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3개월 앞두고 서울시장 여야 주자 띄우기 나선 '아내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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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아내의 맛' 나경원 출연한 5일 방송 11.2%로 최고 시쳥률 기록
장애아 키우는 부모 인간적인 모습 부각...12일에는 박영선 장관 출연
"선거 중립성 위배...시청률을 위해 유력 정치인을 이용한 행태" 비판

지난 5일 방송된 TV조선 '아내의 맛' 화면 갈무리.
지난 5일 방송된 TV조선 '아내의 맛' 화면 갈무리.

[PD저널=이재형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하는 등 선거철을 맞아 예능 프로그램이 정치인들의 홍보장으로 떠올랐다. 

이날 방송에서 나경원 전 의원은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딸과 치킨을 시켜 먹는 등 소탈하고  인간적인 정치인으로 그려졌다. 남편 김재호 판사와 딸 김유나씨와 함께 평범한 아내, 엄마의 모습을 부각한 영상에 제작진은 '인간미의 맛'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나 전 의원은 방송에서 "장애아를 낳으면 걱정이 많다. 우리 아아들이 느리지만 기회를 주고 도전하면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심정을 대변하고, "토너를 아끼려 화장솜을 쓰지 않는다"고 검소한 면모를 드러냈다.  

방송에 담긴 나 전 의원의 모습에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어려움이 전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일부 나왔지만, 선거 출마를 위한 전형적인 '이미지 세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같은날 나 전 의원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나와 <아내의 맛> 출연 제의를 받고 "좀 망설였다"고 했지만, 채널을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기자는 "방송 나가면 지지율 좀 오르겠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은 강남 여성에게 인기가 없는데, 이런 모습이 나가면 호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홍보 효과를 기대했다.  

지난 5일 방송된 '아내의 맛' 화면 갈무리.
지난 5일 방송된 '아내의 맛' 화면 갈무리.

<아내의 맛>은 2018년에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섭외해 '요리하는 남자'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등 정치인 출연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는 12일에는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서울시장 보궐시장 여당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연한다. <아내의 맛>을 기획한 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장은 2017년 SBS 재직 당시에 <동상이몽>을 통해 선거 출마 전 이재명 경기지사의 가정적인 이미지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사나 제작진 입장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수 없는 정치인은 반길만한 출연자다. 정치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이 출연한 <아내의 맛>130회 시청률은 11.2%(닐슨코리아, 유료방송 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TV조선은 '나경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선거방송 심의규정은 보궐선거의 경우 60일 전부터 선거 후보자의 예능 프로그램 등의 출연을 제한하고 있어 <아내의 맛>의 정치인 출연은 규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보와 보수 정치인을 모두 섭외해 정치적 균형을 맞추려 한 점은 인정된다"며 여야 정치인이 모두 출연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규정 위반은 아니더라도 선거 3개월 전에 출마가 유력한 정치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6일 성명을 통해 "특정 방송사가 예능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부 정치인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주며 언론이 선거 시기 지켜야 할 중립성조차 위배하고 있다"며 "TV조선은 시청률을 위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유력 정치인을 이용하는 행태를 즉각 멈춰라"고 규탄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평소에도 예능에 정치인이 나오면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처럼 정치인이 예능 출연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사례도 있기 때문”이라며 “더군다나 선거를 앞둔 시기에 물망에 오른 정치인들이 나오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므로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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