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도소' 강제 폐쇄 안한다...불법 정보만 선별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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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경찰청 삭제 요청에 "공익적 목적 감안해야"
명예훼손 등 불법 정보 17건은 '접속 차단' 결정

[PD저널=김윤정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불법 정보 17건에 대해 접속차단 조치를 내렸다. 경찰이 요청한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전체에 대한 삭제·차단 요청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이트 내 불법 정보 양이 자체 기준인 75%를 넘지 않고, 해당 사이트가 가진 공익적 목적을 감안할 때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14일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위원들은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를 통해 유통된 정보가 명예훼손, 성범죄자 신상 정보 공개, 개인정보 게재 관련 심의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심의했다. 이날 안건은 지난 10일 회의에도 상정됐으나, 해당 사이트가 접속되지 않아 면밀한 검토가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의결 보류’ 결정이 내려졌었다. 하지만 이튿날인 11일, 세부 페이지로 접속하면 기존 사이트 문제 정보가 남아있다는 점이 확인돼 이를 근거로 긴급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날 접속 차단 결정이 내려진 ‘디지털 교도소’ 내 불법 정보는 전체 89건 중 17건으로,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서만 공개하도록 한 범죄자 관련 정보를 게재하거나, 잘못된 정보 게재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였다. 

불법 정보를 이유로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를 차단해야 하는지를 놓고는 위원들 간에 의견이 갈렸다.  

김재영 위원은 “한국적 상황을 감안할 때 ‘디지털 교도소’의 등장 취지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순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의 위법성까지 허용할 순 없다”고 '접속 차단' 의견을 냈다. 

박상수 소위원장도 “‘디지털 교도소’에 이름이 오른 대학생 한 명이 숨졌고, 신상이 공개된 한 대학교수에 대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면서 “공인된 곳이 아닌 사적 사이트가 사법부의 권위를 부정하고, 잘못된 정보로 일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접촉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원 5명 중 3명은 사이트 차단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진숙 위원은 “디지털 교도소 내 불법 정보가 무고한 개인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점은 견지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12건의 불법 정보만으로 사이트 전체를 폐쇄한다는 것은 ‘배드파더스’와 같은 유사한 성격의 공익 사이트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프랑스 등 여타 선진국에서는 최소 20년 이상의 무거운 형벌이 내려지는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에 대해 우리 사법부가 얼마나 관대한 처벌을 내리고 있는지를 감안한다면, ‘디지털 교도소’가 사회적으로 무엇을 환기하고자 했는지 사회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이러한 성찰이 없다면 사이트를 전체 폐쇄한다 해도 유사한 성격의 사이트가 개설될 것이 분명한 만큼, 사이트 차단은 궁극적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심영섭·이상로 위원 역시 그동안 사이트 전체 차단을 결정한 사안에 비해 사이트 내 불법 정보의 비율이 낮고,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낮은 수준의 처벌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에서 출발한 만큼, ‘사이트 전체 차단’ 결정은 과잉 규제라는 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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