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파괴" 자막 법정제재 확정되나...할 말 많은 예능PD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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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파괴" 자막 법정제재 확정되나...할 말 많은 예능PD들
방심위, 오는 9일 '놀면 뭐하니' 등 7개 방송사 프로그램 제재 수위 확정
"유튜브 콘텐츠와 경쟁하는 제작 환경 무시 못해" "기준 모호" 토로
"무분별한 신조어 자막 경쟁할 필요 없어" 의견도
  • 이준엽 기자
  • 승인 2020.11.06 13: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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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심의 규정 '방송언어' 조항 위반으로 심의를 받은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마켓' 9월 12일 방송분 화면 갈무리.
방송심의 규정 '방송언어' 조항 위반으로 심의를 받은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마켓' 9월 12일 방송분 화면 갈무리.

[PD저널=이준엽 기자] '한글 파괴 주범'이라는 오명을 쓴 예능 자막에 대해 예능PD들도 할 말은 있다.

MBC <놀면 뭐하니> 등 6개 프로그램이 "방송의 품위와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했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지적에 일면 수긍하면서도 제재 기준이 모호하고, 트랜드에 민감한 예능의 특성을 반영 못했다는 의견이 많다.  

예능프로그램의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방심위의 최종 의결을 앞두고 예능PD들에게 들어본 신조어 자막 사용의 이유는 경쟁이 치열해진 미디어 환경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컸다. 

 한 지상파 예능PD는 “예능은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유행이나 젊은 사람들이 재밌어하는 트랜드를 반영해야 한다"며 "다양한 매체들의 등장으로 방송이 예전처럼 영향력이 있지 않다. 경쟁이 치열한 다매체시대에 살아남아야 하는데 방송사 예능이라서 뒤처져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들이 즐겨쓰는 신조어 자막을 통해 호응을 이끌어내는 기능을 하는 데다 트랜드를 주도하는 유튜브 예능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시청자들이 신조어를 거리낌없이 쓰는 유튜브 콘텐츠의 문법과 편집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얼굴과 이목구비를 자음 삼아 자막을 만드는 방식은 <워크맨> 등 유튜브 콘텐츠에서 시작돼 요즘엔 지상파 예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20년 경력의 또 다른 예능PD는 “방심위가 지적한 자막들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놀이문화적인 측면이 있는 단어들"이라며 "욕설, 비속어는 안 되겠지만 뉴미디어와 경쟁하는 입장에서 시청자 이목을 잡는 게 필요하다. 젊은 세대 시청자를 뉴미디어에 뺏길 수는 없다”고 했다.

방심위가 이번에 방송심의 규정 '방송언어' 규정을 위반했다고 본 자막에는 '핵인싸' '부캐' '덕후' 등 일상 언어에 깊숙이 들어온 단어들도 포함됐다. 한국PD연합회는 이를 두고 "국어학회가 새로운 단어로 인정해 국어사전에 올린 지 오래”라면서 “‘일상회화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을 제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말들 때문에 우리말이 망가졌다고 볼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제재 기준이 모호하다는 토로도 나온다.  

한 PP채널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PD는 "방송은 보편적인 언어를 써야하는데 신조어도 10대~20대에게는 보편적인 언어다. 예전에 신조어라고 불린 표현이 시간이 흘러 보편성을 획득한 경우도 많다"며 "제작진도 심의기준에 맞는 자막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애로사항이 있다”라고 전했다.

방송심의 규정 '방송언어' 조항 위반으로 심의를 받은 '놀면 뭐하니' 9월 12일 방송분 화면 갈무리.

유행한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신조어를 사용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막을 웃음 포인트로 삼은 최근 예능 제작 경향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익성이 강한 예능 프로그램 연출을 맡고 있는 한 PD는 “신조어를 안 쓰더라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 있고, 촬영이나 편집으로 승부를 볼수도 있다"면서 "'한글 파괴' 자막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자막 경쟁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고, 방송의 영향력을 좀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방심위는 지난달 21일 방송소위에서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한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 <놀면 뭐하니> SBS <박장데소>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시즌2> JTBC <장르만 코미디> tvN XtvN<놀라운 토요일 도레미 마켓>에 대해 오는 9일 전체회의에서 제재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실시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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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dherl 2020-11-09 18:50:21
한류를 다 망치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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