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다양성 영화 공급 끊기나...저작권 분쟁 확산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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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배급사협회 "수익 배분 방식 불리해"...OTT에 영화 공급 중단 의사 밝혀
왓챠, "구독형 OTT 모델 자체를 버리라는 것" 수용 불가 입장
수배협 "한국 OTT의 방향성 고민할 때" 공청회 추진

[PD저널=김윤정 기자] 해외 다양성 영화를 주로 수입해온 배급사들이 OTT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영화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를 들고 나왔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음원, 영화 등 각 분야의 저작권 수익 분배·계약 방식 등이 사업자간 분쟁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웨이브·티빙·왓챠에 영화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힌 수입배급사협회(이하 수배협)은 OTT 서비스의 수익 배분 방식이 콘텐츠 저작권자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수배협은 그린나래미디어, 더블앤조이픽쳐스, 더쿱, 마노엔터테인먼트, 씨네룩스, 에스와이코마드, 엣나인필름,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영화사 진진, 조이앤시네마, 찬란, 코리아스크린, 콘텐츠 게이트 등 영화 수입사 13개사로 구성된 단체다. <원스> <캐롤> <스포트라이트> <나, 다니엘 블레이크> 등 국내에서도 큰 호응을 얻은 영화의 배급권을 갖고 있는 배급사가 수배협의 회원사들이다.

다양성 영화를 국내에 들여온 배급사들이 OTT 상대로 목소리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수배협은 이용자가 월별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콘텐츠를 무제한 즐길 수 있는 SVOD방식(구독형 결제 서비스)을 문제 삼고 있다. 국내 디지털 유통시장은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VOD를 건별 결재하는 방식(TVOD)에서 SVOD 방식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왓챠는 100% SVOD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웨이브와 티빙은 TV 콘텐츠는 SVOD, 영화 콘텐츠는 콘텐츠에 따라 두 방식이 병행 유지되고 있다.

SVOD 요금제는 영화, TV드라마, 예능 등 전체 영상 콘텐츠의 시청 수에서 시청 시간을 나누어 정산해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방식의 배분은 여러 회차를 이어보는 드라마와 달리 한번의 관람으로 끝나는 영화에 불리하다는 게 수배협의 주장이다. 

이용자들에게 “영화는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콘텐츠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OTT 서비스가 발달한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영화시장이 위축되는 현상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OTT 쪽의 입장은 다르다. 

왓챠플레이는 수배협의 주장에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정산 방식은) 영화가 소비되고 유통되는 구조를 고려했을 때 전혀 수입배급사에 불리하지 않고 수배협 회원사의 이익을 고려한 정산 구조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영화만을 위한 개별 과금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수배협의 주장에 대해선 "구독형 OTT 모델 자체를 버리고, IPTV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허승 왓챠 PA팀장은 “각 수입배급사들이 충분히 다른 유통구조에서 수익을 창출한 후 더 이상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시점부터 왓챠를 통해 구작을 서비스하고 추가 이익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왔다”면서 “지금도 홀드백(영화 개봉 이후 다른 플랫폼으로 유통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 기간을 더 길게 둔다든지, SVOD 대신 TVOD로만 판매하든지, 작품에 맞춰 비즈니스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왓챠는 홀드백을 빠르게 요구한 적도, 요구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김용배 웨이브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은 “우리는 지금도 배급사가 SVOD, TVOD 중 선택할 수 있다. 개별 콘텐츠 구매 가격도 배급사에서 책정하기 때문에 원하는 가격에 권리를 챙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대부분의 OTT가 투자 단계이기 때문에 투자금액이 더 많다. 이 역시 영화 산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수배협의 주장을 전해 들은 OTT 측은 타협점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손희준 수배협 사무국장은 “OTT 산업에 대해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드라마나 음원에 대해서는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번 수배협의 단체 행동은 한국형 OTT의 방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손희준 국장은 이어 “우리의 요구는 콘텐츠 이용료 얼마를 더 달라, 이런 내용이 아니다"며 “현재 국내 OTT 중 100% SVOD 서비스는 왓챠뿐이지만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대형 자본 OTT도 정액제를 도입한다고 들었다. 이 흐름이 완벽히 고착되기 전에 전체 OTT 시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배협은 CJ 쇼박스 등 대형 배급사들과도 공동 대응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8월 중에 한국영화산업 디지털 유통시장의 활성화를 주제로 제작사와 배급사, 수입사, 플랫폼 참여하는 공청회도 열 계획이라고 수배협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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