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정의 도전이 위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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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정의 도전이 위대한 이유
피트니스 대회 도전기에 청취자들 '힘 얻었다' 문자 쇄도 
  • 김훈종 SBS PD
  • 승인 2020.08.27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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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SBS '허지웅쇼'에 출연한 황석정 배우.
지난 26일 SBS '허지웅쇼'에 출연한 황석정 배우.

 

[PD저널=김훈종 SBS PD]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드라마 <미생>을 통해서였습니다. 평소 윤태호 작가의 광팬이기도 하거니와, 바둑을 좋아해서 만화 <미생>을 열독했습니다. 어느 날 <미생>이 드라마로 나온다는 소식에, 기쁨과 염려가 교차하더군요. 본디 소설이나 만화가 영상매체로 전환되어서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출판물 원작의 영화나 드라마의 성공 사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권택이란 대한민국 최고 거장이 만든 <태백산맥>을 보고, 실망스런 마음에 기분이 몹시 상하더군요. 씻김을 위해 열 권짜리 대하소설을 다시금 손에 잡았습니다.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카운슬러>를 보고는 코맥 맥카시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까지 들더군요.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감독의 잘못이 아닙니다. 임권택이나 리들리 스콧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세요, 제 말에 쉽사리 토를 달지는 못 할 겁니다. 

시대의 거장들조차 소설을 영상언어로 옮기는데,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거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요. 소설을 읽으며 독자들은 백퍼센트 완벽한 인물과 사건을 상상합니다. 독자가 백이면 백 가지, 나름의 염상진과 김범우의 모습이 머릿속에 들어차 있습니다. 안성기의 표정과 김갑수가 연기가 제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상상 속의 인물보다는 못 하겠지요. 지리산자락에서 펼쳐지는 빨치산과 국군간의 치열한 전투장면도 독자의 상상만큼 생생하게 스크린에 담아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소설과 영화를 두루 본 독자는 코맥 맥카시나 조정래가 그리울 수밖에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드라마 <미생>은 달랐습니다. <나르코스>를 보고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놀라운 싱크로율에 열광하는 미드팬들이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미생>에는 단순히 생김새가 비슷한 배우를 캐스팅하는 감동을 사뿐히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더군요. 오상식 과장역의 이성민 배우는 만화의 모습과 전혀 달랐지만, 특유의 정서와 톤으로 만화의 ‘찐팬’들에게조차 만족감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주인공 장그래, 안영희 역할을 맡은 임시완이나 강소라는 물론이요, 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도 빛을 발했습니다. 

그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재무부장 역할의 황석정 배우였습니다. 만화 속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 놀라운 싱크로율은 물론이요, 연기력도 발군이더군요. 그 후 황석정 배우는 나오는 작품마다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대는 배우로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애니메이션 <사이비>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왔죠. 

그러다 그녀의 근황을 다소 엉뚱한 곳에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헬스장에는 절대 가지 않을 것 같은 연예인 1위’로 뽑힌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그녀가 놀랍게도 피트니스 대회에서 입상을 했습니다. 고백컨대, 제가 연출하는 <허지웅쇼> 초대석에 그녀를 섭외한 이유도 피트니스 대회에서의 활약상 때문이었습니다. 

그녀의 도전은 아름다웠습니다. 체지방률 4.1%에 체지방량 2.1㎏. 하지만, 단순한 수치로만으로는 그녀의 도전이 왜 위대했는지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해보신 분들이나 다이어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저 수치가 상징하는 바를요. 저 숫자들은 단순히 ‘운동 좀 했구나! 혹은 식단 조절 잘했네!’라는 찬사를 받고 말기엔 너무도 특별합니다. 굳이 문자로 옮기자면 ‘극기복례’랄까요. 세상 제일 어렵다는 일! 자기 자신을 이겨낸 사람의 숭고함마저 느껴지더군요. 정작 본인은 “체지방률 그거 무슨 의미인지도 몰라요. 그냥 열심히 한 겁니다”라고 쿨하게 얘기하지만 그 속에 숨은 피, 땀. 눈물이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전 거울을 보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집에 거울도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 피트니스 대회를 준비하며, 내 자신을 바라보는 게 행복해지더군요. 여러분도 지치고 힘들 때, 주저앉지 말고 도전해 보세요.” 그녀가 힘주어 말한 멘트는 많은 청취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코로나로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요즘, 그녀의 진솔한 고백에 힘을 얻는다’는 문자가 쇄도했습니다. 코로나로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미생>의 재무부장처럼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찾아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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