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 조직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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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 검찰과 경찰의 치부를 알게 된 시목과 여진의 선택은

tvN 금토드라마 '비밀의 숲' 현장포토.
tvN 금토드라마 '비밀의 숲' 현장 스틸.ⓒtvN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모든 시작은 밥 한 끼다. 그저 늘 있는 아무것도 아닌 한 번의 식사 자리. 접대가 아닌 선의의 대접. 돌아가며 낼 수도 있는, 다만 그 날 따라 내가 안냈을 뿐인 술값. 바로 그 밥 한 그릇이, 술 한 잔의 신세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는 것을 거부한다. 인사는 안면이 되고 인맥이 된다. 내가 낮을 때 인맥은 힘이지만, 어느 순간 약점이 되고, 더 올라서면 치부다. 첫 발에서 빼야한다, 마지막에 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그렇다 해도 기꺼이.” 

tvN <비밀의 숲> 시즌1에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부지검 이창준(유재명) 차장검사는 그 모든 비리의 시작이 ‘밥 한 끼’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과장된 표현 같지만 사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조직원으로서 외부업체 사람들과의 관계가 대부분 그 밥 한 끼에서 비롯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 밥 한 끼 함께 먹는다는 건 너무나 흔한 일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벌어지지만, 이를 통해 거미줄 같은 관계의 숲이 만들어진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비리와 범법행위를 하게 되기도 하고, 그 조직은 그런 인물의 죄를 덮어주기도 한다.

만일 그 상황에서 그건 잘못된 길이라며 거부한다면 그건 그 조직원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모두가 검을 때 홀로 하얀 건 조직이 용납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원들은 그래서 지켜야할 윤리와 자신의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기 마련이다. 

<비밀의 숲2>는 검찰과 경찰 사이에 수사권을 두고 치열하게 벌어지는 대결 양상을 다루고 있지만, 그 속에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시즌1이 던졌던 조직원의 윤리와 생존의 문제를 시즌2 역시 일관되게 가져왔다는 걸 보여준다. 황시목은 검찰을, 한여진은 경찰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아 검경협의회의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그들은 각자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지만 그러면서 점점 그것이 검사로서 또 경찰로서 지켜야 할 윤리적 본분과 어긋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검찰과 경찰은 서로 상대 조직의 치부를 찾아내려 한다. 검찰은 세곡지구대에서 벌어진 형사의 죽음이 동료형사들에 의한 살인이라는 사실을 캐내려 하고, 경찰은 서민들의 피 같은 전세금을 사기 친 범인을 검거하고도 검찰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아 풀어줘야 되는 문제를 토로한다. 또한 국회 법안 통과 여부의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법제사법위원장을 서로 포섭하기 위해 비리를 캐내 협박하거나 회유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는 온전히 서민들의 몫이 된다. 진영 논리와 대결 구도 속에서 진실은 묻히고, 무고한 피해자들이 생겨난다는 걸 알고 있는 황시목과 한여진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과연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직업이 가진 윤리에 따라 조직의 이익에 배치되더라도 본분을 다해야 할 것인가. 

'비밀의 숲2' 현장 스틸.ⓒtvN
'비밀의 숲2' 현장 스틸.ⓒtvN

<비밀의 숲2>는 검찰과 경찰 사이에 실제로 벌어졌고 또 지금도 진행형인 수사권 조정을 소재로 가져왔지만, 이를 통해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윤리와 생존 사이에 놓인 조직원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엉뚱하게도 황시목과 한여진은 각자 조직에 유리한 것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도 그 조직이 저지른 비리들을 만나게 된다.

‘전관예우’라는 이름으로 수사되어야 할 것들이 바로 ‘무혐의’ 처분이 나고, 억울하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다 살해당한 형사의 진실이 묻힌다. 국회의원의 권력을 이용해 자식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가려지고, 그걸 가려준 대가로 조직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권력을 쓰라고 은근한 협박과 회유를 반복한다. 많은 부조리들이 조직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된다.

하지만 조직이란 괴물 같은 것이어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윤리와 정의 같은 것들조차 잡아먹고, 죄책감조차 ‘조직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지워버린다. 이것은 그래서 검찰과 경찰 같은 특정 조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며 몸담게 되는 조직의 이야기다. 그 곳에서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생존인가 마땅히 지켜야할 윤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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