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투자' 이면에 '공모주 띄우기'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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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투자' 이면에 '공모주 띄우기' 보도
빅히트 '히트' 점쳤던 언론, 주가 급락하자 "따상 쉽게 봤네"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 상장 보도 역시 상장 전 '흥행 예상', 하락 이후 "거품" 패턴 반복
"언론 관행적으로 호객행위”...공시제도 개선 뒷받침해야
  • 이준엽 기자
  • 승인 2020.10.16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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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 첫날인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빅히트의 상장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 첫날인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빅히트의 상장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PD저널=이준엽 기자]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공모주를 띄웠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등을 돌리는 보도 태도가 반복되고 있다. 언론이 가계 빚 증가의 요인이 된 ‘빚내서 투자하는’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주식시장에선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 최대 대어로 꼽힌 빅히트의 주가는 상장 첫날인 지난 15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을 기록한 뒤 얼마 못 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16일 오후 3시 23분 현재, 전일 대비 5만6000원(-21.71%) 하락한 20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학습효과와 BTS에 의존도가 높은 수익 구조, 공모가 고평가 등이 급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상장 전날까지 빅히트 주가의 ‘히트’를 점쳤던 언론은 머쓱해졌다. 

앞서 대부분의 경제지와 종합일간지는 <‘잠재매물‘ 확 줄어든 빅히트, ’더블 상한가‘ 증기 데뷔할까>(한국경제, 10월 14일), <빅히트 상장 D-1...빌보드 또1위, 입영연기설 등 호재는 많다>(조선일보, 10월 14일) <1억에 1주? 안하는 것보단 낫지“…아미까지 가세했다>(머니투데이. 10월 5일), <”첫날 ‘따상’이면 35만원“…‘개미’도 ‘아미’도 벼르는 빅히트 주가>(한국일보, 10월 2일) 등 청약 열풍과 흥행을 예상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머니투데이>는 <빅히트, 상장 초반 급락없다?…카카오게임즈와 다른 이유>에서 “증권업계에서는 빅히트가 카카오게임즈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기관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많기 때문”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빅히트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위험 요인을 짚은 보도도 나오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상장 첫날 오후 빅히트의 주가가 하락하자 언론의 보도 태도는 180도로 바뀌었다. 

<각성한 개미? “빅히트 시총 11조는 너무했죠”>(머니투데이), <따상 쉽게 봤네…빅히트 35만원→26만원 주가 ’롤러코스터‘>(서울경제), <35만1000원 치솟다 25만8000원 마감...빅히트 못한 빅히트>(중앙일보>, <아미도, 개미도 아프다…빅히트 샀다가 2600억 잃었다>(조선일보), 등 금세 ’손절‘을 권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중앙일보 10월 16일자 B2면 기사.
중앙일보 10월 16일자 B2면 기사.


‘대어’로 찍은 공모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가 주가 하락 이후 뒤늦게 거품 논란을 언급하는 패턴은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 상장 보도에서도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종합일간지 11곳과 경제지 8곳의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 상장 전후 한 달 간 보도를 살펴본 결과, 상장 전에는 투자를 부추기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IPO 대어’ SK바이오팜 출격 코앞 유통물량 품귀 예고>(헤럴드경제, 6월 15일), <‘대박 공모주’ 또 온다고? “이번엔 영혼까지 끌어모을 것”>(머니투데이, 8월 15일) 등 청약 경쟁에 불을 붙이는 보도가 대다수였다. 

<31조 몰린 SK바이오팜 열기, 빅히트 카카오게임즈가 이어간다>(헤럴드경제, 6월 25일), <‘제2 SK바이오팜’ 찾아라 ‘대어 낚시터’ 장외시장 뜨겁다>(중앙일보, 7월 9일) 등 다음 ‘투자 종목’을 추천하거나 전망하는 보도 역시 관성적으로 내놓는 보도다. 
  
‘빚투’ 현상의 원인을 돌아본 기사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이 드러난다. 

<중앙일보>는 지난 5일 <1억원 넣고 1주 받더라도…‘빚투’ 몰려드는 2030>에서 SK바이오팜 공모주 3주를 배정 받아 42만원 정도를 번 서른살 직장인과 최근 바이오주에 투자했다가 3000만원의 손해를 보고도 주식 투자를 그만둘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는 금융회사 직원의 사례를 들어 ‘젊은 개미투자자’ 열풍의 원인을 살폈다. 그러면서도 가계 빚 폭탄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언급 없이 “주식 외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진단하는 데 그쳤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의 8월말 전체 잔액도 16조 2,17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76%가량 늘었다. 정부도 가계 빚 급증에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상장을 한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로비 전광판에 환영문구가 게시되어 있다. 이날 카카오게임즈 코스닥 상장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열리지 않았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뉴시스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상장을 한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로비 전광판에 환영문구가 게시되어 있다. 이날 카카오게임즈 코스닥 상장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열리지 않았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뉴시스

주식 투자 열풍에 기댄 이같은 보도 태도는 취재기자들의 관성과 정보 부족에 기인했다는 지적이다. 

KBS 라디오 <최경영의 경제쇼>를 진행하고 있는 최경영 기자는 “다른 주식들과 실적 등을 비교했을 때 공모주의 수익률이 월등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고, 주식시장 전문가들도 잘 알고 있다”면서 “상장 전에는 오를 것이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주의해야 한다고 뒷북을 치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은 기자들의 타성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경영 기자는 “기자들은 장사를 한다고 생각 안하겠지만, 무의식적으로 문화화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모가가 기관에서 예측할 때부터 오버밸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를 주고, 주식이 떨어지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등을 지낸 홍춘욱 박사는 “손실이 발생한 뒤에야 공모주 위험성을 말해달라는 기자들의 연락을 받는데, 기사가 나오면 ‘진작에 이야기하지 그랬냐’는 비아냥을 듣는다”며 “패턴화된 보도가 나오는 이유는 기자들이 바쁜 것도 있지만, 취재원이 다양하지 않고 편향된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언론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선 공시 제도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취재를 안 하는 이유는 상장 전에 기업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공모주의 특성도 영향이 있다”고 했다. 
 
박정호 특임교수는 “미국은 공시자료에 투자 위험 요인 등 부정적인 내용이 훨씬 많은데, 우리는 기업 공시자료들이 홍보 자료 수준”이라며 “과잉 성과 보고를 해도 되는 구조로, 언론이 투자자들에게 다양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선 공시제도 등 법제도의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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