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과열 취재' 보고 배웠나...'조두순 출소' 돈벌이로 삼은 유튜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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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과열 취재' 보고 배웠나...'조두순 출소' 돈벌이로 삼은 유튜버들
조두순 집 앞 몰려가 '응징 콘텐츠' 쏟아낸 유튜버들
성범죄자 악마화, 보복 대상으로 삼은 콘텐츠 조회수 급증
“‘조두순 아동성폭력 사건’을 자극적 이슈거리로 소비한 언론 책임 커”
  • 안정호 기자
  • 승인 2020.12.1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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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으로 향하는 조두순. ⓒPD저널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교도소에서 복역해 출소한 조두순(68)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자신의 거주지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안정호 기자] 지난 12일 출소한 조두순 집 앞에 유튜버들이 몰려들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성범죄자 조두순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편승한 유튜버들이 '조두순 응징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양산하면서 사건을 흥밋거리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2일 조두순 집 앞은 취재진과 1인 방송을 하는 유튜버 등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조두순 집 앞 풍경을 찍은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조두순을 응징하겠다’는 취지로 조두순이 탄 호송차를 발로 차거나 차량 지붕으로 올라가서 뛰는 영상이 다수다. 

한 유튜버는 조두순의 집으로 짜장면을 배달시키고, 조두순이 받지 않자 집 앞에서 짜장면 ‘먹방’을 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유튜브나 1인 방송 플랫폼에 올라온 영상은 주민들의 모습과 건물을 그대로 노출하는 등 주민 보호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밤낮없이 인근 주택가에 출몰하는 유튜버들로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1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버들이 밤늦게까지 경쟁적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 조두순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고 무척 괴로워하고 있다”며 “시민들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조두순 콘텐츠'를 내놓고 있는 유튜버들은 돈벌이가 목적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실제 자극적인 썸네일 제목을 붙인 '조두순 콘텐츠' 영상은 조회수가 급증했다. "조두순을 잡으로 가겠다"는 영상으로 주목을 받은 유튜버 송대익은 조두순의 출소 전후 주택 인근을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 한 유튜버가 올린 '짜장면 배달' 영상은 조회수도 60만이 넘었다. 

성범죄자를 악마화하고 보복 대상으로 삼는 시각은 성범죄의 근절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통화에서 “조두순을 응징하고 처단해야 한다는 자극적인 콘텐츠는 성폭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꼬집지 못한 채 극악무도한 성범죄자를 응징해야 한다는 메시지만 유포한다”며 “직장과 가정 등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들과 괴리를 키우는 것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튜버들의 관심이 언론의 과잉 취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소 한달 전부터 '조두순 거주지', '지역 주민 불안' 등을 주제로 보도를 쏟아낸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도 안산에 몰려든 취재진들 때문에 피해가 크다는 입장문을 여러차례 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성폭력 사건 본질에 집중하지 않은 보도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조선일보> 의 경우 피해자 아버지 인터뷰까지 진행하면서 2차 가해를 유발했다”며 “‘조두순 아동성폭력 사건’을 자극적 이슈거리로 소비한 주요 언론을 뒤따라 유튜버 등 1인 미디어들도 조회수나 후원을 목적으로 선정적인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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