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2차 가해' 시험에 '채용 갑질'까지...취준생들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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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2차 가해' 시험에 '채용 갑질'까지...취준생들 화났다
MBC, '박원순 피해자 호칭 논란' 논술주제로 냈다가 논란 끝에 재시험 결정
낮은 '성인지 감수성' 실망..."재시험 부담 지원자들에게 떠넘겨"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9.15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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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윤정 기자] '박원순 피해자 호칭' 문제를 신입기자 논술 주제로 제시한 MBC가 논란 끝에 재시험을 결정했지만, 지원자들의 공분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MBC가 시험 출제로 보여준 성인지 감수성과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 모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MBC는 지난 13일 치러진 신입사원 공채 필기시험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호칭 논란을 언급하며 “'피해 호소인(피해 고소인)'과 '피해자' 중 어떤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를 논술하라”는 문제를 냈다.

언론사 취업 준비생들과 MBC 안팎에서 부적절한 시험 주제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MBC는 공식 사과했지만, 채용절차뿐만 아니라 MBC 전체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해보인다.

언론사 취업준비생들은 “MBC가 이 정도 논란도 예상하지 못하고 문제를 출제했다는 게 가장 실망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가 끝난 사안인 데다, 그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일었음에도 이를 다시 논쟁의 영역으로 끌고 온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번에 MBC 기자직군 시험을 치른 지원자 A씨는 “많은 지원자들이 시험을 응시하는 동안 ‘피해 호소인’이라는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지금도 꾸준히 입증 책임을 강요받고 있는 피해자에게 MBC라는 공영방송이 앞으로 언론계에서 일할 수백 명의 언시생에게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타당성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했다.

"기자로서 논리적 사고를 검증하고자 한 것”이라는 MBC 측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다른 지원자 B씨는 “기자가 되면 어쩔 수 없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채용 과정에서 나온 논술 주제로는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어떤 방향으로 의견 개진했는지를 평가하지 않더라도, 지원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판단하려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경우는 사회적 약자인 한 개인을 도마 위에 올리는 문제였던 만큼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MBC의 '재시험 발표'를 두고도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MBC의 재시험 방침 발표 이후 MBC 공채 지원자들이 모인 SNS 단체대화방과 언론사 취업준비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재시험 결정이 ‘채용 갑질’이라는 성토로 들끓었다. 물의를 빚은 MBC가 '을'의 위치에 있는 지원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한 언론사 취업준비생은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 “사람과 조직의 품격은 약자를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이번 MBC 논제 논란으로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채용 과정에서 을이될 수밖에 없는 응시자에 대한 배려 없는 문제 수습 등 MBC의 바닥을 본 것 같다”며 MBC에 실망감을 표현했다.

MBC 관계자는 재시험 결정과 관련해 “출제 의도와 다른 논란이 번지면서 이대로는 채용의 공정성, 투명성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면서 “논술 배점을 낮추거나 필기시험 합격자 수를 대폭 늘리고 추후 전형에서 거르는 방향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됐지만 아예 해당 논술을 채점하지 않고 재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MBC는 재시험으로 지원자들이 입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MBC 측은 "사측 귀책 사유로 인한 재시험이니 만큼, 수험생 누구도 일정 변경에 대한 불이익이 없는 날짜로 재시험 일정을 확정하겠다"며 "지역에서 올라오는 지원자들의 교통비 지원 등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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