일 오전 6시 30분경 온라인용으로 송고했다가 삭제된 기사는 박재동 화백을 성추행으로 고발한 A씨가 박 화백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고도 주례를 재차 부탁한 사실 등의 정황 등을 볼 때 ‘미투’의 진위가 의심된다는 내용이다. 해당 기사는 발행 직후 페이스북 등 SNS로 확산됐으나 오전 10시쯤 삭제됐다. ‘성폭력보도준칙’ 기준에 맞지 않고,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내부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해당 기사는 데스크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강진구 기자가 직접 송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 내부 구성원들은 보도 내용과 승인 절차에 반발했고, 편집국 내 감시기구인 독립언론실천위원회(이하 독실위)와 국장단은 해당 보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기로 했다. 독실위는 강진구 기자에 대한 징계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편집국 관계자는 “지면이 아닌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 모든 취재기자들이 송고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단독 기사 등 예민한 기사는 데스크와 논의해 송고해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편집국장이 단독, 기획, 발굴 기사 등 예민한 사안을 다루는 기사는 온라인 송고라도 데스크 보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문서화해 구성원에게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징계 논의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과정이나 징계 사유가 거론된 것은 없다”면서 “3일 강진구 기자로부터 경위서를 받았고, 경위서를 기반으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사 삭제 이후 강 기자는 자신의 SNS와 <고발뉴스TV> 등을 통해 기사 삭제에 항의하고 있다. 강 기자는 '후배 권력' 등의 표현을 써가며 그동안 <경향신문> 내부에 쌓여온 세대갈등이 이번 '미투 보도'로 분출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강진구 기자는 4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편집국장이 모든 방침을 결정함에 있어 ‘후배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었다"며 "일정 연차 이상에 보직을 맡고 있는 중견 기자들은 전부 소신보다 후배들의 눈치를 보며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 푸코가 이야기한 ‘판옵티콘’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언론사 내부에서도 '미투 보도'의 원칙과 기준에 대한 의견 일치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한다.     

강진구 기자는 “이번 일은 피해자 보호라는 법익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면서 언론의 진실 추구 법익을 완전히 무시한 불행 속에 싹튼 사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징계위가 소집되면 공식 기구 통해 논의될 거고, 내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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