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거운 부부 예능, 자극만큼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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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부부 예능, 자극만큼 해롭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채널A '애로부부' 등 선정적 소재로 이목 끌었지만
전통적인 성역할 강조하거나 갈등 부각하는 데 그쳐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12.01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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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혼 부부가 출연하는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방송 화면 갈무리.
실제 이혼 부부가 출연하는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방송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부부 예능’이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랑과 전쟁>처럼 이른바 ‘막장 요소’가 가득한 부부의 사연을 재가공해 전하는 데 그쳤다면, 관찰 예능이 붐을 타면서 실제 부부의 사생활을 앞세워 ‘솔직함’과 ‘선정성’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다.

부부 관계를 중심에 둔 관찰 예능은 치열한 콘텐츠 경쟁 속에서도 그나마 ‘평타’ 이상의 성적표를 거두면서 제작 바람이 불었다. 당초 부부 예능은 지상파를 중심으로 연예인 부부의 일상을 관찰하는 포맷으로 자리를 잡았다. 선두주자인 SBS<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는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의 연애·결혼사를 공개하거나 그간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지 않았던 유명 부부의 육아나 일상을 담아내며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부부 예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을 중심으로 출연자의 사생활을 더욱 깊이 파고드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결혼·육아에 그치지 않고, 부부의 내밀한 사생활로 여겨지는 성생활부터 이혼한 부부가 재회하는 여행까지 부부 예능의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채널A와 skyTV가 공동 제작·편성한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는 아예 시작부터 ‘19금’을 붙였다. 지난 7월부터 방영 중인 <애로부부>는 ‘앞담화 토크쇼’를 표방한 만큼 “32시간마다 장소 따지지 않고 부부 관계를 요구한다”라는 수위 높은 발언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일반인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한 코너 <애로드라마>에서는 ‘노예 며느리’, ‘갑질과 막말의 시집살이’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시청률 상승효과와 방송 직후 관련 기사가 쏟아질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애로부부>는 부부 관계에서 그간 터부시되던 고민을 툭 터놓고 말한다는 점에서 시청자와 공감대를 찾을 수 있지만, 자칫 프로그램이 부부의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선정적인 소재주의로 흐르기 쉽다. 

자극적인 썸네일로 가득한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유튜브 채널.
자극적인 썸네일로 가득한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유튜브 채널.

지난달 20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서는 실제 이혼한 부부가 나온다. 13년 전 이혼한 배우 선우은숙-이영하는 재회하자마자 40년 묵은 서운함을 꺼냈다. 이들은 첫 데이트 장소에서 결혼과 이혼을 반추하고 루머와 오해를 푸는 듯 했지만, 이영하가 재회 여행에서도 친구와 술자리를 가지면서 갈등을 야기했다.

이혼 7개월차인 유튜버 최고기와 유깻잎은 고부갈등으로 금이 가기 시작해 갈라섰던 사연이 공개됐고,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이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에 오르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동성의 출연이 예고된 상태다. 첫 방송에서 시청률 9.0%(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한 후 2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이 예상되지만, 리얼리티와 쇼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연예인 부부가 출연하는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 JTBC <1호가 될 순 없어>도 시청자의 공감과 흥미를 이끌면서도 쉽사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아내의 맛>의 함소원-진화 부부는 수차례 ‘주작설’에 휩싸인 바 있다. 최근에는 딸이 고열에 시달려 병원에 갔다가 주민번호를 몰라 허둥대던 상황이 연출됐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고, 일부 네티즌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부부 예능 초창기에는 관찰 예능의 속성을 충실히 따랐지만, 관찰 예능의 범람과 밋밋한 연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끌어 모아 소비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비혼’, ‘무혼’, ‘조립식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눈에 띄고 있지만, TV 속 부부 예능은 전통적인 가부장제 아래 성역할을 강조하거나 고정된 역할 간의 충돌을 극대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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