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모성 강요 사회에 날리는 통쾌한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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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현실 사실적으로 그려낸 JTBC ‘18어게인’‧tvN ‘산후조리원’

JTBC 월화드라마 '18어게인' ⓒJTBC
JTBC 월화드라마 '18어게인' ⓒJTBC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JTBC 월화드라마 <18어게인>은 18년 전으로 몸이 돌아간 한 중년남자가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담았지만, 여기 등장하는 정다정(김하늘)이라는 워킹맘의 현실이 더 눈에 밟히는 드라마다.

어쩌다 어린 나이에 덜컥 임신을 해서 쌍둥이를 낳았고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꿈은 30대 중반을 훌쩍 넘겨서야 비로소 그 문턱에 오른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방송사에 늦깎이 신입 아나운서로 힘겹게 들어가지만, 아이가 둘인데다 이혼까지 했다는 사실을 안 방송사는 이 여성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다. 수습기간 동안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거둔 성과도 만만찮았지만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사들에게 ‘빵점’ 처리를 받은 그는 회사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다.

<18어게인>에서 남자주인공이 18년 전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갖게 된 것 역시 한창 꿈을 피워야할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되면서 부딪친 현실 때문이었다. 그는 생계를 위해 농구를 포기해야 했고 대신 아내와 아이들을 챙기기 위해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18어게인>은 그래서 우리네 사회에서 아이를 일찍 갖는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가를 두 사람의 비극을 통해 에둘러 보여준다. 아이가 있으면 꿈도 포기해야 하고, 어렵게 잡은 기회도 박탈당하는 현실을.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 역시 아기를 갖게 된 여성이 겪게 되는 엄마라는 역할과 자기 정체성 사이에서의 불협화음을 산후조리원이라는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다. 대기업에서 잘나가는 최연소 상무인 오현진(엄지원)은 아기를 낳고 들어간 산후조리원에서는 최고령 산모가 된다.

일터에서는 그 누구보다 인정받았지만 산후조리원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는 자신의 이름 대신 ‘딱풀이 엄마’로 불리는 현실을 마주한다. 그 곳에서는 엄마가 된 그들에게 모성을 강조하고 아기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엄마들의 마땅한 행복이라 말한다. 오현진 상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왔던 이 오현진은 엄마라는 정체성을 강요하는 이 공간에서 어떤 위치에 자신이 서야 하는지 혼돈에 빠진다. 

tvN '산후조리원'
tvN '산후조리원'

발랄한 풍자와 코미디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산후조리원>이 건드리는 육아 현실과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은 신랄하다. 모성의 표상처럼 등장해 그걸 주변 엄마들에게 강요하는 조은정(박하선)과 그와는 정반대로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 말하는 신세대 엄마 이루다(최리)가 모유냐 분유냐를 두고 벌이는 논쟁은 사회가 어떻게 여성들에게 모성을 강요하고 희생을 주입하는지 에둘러 보여준다. 스트레스 없이 자란 젖소가 만든 우유가, 모성을 강요당해 스트레스 가득한 엄마들의 모유보다 더 낫지 않겠냐는 이루다의 발언은 대담하면서도 통쾌한 면이 있다.

결국 <산후조리원>은 오현진이라는 인물이 상무로서의 자신과 산모로서의 자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통해 워킹맘들이 엄마로서의 삶을 강요받는 현실과 그래서 만들어지기도 하는 경력단절의 위기를 끄집어낸다. 

사실 드라마에서 워킹맘은 일과 육아라는 두 영역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로서 자주 등장한 바 있다. 양성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점점 요구되는 현실 속에서 ‘일가양득’ 개념이 생겨나곤 있지만 아직도 일과 육아는 병립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육아는 온전히 엄마의 몫이고 당연히 희생을 감수해야 하며 심지어 그건 엄마의 행복이기까지 하다는 모성 신화는 어쩌면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은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언제쯤 드라마 속 워킹맘들의 현실을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장치들이 만들어질까. 아니 ‘워킹맘’이라는 표현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그런 현실은 꿈꾸기조차 요원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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