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테로’, 풍만함 속에 담긴 올곧은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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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테로’, 풍만함 속에 담긴 올곧은 신념
'남미의 피카소' '색채의 마술사' 보테로 조명한 다큐멘터리 24일 개봉
  • 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 승인 2020.09.24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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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개봉한 영화 '보테로' 스틸컷.
9월 24일 개봉한 영화 '보테로' 스틸컷.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보테로의 작품은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 동글동글한 몸집에 유머를 가득 담고 있는 그의 그림들과 조각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작품 앞에 선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대부분 그렇듯 보테로는 자신의 작품에 견고한 신념을 그대로 투영한다. 보테로의 신념은 간단하고 확고하다. 예술은 즐거움을 창조하는 것. 

물론 이 생각은 그의 예술세계에 동조하지 않는 진영의 공격을 받곤 한다. 다소 과장되어 뚱뚱하게 그려진 그림들과 울룩불룩한 조각품은 일부 평론가들의 비난을 받기도 하고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보테로의 철학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그런 논란과 비아냥은 글자 그대로 보테로의 예술을 폄하하는 것이다.

 보테로도 처음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의 스타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발전하고 진보하는 예술가가 그렇듯 예술적인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많은 화풍과 작품을 접하고 노력을 하다가 비로소 자신의 스타일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보테로는 자신의 스타일이야말로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담아낸 것임을 알아차린다. 만약 자신이 스타일을 바꾸게 된다면 그것은 신념과 생각이 바뀌었을 때 가능하다고 그는 말한다. 

보테로는 자신의 작품이 파손되는 경우에도 마냥 속상해하면서 절절 매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 또한 시간과 누군가의 행위로 인해 사람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강한 사람이다.

보테로가 메데인에 비둘기 조각을 기증했는데 그 비둘기가 파괴됐다. 모두들 안타까워하는 상황에서 보테로는 다른 비둘기상을 다시 기증하면서 파괴된 비둘기상을 철거하지도 않았다. 기억되고 증언하는 것 역시 예술의 역할이라고 하면서. 

기억되고 증언하는 것. 그것은 시간과 함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은 순간의 경험이 시간과 함께 쌓일 때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렇게 기억이 된 경험은 무언가에 대한 어느 시간에 대한 증언이 되는 것이다. 보테로는 바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데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영화 '보테로' 스틸컷.
영화 '보테로' 스틸컷.

무엇보다 보테로를 인정하게 하는 것은 역시 보고타에 기증된 뮤지엄일 것이다. 보테로는 바로 콜롬비아 출신이고 그는 자신의 조국에 예술을 깊이 꽂았다. 보고타에 있는 보테로 뮤지엄은 보테로가 기증한 가치 있는 전세계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보테로는 콜롬비아 국민들에게 예술을 알려주고 보여주고 함께 감상을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이 생각을 머릿속에 머물도록 내버려두지 않았고 실제로 작품을 사 모았으며 그것을 보고타에 그대로 기증했다. 이제 보고타에 있는 보테로 뮤지엄을 찾은 피사로를 접하며 르느와르에 감탄하고 모네의 작품 앞에서 숭고한 마음을 갖는다.

보테로의 신념과 철학은 그를 한 발 더 내딛게 만들었다. 뮤지엄에 개인소장품들을 기증하고, 뮤지엄에 작품들을 배치하는 것까지 함께 한 것이다. 뮤지엄을 몇 차례 방문해 보면 느낄 수 있다. 작품들을 어떻게 배치하는가에 따라 동선이 달라지고 동선에 따라 감상도 달라지는 것을. 보테로는 그 점을 놓치지 않았고 관계자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작품들을 직접 배치하는 것까지 힘을 보탰다. 

영화의 마지막, 메데인의 보테로 광장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독창적이고 눈에 뜨이는 보테로의 조각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며 춤을 추고 구경을 한다. 이것이 행복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이것이 보테로가 아니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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