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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30 12:20
  • 수정 2020.11.05 09:12

CBS ‘뉴스업’ 진행 맡은 김종대 “정형화된 시사 라디오 틀 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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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자키' 바통 이어받아 지난 26일부터 '뉴스업' 이끌고 있는 김종대 교수
"'뉴스 과잉' 속 코너는 줄이고 깊이 더한 프로그램"
"노동 지역 청년 등 공론의 장에 호명되어야 할 의제들 적극적으로 다룰 것"

지난 27일 CBS '김종대의 뉴스업' 방송이 끝난 뒤 만난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김성헌
지난 27일 CBS '김종대의 뉴스업' 방송이 끝난 뒤 만난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김성헌

[PD저널=박수선 기자] 지난 26일 방송을 시작한 CBS 표준FM <김종대의 뉴스업>(오후 6시 25분~8시)은 ‘뉴노멀 뉴스’의 방향타를 자처했다. 

코로나19에 잠식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뉴스업>은 정치‧시사 뉴스를 전하면서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매일 쏟아지는 정치·사회 이슈를 쫓기보다는 뉴스에선 잘 보이지 않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간관계 해법’ ‘디지털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등에 관심을 둔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랑이 필요하다는 뜻을 담은 ‘뉴노멀 뉴로맨스’ 코너에서 택배 노동자와 마주하고, 역사학자·‘쓰레기박사’와 함께 난세에 살아가는 법을 찾아보는 식이다. 
 
제작진은 ‘위대한 실험’이라고 명명한 <뉴스업>을 이끌 적임자로 정의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를 선택했다. 김종대 교수는 군사안보전문가 패널로 청취자와 자주 만났지만,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업>은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10년 동안 이끌던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가 종방하고 신설된 프로그램이라서 CBS 입장에서도 큰 모험이었다.  

지난 27일 CBS에서 만난 김종대 교수는 “첫 방송이 국회 등원할 때보다 떨렸다”면서 <뉴스업>의 진행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 교수는 “뉴스나 코너의 꼭지는 줄이되 깊이를 더해보자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지향점”이라며 “기존 시사 라디오와 다르게 <뉴스업>은 ‘무엇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서사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기존의 시사 라디오 흐름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청취자가 뉴스를 과식하지 않고 영양식으로 다이어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뉴스업>을 소개했다. 
 
정형화된 시사 라디오의 문법을 깬 <뉴스업>은 퇴근길 라디오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한결 경쾌하다. ‘멘탈 붕괴’ 상태였다는 첫 방송날, 김 교수는 황석영 작가 인터뷰에서 ‘삼포로 가는 길’을 부르면서 분위기를 돋웠다.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했지만, 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균형에 대한 원칙은 확고하다.  
    
그는 “우리나라는 유달리 어떤 이슈에 대해 입장을 정한 뒤 뉴스를 선택해 소비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진단하면서 “공중을 상대하는 지상파가 여기에 빠지면 언론으로서의 생명은 끝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파가 있고 가치 지향이 선명하더라도 청취자들을 향해서는 강요하는 듯한 진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퇴근길에 <뉴스업>을 듣는 청취자들에게 “두려움과 불안이 엄습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혼란스러워 말자고 정치와 언론이 말할 때가 됐다”며 “하루 종일 앞만 보고 달렸다면 저녁은 멀리 위를 쳐다보자는 이야기를 청취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지난 27일 CBS에서 PD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종대 '김종대의 뉴스업' 진행자.  ⓒ김성헌
지난 27일 CBS에서 PD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종대 '김종대의 뉴스업' 진행자. ⓒ김성헌

-패널로 방송에 출연한 경험은 많지만, 라디오 진행은 처음이다. 첫 방송에선 클로징 멘트를 매듭짓지 못하는 방송 사고(?)도 냈는데, 소감은 어떤가. 

"첫 방송에선 다섯 가지 압박을 동시에 느꼈다. 출연자의 말에 집중하면서도 분초 단위를 관리해야 하는 시간의 압박, 제작진의 메시지와 대본 의도를 소화해야 하는 압박이 컸다. 새로운 시작을 당당하고 용기있게 해내고 있는지 스스로에 대한 압박감도 있었다. 청취자분들도 처음의 미숙함은 이해해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하루하루 경험을 쌓으면서 점차 익숙해지리라고 본다." 

-청취자들에게 전하지 못했던 클로징 멘트는 무엇이었나. 

"첫 방송이 국회 등원할 때보다 떨렸다. 클로징 멘트를 못한 첫날엔 잠을 못 잘 정도였다. ‘방송 뉴스로 청취자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정론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이런 인사말을 남기고 싶었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가 폐지되고 신설된 프로그램이다. 상징적인 프로그램의 바통을 이어받는다는 책임감도 컸을 것 같은데.

"<시사자키>는 30년 동안 CBS 역사를 함께해온 프로그램으로, 정관용 선생이 10년 정도 이끌어오셨다. 중차대한 변화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에 어깨가 무거울뿐더러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청취자들의 기대가 높을 것이라서 평가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제가 발탁됐다는 점에서 스스로도 놀랍고, 책임도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철희‧표창원 전 국회의원도 시사 라디오 진행을 맡고 있다. 특히 표창원 전 의원의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데, 의식이 되진 않나. 

"사실 지금 그 생각할 여유가 없다. 만약 비교가 된다면 기교보다는 지향하는 방송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제작진과 이야기하면서 기존의 시사 라디오와 다른 결의 프로그램을 원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뉴스나 코너의 꼭지는 줄이되 깊이를 더해보자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지향점이다. 예컨대 다른 시사 라디오에서 진행자들은 ‘팩트가 뭡니까’, ‘견해가 뭡니까’ 위주로 질문한다. <뉴스업>은 ‘무엇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서사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기존의 시사 라디오 흐름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청취자가 뉴스를 과식하지 않고 영양식으로 다이어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과 호흡은 어떤가. 뉴스 선정이나 섭외에 의견을 내는 편인가. 

“제작진과 굉장히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설득하거나 설득당하는 관계다. 지금까지는 설득당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반격할 것이다.(웃음) 섭외는 제작진의 영역이지만, 기동성이 필요하고 특정 주제에 집중되는 시기에는 팔 걷어붙이고 함께 뛸 생각이다. 다음주 미국 대선 국면에선 직접 미국 전문가를 추천하거나 섭외 전쟁에 뛰어들 수도 있다." 

ⓒ김성헌
ⓒ김성헌

-어떤 진행자가 되고 싶은가. 롤 모델이 있다면. 

"무난한 진행자는 되고 싶지 않다. 형식적인 중립은 지키되 누군가 불편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 패널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진정성 있는 질문을 하는 진행자가 굉장히 커보였다. 상대방의 진정성을 끌어내면서도 부적절한 발언도 견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앞으로 훈련하고 스스로 채워야 할 부분이다." 
 
-첫 방송에서 황석영 작가 인터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무거운 시사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게 진행자로 캐스팅된 핵심 이유였다. 제작진은 더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한다. 딱딱하고 정형화된 질문은 안할 것이다. 옆에서 친근하게 말을 거는 친구처럼, 청취자와 대화하는 진행자를 지향한다. 쉽고 소박한 언어와 날것의 감각으로 정형화된 시사 라디오의 틀을 깨고 싶다." 
 
-자유롭고 경쾌한 분위기는 정치 팟캐스트 유튜브 방송과 닮은 지점이 있다. 하지만 지상파 라디오로서 지켜야 하는 선이 있기 때문에 적정한 타협점이 필요할 것 같다.  

"이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방정식이다. 팟캐스트는 충동적이고 정파적인 속성이 있고, 유튜브 정치 콘텐츠 역시 순기능 못지않게 편견을 강화하는 역기능이 있다. 자신의 판단을 집단에 맡기는 '군중'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도 '공중'이 사라지고 '군중'이 확대되는 지점과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는 유달리 어떤 이슈에 대해 입장을 정한 뒤 뉴스를 선택해 소비하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지상파가 여기에 빠지면 언론으로서의 생명은 끝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파가 있고 가치 지향이 선명하더라도 청취자들을 향해서는 강요하는 듯한 진행은 하면 안 된다. 군중에 복종하면 ‘불랙언론’ ‘황색언론’이 되는 길이다. 방송의 임무는 '군중'을 '공중'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본다." 

-청취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민감한 질문인데, 한때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저항의 수단,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겸손해지면 어떨까 싶다. '군중'보다는 '공중'에게 접근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성숙해지면 더 좋은 방송이 될 것 같다." 

ⓒ김성헌
ⓒ김성헌

-방송과 유튜브를 막론하고 정파성을 띄는 콘텐츠가 대세다. 이런 콘텐츠와 비교하면 <뉴스업>이 지향하는 방송이 지루하거나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는 있을 수 있다. 제작진과 노력해서 돌파할 수 있다고 본다. 신뢰를 주는 방송이 목표라면 어렵더라도 길게 보고 가야한다. 흥행이 안 되더라도 공론의 장에 호명되어야 할 의제들, 사회적으로 그늘에 가려진 부분들의 비중도 늘려야 한다.

시대 정신이 담긴 기후 위기나 불평등을 다루는 방송이 인기를 쫓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중에 공론의 장에서 결실을 맺기 위해서 지금 씨앗을 뿌린다는 심정으로 소외되어 있는 노동‧지역‧젠더‧청년 문제를 호명하려고 한다. 의미에 재미를 불어넣고 이야기의 힘을 더하면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퇴근길에 <뉴스업>을 만나는, 앞으로 만나게 될 청취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뉴스가 쏟아지는 아침 시사 프로그램은 현재 사람들이 궁금한 이슈에 집중한다. 저녁에 방송하는 시사 라디오는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내일의 뉴스는 무엇이냐’ 쪽으로 관심이 이동한다. 첫날 출연한 황석영 작가는 우리 방송이 새로운 문명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코로나 이후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두려움과 불안이 엄습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혼란스러워 말자는 이야기를 정치와 언론이 말할 때가 됐다. 하루 종일 앞만 보고 달렸다면 저녁은 멀리 위를 쳐다보자는 이야기를 청취자들과 나누고 싶다. ‘확신이 있다면 사랑에 끌려가지 않는다“라고 한 <데미안>의 에바 부인의 말처럼 <뉴스업>이 새로운 뉴스와 비전을 보여주면 청취자의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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