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드라마와 클래식의 기분 좋은 매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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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꿈과 사랑 이야기
평범한 청춘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든 클래식의 매력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한 장면. ⓒSBS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한 장면. ⓒSBS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클래식과 드라마의 결합은 2006년 방송된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리메이크했던 KBS <내일도 칸타빌레>(2014)는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원작의 영향을 받아 우리 식으로 그려냈던 MBC <베토벤 바이러스>(2008)는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성공했던 건 클래식이라는 소재 자체의 즐거움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소외되어 있던 인물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후 JTBC <밀회>가 큰 호평을 받은 것도,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와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김희애)의 선을 넘는 애틋한 사랑을 클래식 음악의 교감을 통해 담아내면서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은 드라마 속 이야기들과 더해져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들을 은유하거나 강화해주는 소재로 다뤄져온 바 있다.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그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노다메 칸타빌레>나 <베토벤 바이러스>, <밀회> 같은 작품이 베토벤, 모차르트, 파가니니, 슈베르트 등등 다양한 음악가들의 음악을 담고 있었다면, 이 드라마는 제목에 담겨 있듯 브람스와 슈만의 테마를 주로 담아낸다. 여기에는 슈만과 결혼한 클라라를 끝까지 옆에서 사랑해온 브람스의 그 유명한 일화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어쩌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게 된 채송아(박은빈)와 박준영(김민재)이 등장한다. 두 개의 삼각관계 속에서 한 발 물러나게 된 이들은 좋아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친구의 친구가 이제 자신들에게 다가와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만큼 상처를 받을 친구 또한 소중하기 때문이다.

채송아와 박준영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점점 가까워진다. 삼각관계에서 받은 상처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듬어주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은 브람스의 일화가 담고 있는 그의 삶을 공감하는 채송아와 박준영이 서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SBS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SBS

이렇게 보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청춘들의 평범한 멜로드라마처럼 보인다. 이 평이하게 보이는 멜로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클래식이라는 숨겨진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는 인물들의 감정이나 마음을 대사로 직접 전하기보다는 클래식 음악을 통해 전하는 방식을 취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채송아에게 말하는 박준영의 심경 속에는, 누군가를 좋아해도 그걸 표현하지 못하고 옆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브람스 같은 자신의 상황이 싫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중 7번곡인 ‘트로이메라이’는 박준영이 한 때 좋아했었지만 이제 친구의 연인이 되어 거리를 두려는 이정경(박지현)에 대한 마음의 변화를 보여주는 곡이다. 이정경을 짝사랑하며 여러 차례 그를 위해 연주해왔지만 그는 더 이상 이 곡을 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한다. 

하지만 박준영이 브람스를 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의 아픈 사랑이야기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피아니스트로서 가슴 속에 담겨진 한계들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연주를 해왔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드라마는 채송아를 통해 과거의 상처들을 서로 치유해나가고 동시에 박준영이 브람스를 연주하게 됨으로써 아티스트로서의 성장도 기대하게 만든다.

드라마에 깔리는 클래식의 선율은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론 드라마를 보다 웅장하게 우아하게 만든다. 하지만 클래식 자체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이라면 소재 그 이상의 은유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다소 평이한 멜로일 수 있는 작품을 클래식을 은유해 관계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어찌 보면 클래식이 숨겨진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건 아무래도 이 작품을 쓴 류보리 작가가 클래식을 전공한 이력을 갖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클래식과 드라마의 기분 좋은 매시업(두 가지 이상의 노래를 합쳐 만든 노래라는 뜻)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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