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허위 폭로' 피해 커지는데...고삐 죄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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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메이커된 유튜버들...'가짜뉴스' 무차별 폭로전 온상되기도
1인 미디어 언론 책임 부여 논의...타율규제는 사회적 합의 필요

방심위가 접속 차단 결정을 내린 '코로나 양성환자 만들기, 보건소의 녹취록 공개' 화면 갈무리.
방심위가 접속 차단 결정을 내린 '코로나 양성환자 만들기, 보건소의 녹취록 공개' 화면 갈무리.

[PD저널=안정호 기자] 파워 유튜버가 중견기업에 맞먹는 수익을 거둔다는 뉴스를 접해도 그다지 놀랍지 않다. 유명 유튜버들은 콘텐츠를 올릴 때마다 기성 언론들이 받아쓸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고, 정치 분야 유튜버들이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뉴스 현장에서 기성 언론인과 취재 경쟁을 벌이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각 분야의 유튜버들이 영향력을 과시한 한 해였지만, '가짜뉴스'와 무차별 폭로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어느 때보다 그늘도 짙었다. 

코로나19 허위조작정보, 방역 혼란 부추겨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았던 올해, 유튜브는 코로나19 '가짜뉴스' 의 생산지였다. 

지난 8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 국면에서 보수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서초구 보건소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8·15집회 참가자들이 다른 병원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요지의 영상이 대표적이다. 이는 서초구가 “서초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양성자로 판정되었다가 다른 병원에서 음성자로 나온 사례는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 확인 결과 단 1건도 없었다”고 밝히면서, 허위조작정보로 드러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23일까지 코로나19 관련해 사회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유튜브 SNS 게시물 등을 삭제 차단 조치한 정보는 199건에 이른다. 

정부는 코로나19 허위정보에 엄정 대응 방침을 유지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도 “허위조작정보 유포 행위는 불신과 혼란을 조장하고 방역 역량을 저해하는 사회악에 해당한다”며 가짜뉴스 유포자에 대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가로세로연구소 故 박지선 편 화면 갈무리.
가로세로연구소 故 박지선 편 화면 갈무리.

가세연 등 일부 유튜버들의 근거 없는 폭로전

올해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온상지로 가장 많이 언급된 곳은 <가로세로연구소>다.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기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보수 성향의 유튜브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로 인한 폐해도 심각했다.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11월 2일 영상에서 개그우먼 박지선 씨 사망 소식을 다루면서 ‘화장 못하는 박지선’이란 제목을 달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네티즌들은 고인을 자극적 소비 콘텐츠로 이용하는 가세연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로세로연구소>가 비판적으로 바라본 여권 정치인들은 빈번하게 조롱의 대상이 됐다. 

지난 7월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 전에 들렀던 장소를 찾아 고인을 희화화한 모습을 보여 시민단체로부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강용석 변호사는 지난 3월 문 대통령과 한 남성이 악수하는 사진을 두고 "문 대통령이 이만희 신천지 교주와 악수하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가 지난 8일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근거 없는 폭로는 <가로세로연구소>뿐만 아니라 유튜버들 사이에 만연한 문제다.  

지난 6월 유튜버 ‘송대익’은 한 피자·치킨 프랜차이즈점에서 배달원이 주문한 음식을 빼돌렸다는 내용의 영상을 조작해 논란이 됐다. 해당 업체는 조작 방송을 한 송대익에 대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민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유튜버 ‘하얀트리’는 지난 7일 업로드한 영상을 통해 자신이 방문한 무한리필 간장게장 집에서 밥알이 나왔다며 게장 재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CCTV 등 확인 결과, 하얀트리 본인의 식사 중 들어간 밥알이었다.

결국 폐업을 결정한 식당 주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튜버의 허위사실 방송으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글을 올렸고, 23일 현재 4만 8000여명이 동의했다.  

‘내돈 내산’ 이라더니 '뒷광고'

이른바 유튜버 '뒷광고' 논란은 유튜버들의 불투명한 수익 구조와 탈세 의혹을 키웠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 등의 ‘내돈내산’ 콘텐츠가 협찬 상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뒷광고' 논란은 유명 유튜버들의 릴레이 사과로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하고 동영상 플랫폼과 SNS 내 '뒷광고'에 대한 규제에 들어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뒷광고 규제 규정이 명문화했다는 점에선 예방적 효과가 있겠지만 실질적 점검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엄격한 처벌 규정이 중요하다”며 “유튜버뿐만 아니라 해당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뒷광고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월6일 진행된 '허위조작정보, 바람직한 규제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 ⓒPD저널
11월6일 진행된 '허위조작정보, 바람직한 규제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 ⓒPD저널

규제의 사각지대 유튜브, 제재 방안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유튜버들이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유튜버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실명을 공개하고 제작함에 따라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행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신분을 밝히지 않고 가면을 쓰거나 익명으로 활동하는 유튜버들의 경우는 법적 처벌이 쉽지 않다. 여우 가면을 쓰고 기업 폭로 전문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는 ‘사망여우’는 최근 과대광고 의혹을 폭로한 한 기업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상을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참고인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구독자가 수십만명을 거느린 유튜버들은 실시간 방송에서 후원을 받는 '슈퍼쳇' 등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소송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맹점이다. 

'1인 미디어'로 활동하고 있는 유튜버를 언론인의 범주에 넣어 자율 규제와 책임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하게 나온다. 

지난 16일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발표한 언론윤리헌장안에는 기성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 등 1인 미디어에게도 ‘진실 보도’와 ‘인권 존중’ 등의 책임을 부여했다. 

유튜브 타율 규제 강화에 대해선 아직 사회적 합의점이 모아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6월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허위조작정보방지법’은 영향력이 큰 유튜버 등도 온라인상에서 타인을 모욕하고 명예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제재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정보통신망에 올라온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사업자에게 삭제 의무를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 간담회에서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아무런 법적 규제 없이 방치하면 사실상 허위조작 콘텐츠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것을 경제적·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범죄에 사용할 수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큰 만큼 기성 언론의 견제와 1인 미디어의 자정 노력이 앞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가짜뉴스로 인한 해악과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민사적 형식이 차선이고 최후의 수단이 정부의 규제"라면서 "1인 미디어 가짜뉴스에 대해 1차적으로 미디어 내부에서 팩트체크 등 자정노력을 통해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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