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상고 포기한 이재용...언론은 끝까지 삼성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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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상고 포기
'리더십 공백' 우려한 다수 언론...벌써부터 '사면''가석방' 가능성 제기
"동정 여론 키우는 보도...법과 정의 근간 흔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PD저널=이재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판결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특검팀까지 재상고를 안하면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8일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뒤 일주일 동안 보도를 살펴보면 다수 언론은 삼성의 리더십 부재를 우려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한국경제>는 25일자 8면 <이재용 재상고 포기할 듯 결단 내릴 ‘총수 부재’ 변수>에서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23일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설비 증설 검토 소식을 전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를 변수로 꼽았다”고 전하면서 “2014년 이후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관련 절차의 최상단에 이 부회장이 있었다”고 이 부회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경제>는 삼성이 재상고 포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망한 데 이어  “형을 조기 확정한 뒤 옥중에서 경영 현안을 보고 받아 집행하는 식으로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또는 ‘가석방’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이 사면이나 가석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상고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은 선고 다음날부터 나왔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 관행에 재판부가 또다시 '봐주기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은 이 부회장의 사면‧가석방 가능성을 띄우는 보도에 묻혔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19일자에 <재상고 해도 형량 바뀌긴 힘들어…사면‧가석방‘이 현실적 대안>에서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범죄 사범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점이 걸림돌”이라며 가장 현실적인 복안으로 ’가석방‘을 꼽은 뒤 “실제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출소를 허용하는 사례를 보면 통상 형기의 50~70%는 채워야 한다. 이 기준을 이 부회장 사례에 대입한다면 잔여 형기 중 6~8개월 정도를 소화하고 가석방을 받을 경우 올해 내 출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 구속을 한국 경제 위기로 직결하거나 기업을 옥죄는 판결이라는 보도 역시 고정적인 레퍼토리였다.  

“1등만 살아남는 불꽃 경쟁의 정점에서 한순간도 빈틈이 있어선 안 될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다”(중앙일보), "재계에서는 기업인에 대한 법적 처벌이 '법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여론재판으로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조선일보) 등의 재계의 입장에서 이번 판결을 바라본 보도가 다수였다. 

보도
'[단독]이재용, 백신 확보 위해 UAE 갈 예정이었다“'(동아일보), '[단독] "이재용, 코로나 백신 확보 위해 출국 앞두고 있었다"'(한국경제신문) 뉴스 갈무리.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백신 확보' 출장 길이 막혔다거나 '열악한 독방'에 주목한 보도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보도로 손꼽힌다. 

<동아일보>와 <한국경제>는 '단독'을 달아 이 부회장의 예정된 해외 출장에 '코로나19 협력' '백신 확보' 일정이 포함됐다고 보도했지만, 정부와 삼성 모두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지난 21일 <국민일보> 등 복수의 매체는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의 SNS 글을 인용해 “이 부회장이 3년 전 수감 당시 교도소에서 가장 열악한 방에 머물렀다”는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해당 독방에 수감자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한 24시간 감시 카메라가 돌아간다’ ‘화장실에는 칸막이도 없다’ 등 열악한 환경을 강조한 내용으로 채워진 기사였다.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판결 소식을 다루면서 동정심을 유발하는 식의 보도는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 부회장 판결은 기업을 불법 승계하기 위해 정치권과 결탁했다는 심각한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일부 언론이 ‘백신특보’ 등 무관한 일을 엮어 판결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특히 경제지 등이 기업을 대변하면서 그들의 부패까지 옹호하는 행태를 보이곤 하는데, 이런 보도가 쌓여 경제 뉴스가 권위를 잃고 독자들의 불신을 쌓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기부나 선행으로 동정 여론을 형성하고 실제로 사면이나 가석방 등 혜택을 받는 사례가 생기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한번 선례가 나오면 다른 기업인도 따라할 것이고, 자본과 능력 유무로 처벌이 갈리기 시작하면 법과 정의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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