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 사망 보도에 ‘단독’ ‘어뷰징’ 쏟아낸 몹쓸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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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선 모녀 비극, 흥밋거리로 소비한 언론사 유튜버들 비판 줄이어
'자살보도 권고 기준'에 배치..."실질적인 제재 기준 만들어야"

개그우먼 박지선과 그의 모친 빈소가 2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은 장례식장 모니터 모습.(=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개그우먼 박지선과 그의 모친 빈소가 2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은 장례식장 모니터 모습.(=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PD저널=이준엽 기자] 개그우먼 박지선의 사망 소식을 전한 보도에서 언론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유족이 공개를 원치 않았던 유서의 내용을 ‘단독’을 달아 보도하거나 사인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인이 생전 앓던 질환과 관련한 어뷰징 기사는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유튜버들은 한술 더 떠 사망 동기를 추측하고 슬픔에 잠긴 고인 동료의 모습을 앞다퉈 전달하면서 클릭 유도에 몰두했다. 

<조선일보>가 3일 단독으로 보도한 <박지선 엄마 유서 ‘피부병 힘들어한 딸만 보낼 수 없다’>(11월3일자)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3일 <조선일보> 많이 읽은 뉴스에 올라있던 이 기사는 유서 공개를 원하지 않은 유족의 의사에도 반할 뿐더러 유서 내용은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에도 배치된 것이었다. 기사 댓글에는 알권리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보도 내용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였다. 

“유족이 유서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꼭 이렇게 공개하셔야 하나요. 하루아침에 가족을 둘이나 잃고 고통 받을 유족을 생각해 주세요. 사람이 죽었는데 단독 경쟁 꼭 해야 합니까”라고 기자를 질책한 의견이 댓글 중에서 가장 공감을 많이 받았다. 

고인이 생전 앓던 지병을 사망 동기와 연결 짓는 보도도 이어졌다. 고인을 추모하는 기사도 있었지만, <헬스조선> <한국경제> 등 일부 언론은 ‘박지선 사망’과 피부병을 엮어 클릭을 유도했다. 선정적 표현 자제와 자의적인 사망 동기 해석 등을 지양해야 한다는 ‘자살보도 권고 기준’과는 거리가 먼 보도들이다. 

여기에 더해 복수의 유튜버들은 고인의 동료인 안영미 씨가 비보를 전해들은 순간의 영상을 올리면서 시선을 끌어 모았다. 안영미 김신영 등 고인과 친분이 있던 동료들은 충격에 맡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하루 쉴 정도였지만, 일부 유튜버들은 박지선 모녀의 비극을 한낱 흥밋거리로 소비한 모습이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이중적인 해석이 가능한 ‘화장 못하는’이라는 표현을 붙여 고 박지선의 사망 소식을 다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올랐다. 가로세로연구소는 별다른 근거 제시 없이 고인의 사망 동기를 ‘의료사고’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박진솔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누리꾼들 클릭수를 유도할 수 있는 보도가 많이 보이고 있는데, 유튜브에선 더욱 심하다”며 “유가족이 보도를 원치 않았음에도 고인의 인격은 물론 유족들, 지인들의 사생활까지도 존중하지 않고 있다. 언론의 자정을 바리기보다는 실질적인 제재 기준을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이런 보도와 게시물들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국민의 기분과 행동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조회 수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바꿔야 이런 보도, 게시물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KBS 22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2007년 데뷔한 故 박지선 씨는 <개그콘서트>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에서 활약했다.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면서 팬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한 희극인이기도 했다. 지난 2일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빈소는 이대 목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5일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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