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포맷 저작권, 어디까지 인정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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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포맷 저작권, 어디까지 인정 받을 수 있을까
트로트 예능 열풍에 TV조선-MBN 소송전
'프로그램의 기획·구성 저작권 범주에 포함' 판례...성격·표현 방식 차별화 쟁점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1.29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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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이 MBN '보이스트롯'이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포맷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TV조선이 MBN '보이스트롯'이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포맷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트로트 예능 열풍을 타고, 비슷한 포맷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진 가운데 ‘포맷 표절 논란’이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TV조선은 지난 18일 MBN<보이스 트롯>이 자사의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 포맷을, <트롯 파이터>가 자사의<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의 포맷을 표절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방송사 프리미엄만으로 화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가뭄에 콩 나듯 흥행에 성공한 프로그램은 ‘포맷 베끼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도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는 등 포맷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저작물의 법적 보호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이번 소송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포맷 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연간 수출된 예능 포맷이 1~2편에 그쳤던 데 반해 2010년대 초반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 프로그램은 큰 주목을 받았다. 방송사들은 <아빠! 어디가?>, <K팝스타>, <1박 2일>, <나는 가수다>등의 제작 기법을 전수하는 ‘플라잉 PD’를 해외에 파견했고, 지난 2019년에는 미국 FOX를 시작으로 53개국에서 리메이크된 <복면가왕>이 미국에서 시청률을 1위를 차지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102개 국내 포맷이 전 세계 65개국 204건의 해외에 수출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시아를 넘어 수출이 전무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포맷 시장의 성장세에 비하면 ‘프로그램 베끼기’는 방송가의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먹방, 육아예능, 관찰예능, 오디션 예능 등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을 비슷하게 제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내에서는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꽃보다 할배>와 <마마도>,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 등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 예능을 노골적으로 베낀 ‘짝퉁’이 양산됐다. 지난 2016년 중국 내 한국 콘텐츠 수입 및 유통을 금지하는 한한령(한류수입금지령)이 시행되면서 <윤식당>, <삼시세끼>, <효리네 민박>, <프로듀스101>를 베낀 예능이 속출했다. 실제 지난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사 방송프로그램 제작사로부터 제출받은 ‘중국 방송사의 국내 포맷 표절 의혹 현황’에 따르면 중국이 표절한 국내 방송 프로그램이 34편에 달했다. 

SBS <짝> ⓒSBS
SBS <짝> ⓒSBS

프로그램의 포맷은 아이디어와 창작의 사이에 놓여있어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대법원이 SBS <짝>의 저작권법적 보호(창작성)를 인정하는 판단을 내리면서 변화의 물꼬가 터졌다. SBS는 CJ E&M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을 무단 도용해 SBS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개별요소가 일정한 제작 의도나 편집 방침에 따라 선택되고 배열되므로 다른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있어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라고 봤다. 당시 구체적 기준까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특정 프로그램의 기획이나 구성이 저작권 범주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번 TV조선과 MBN 간 소송전은 향후 포맷 저작권에 관한 관심을 북돋을 것으로 보인다. 트로트 예능에서 ‘트로트’라는 소재나 아이디어를 그대로 활용했다고 해서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지만, 소재나 아이디어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쟁점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앞서 언급했던 포맷 수출뿐 아니라 OTT를 통한 프로그램의 판권 수익 통로가 활성화된 만큼 앞으로 콘텐츠의 저작권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플라잉 PD’나 제작 노하우를 담은 ‘포맷 바이블’ 판매 등 콘텐츠를 기반으로 수익 창출의 외연을 넓힐 수 있고, 예능 포맷의 경우 시즌제로 지속적으로 제작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에서도 리메이크권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점하기 위한 ‘포맷 겨루기’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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