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접은 설민석..."'스타강사' 의존한 제작 시스템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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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접은 설민석..."'스타강사' 의존한 제작 시스템 돌아봐야"
역사 왜곡·논문 표절 논란에 '벌거벗은 세계사' '선녀들' 하차
“지식 전달 프로그램 가십 위주로 소비...전문가 감수 강화해야“
  • 안정호 기자
  • 승인 2020.12.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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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과 설민석씨가 방송 내용의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한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과 설민석씨가 방송 내용의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한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PD저널=안정호 기자] 역사 왜곡과 논문 표절 논란에 휘말린 스타강사 설민석 씨가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출연자의 발언에 의존한 교양·예능 프로그램 제작 관행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민석 씨는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논문들을 참고 하는 과정에서 인용과 각주 표기를 소홀히 하였음을 인정한다”며 “책임을 통감하여 앞으로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설씨가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설명한 이집트 역사를 두고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 너무 많다”(고고학자 곽민수)는 지적이 나온 뒤 10일만에 나온 하차 선언이다. 

그의 방송 하차로 불명확한 내용으로 논란이 된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뿐만 아니라 설씨가 2018년부터 출연한 MBC <선을 넘는 녀석들>역시 존폐 위기에 몰렸다.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제작진은 30일 설씨의 하차를 공식화하면서 "향후 프로그램의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이며, 이번주 방송은 결방된다"고 밝혔다.

타고난 입담과 역사 분야의 지식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해온 설민석의 불명예 하차를 두고 방송사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통화에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화술이나 방송에 적합한 태도를 익힌 스타 강사를 통해 흥행을 확보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강의 주제에 맞는 강사들을 섭외하지 않은 채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역량을 기대한 게 문제”라고 교양형 예능 프로그램이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는 제작 방식을 꼬집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교양·인문 지식을 전달하는 방송에서 대중성과 강의력이 뛰어난 스타 강사들의 역할은 분명 있다”고 짚으면서 “이번 경우 설민석이란 스타 강사에 너무 기대어 방송을 제작하는 풍토가 현재의 문제점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특히 지식이나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은 철저한 감수와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평론가는 “교양·인문 지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은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자문단을 운용해야 한다”며 “강사의 발언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역사 해설가는 “역사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에 큰 방점을 두면서 자극적이거나 가십거리 위주의 이야기만 소비하다보니 왜곡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방송 1시간 전에 촬영본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문가들이 방송 내용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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