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선악을 선택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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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선악을 선택한다면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의 은유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1.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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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당대에 싸워야했던 ‘시대의 적들’과 ‘전선’이 분명했다는 걸 기억할 게다. 민주화에 역행하는 군부 독재가 분명히 무너뜨려야 할 적으로 서 있었고, 그들과의 전선은 분명한 경계로 그어져 있었다. 

현재는 그 때의 분명했던 경계가 지금은 한없이 모호해져 있다. 심지어 당시에 같은 쪽에서 전면에 나서 싸웠던 이들조차 정치권과 기업으로 스며들면서 그 때의 모습이 무색해지는 위치에 서 있는 걸 발견하기도 한다. 

과거의 적이 현재의 아군이 되고, 과거의 아군은 현재의 적이 되기도 하는 불분명해진 전선 속에서 사회정의와 공정함을 외치던 이들이 부정하는 일들에 연루되어 실망감을 주기도 하고, 이를 비판하는 쪽 역시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행동하지만 사실 과거에 더한 부정들을 가리고 있다는 게 드러나 낭패감을 주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난 어떤 한 면들은 정말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나는 건 어쩌면 이 시대의 대중들이 갖게 된 당연한 정서가 아닐까.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은 바로 이 모호한 경계의 시대를 담아낸 드라마다. 보통의 스릴러 장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세워지는 것이 분명한 선악 대결 구도다. 끔찍한 살인을 벌인 범인과 범인을 추격하는 형사는 그 자체로 대결 구도를 만든다. 물론 가끔 겉으로 드러난 선악 구도가 실상은 거꾸로 되어 있는 색다른 대결 구도를 가진 스릴러들도 등장하지만, 그것 역시 후에 밝혀진 선악 구도는 선명한 경계가 세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낮과 밤>은 다르다. 

‘나는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에 혼자 있어. 태양이 하얗게 빛나고 있는데 절대 틀릴 리 없는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어. 나는 궁금해져. 지금은 낮일까 밤일까..’ 라는 모호하기 이를 데 없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벌어졌던 광란에 빠진 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였던 ‘참사의 날’을 먼저 보여준다. 그 끔찍한 지옥도 속에 그 일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말하는 한 소년, 이 소년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이게 된 걸까. 첫 장면에서 소년을 ‘괴물’처럼 그린 드라마는 소년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당시 그 곳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인체실험 때문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소년은 괴물이 된 가해자처럼 보였지만, 살아남기 위해 그런 일을 했던 피해자였던 셈이다. 게다가 당시 벌어진 참사가 사실상 소년이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선택’에 의한 결과였다는 게 밝혀진다. 꿈을 현실로 착각하게 만드는 약을 음식에 탄 것이 소년이 한 일의 전부였던 것. 소년은 그렇게 함으로써 “현실에서는 권력의 힘에 눌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을 ‘어른들의 선의’와 도움을 기대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더라구. 그들의 마음 속 깊숙이 있었던 건 선의가 아니라 분노, 증오 같은 악의였어.”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

<낮과 밤>은 그래서 선의와 악의를 나누고, 영웅과 괴물을 가르는 것이 결국 ‘선택’의 문제라는 걸 말한다. 여전히 아이들의 인체실험을 비밀리에 하고 있는 이들은 분명한 괴물이지만, 그 괴물의 피해자였다 탈출한 도정우와 문재웅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다른 위치에 서게 되는 과정은 그래서 흥미롭다.

괴물과 싸우면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이라고 했던가. 안타깝게도 한때는 저들과 싸우다 저들 세계 깊숙이 들어가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저들과 비슷하게 되어버리는 일들이 현실에서는 심심찮게 벌어진다. 권력 투쟁이 근간이 되는 정치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일들의 표면만으로 사태에 대한 섣부른 예단을 하는 일은 이 경계가 모호해진 현실 속에서 위험한 일이 되고 있다.

물론 끝없이 한쪽으로 몰아세우는 치우친 언론들의 왜곡 속에서 그 실체를 마주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지만, 그래도 사태 이면에 존재하는 선택이 선의인지 악의인지는 들여다봐야 하는 현실이다. <낮과 밤>의 이야기가 그저 특이한 스릴러 정도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현실의 은유가 주는 울림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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