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쓸쓸한 당신, 라디오를 켜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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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쓸쓸한 당신, 라디오를 켜봐요"
TBS '9595쇼' 배칠수 박희진 DJ, "명절이면 사연 쏟아졌지만...참여 줄어들 듯"
"지상파 시사풍자라디오, 자극적인 정치 비평 콘텐츠와 역할 달라"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9.30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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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생방송을 앞두고 만난  TBS '배칠수 박희진의 9595쇼'의 진행자들.ⓒ김성헌 

[PD저널=김윤정 기자] 극심한 교통체증을 뚫고 가족을 만나러 가는 명절 귀성길. 라디오는 귀성 귀경길의 고단함을 달래고 유용한 교통 정보를 전달해주는, 꼭 필요한 친구다. 라디오에서 들리는 음악과 사연에 집중하다보면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에서 겪는 답답함과 지루함을 날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 추석 연휴는 코로나19로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청취자들은 다양한 곳에서 라디오를 켤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은 추석 연휴 기간에 '집콕'하거나 '추캉스'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달라진 추석 풍경이 라디오 추석 특집방송에도 영향을 줄까. DJ들은 '비대면 추석'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지난 28일 만난 TBS <9595쇼>의 베테랑 DJ 배칠수 박희진 씨도 이번 추석이 평범하면서도 특별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명절은 라디오 입장에서는 ‘대목’이었죠. 문자도 많이 오고, 청취자자 참여도 뜨거우니까요. 하지만 이번 명절에는 이런 현상은 없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족, 친구와 만나지도 못하고 쓸쓸한 명절을 보내시는 분들께 ‘우리가 함께하고 있으니 쓸쓸해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배칠수)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9595쇼' 색깔은 유지하지만, 아무래도 집에서 들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사연 위주로 청취자 참여를 많이 받을 것 같아요.”(박희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청취자들과 만나야 하는 DJ의 숙명 때문에 두 사람은 이번 추석 역시 가족 대신 청취자들과 보낼 예정이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홍보 문구가 있었잖아요. 가족들끼리 합의를 봤어요. 방송하고, 비대면으로 지내자고요. 명절에 일하는 게 좋아요.(웃음)”(박희진)
   
“친지들이나 형제들도 추석 연휴에는 일하는 거 알고 있으니까, 미리 만나고 왔습니다. 예전에는 당일에 차례를 지내고 출근을 했는데, 항상 길이 막히거든요. 올해는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궁금합니다. 올 추석은 누구에게나 첫 경험이니까요.”(배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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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배칠수 박희진의 9595쇼'의 백칠수 DJ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김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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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PD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박희진 DJ. ⓒ김성헌

코로나19로 재난 상황이 장가화하면서 ‘코로나블루’ ‘코로나블랙’ 등의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심리적인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인데, 사연을 통해 청취자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DJ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프로그램 색깔상 밝고 재밌게 진행해야 하는데,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 등의 이야기를 할 때는 수위를 조절해요. 이런 시국에 까불어도 되나 싶지만, 희망과 웃음을 드리는 역할도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집에서 라디오를 들으시는 분들이 늘어서 그런지 문자 참여가 늘었어요.”(박희진)

“코로나 시대 이전에 라디오라는 매체 자체가 ‘비대면’이잖아요. 그래서인지 (청취자들이) 라디오에 더 의지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9595쇼>는 자취를 감춘 시사풍자 라디오의 명맥을 잇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시사 풍자의 영역이 팟캐스트로 넘어가고, 대부분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치풍자 코너가 사라졌지만 <9595쇼>는 여전히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 배칠수 씨는  "어떤 분들은 '관제방송' '어용방송'이라고  하는데, 팩트에 기반한 풍자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박희진 씨 역시 "콩트 특성상 성대모사를 하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귀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에서 신랄한 정치 비평과 풍자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9595쇼>의 진행자로 세우고 있는 나름의 원칙도 있다.

 “더울 때 밖에 나가 찬 바람을 쐬면 시원한데, 한참 있으면 다시 추워지죠. 사우나를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24시간 그 안에 있을 수는 없고요..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인 정치 콘텐츠에 재미를 느끼는 분들이 계시지만, 어느 정도 들으시다 보면 적정한 온도의 방송으로 돌아오실 거라 믿어요. 그게 지상파의 라디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배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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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TBS ‘배칠수 박희진의 9595쇼’ 30주년을 함께 맞은 두 DJ ⓒ김성헌

라디오 진행자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온 두 사람은 <9595쇼> 마이크를  '따로 또같이' 9년, 11년 동안 잡았다. 베테랑 DJ인 배칠수 박희진 씨는 미디어 소비 행태의 변화에 따라 라디오 시장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지만, 라디오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청취자들과 매일 사연을 통해 유대감을 쌓고 소통하는 경험은 라디오 DJ만의 특권이다.  

“<9595쇼>를 진행한 지 9년이 됐습니다. 어떤 분이 한참 사연을 보내지 않으셨는데, 알고 보니 남편분이 돌아가셨더라고요. 또 어느 분은 자녀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유학 간다고 사연을 주셨는데, 이제 그 아이가 대학생이 돼 돌아왔다는 사연을 받기도 했어요. 이런 사연을 받으면 청취자들과 함께한다는 기분이 들어요."(배칠수)

“새로 문자 보내주신 분들 이름 앞에는 새싹 표시가 붙어요. 오랜 청취자분들은 우리의 정신적 지주, 든든한 울타리 같은 느낌이라 새싹들이 보내주신 내용 위주로 읽어드리려고 해요. 요즘 새싹 표시가 붙은 문자가 많이 오는데 새로운 청취자가 늘었다는 뜻이라서 기분이 좋아요.”(박희진)

박희진 씨가 <9595쇼>로 복귀하고 1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 서로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배칠수 씨는 "표현의 폭이 넓고, 따뜻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박희진 씨는 "배려심이 있고, 든든하다"고 상대방을 평가했다.

'합이 좋다'는 두 DJ는 올해 <9599쇼> 30주년을 함께 맞았다. <9595쇼>는 올해 개국 30주년을 맞은 TBS에서 30년 동안 변함없이 청취자 곁을 지켰다. 두 DJ는 <9595쇼>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되기를 바랄까. 

 "<9595쇼>의 역사가 TBS 방송사 역사와 비슷해요. 언제까지 하다 물러날진 모르겠지만, 내가 떠나더라도 프로그램은 영원히 남았으면 해요. 냉탕·온탕이 아닌 미지근한 온도로, 톡 쏘지 않더라도 은근하게 중용의 자세를 견지해 누구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길 바랍니다.“(배칠수)

“<9595쇼>를 거쳐 간 많은 훌륭한 DJ들이 있고, 우리가 떠나더라도 누군가 훌륭하게 자리를 채울 겁니다. 프로그램 자체로 빛이 나는 프로그램인 만큼 <9595쇼>라는 타이틀은 변치 않고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예요 그 긴 <9595쇼>의 역사 안에 '배칠수 박희진이라는 사람도 재미있게 진행했었다' 정도로 우리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전까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낌없이 에너지를 쏟아부을 거고요.”(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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