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몰카 취재', 건조물침입죄 성립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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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SBS 탐사 프로그램 취재진 주거침입·공무집행방해 사건 3년째 대법원 계류
허가 전제로 한 취재는 사전검열에 가까워

‘몰래카메라’ 취재 기법으로 미결수용자 접견 장면을 촬영한 게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할까. MBC·SBS 탐사 프로그램 취재진이 구치소와 교도소 수용자들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다가 주거침입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네 건의 사건이 3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광택 국민대 명예교수가 관련 판례를 분석한 <사회법연구> 42호 ’[판례평석] 탐사저널리즘의 법적 한계‘ 논문을 요약‧발췌해 싣는다. <편집자주> 
재소자 몰카 취재 PD 무더기 고소 사건에서 MBC <리얼스토리 눈>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 왜 전과 14범이 되었나’ 편을 제작한 독립 PD 2명만 2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재소자 몰카 취재 PD 무더기 고소 사건에서 MBC <리얼스토리 눈>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 왜 전과 14범이 되었나’ 편을 제작한 독립 PD 2명만 2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PD저널=이광택 국민대 명예교수·언론인권센터 이사장] 

교도소 내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접견인들에 대한 감시, 감독업무에 한계가 있었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을 들어 교도관들의 감시, 단속을 피하여 이루어지는 금지규범 위반행위를 만연히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한다면 가벌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된다.....한편 피고인들이.....지인인 것처럼 신분을 속이고 접견신청서를 작성, 제출한 부분도.....위계로 교도관들의 접견업무를 방해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교도소장의 허가나 승인을 받지 않고, 녹음, 녹화 장비를 몰래 반입하여 교도소 내부로 들어간 행위는 관리자인 위 교도소장의 명시적, 추상적 의사에 반하여 건조물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한 것으로 건조물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 2018. 12. 13. 선고 2017노2285 판결, 원심 서울남부지법 2017. 10. 20. 선고 2016고단3838 판결) 
 
 ‘교도소 몰래카메라 취재’ 관련으로 기소된 네 가지 사건 중 항소심에서 유일하게 유죄가 선고된 사건(MBC2)의 판결 요지다. 2016년 하반기에 교도소 면회를 통해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SBC와 MBC의 PD들(본사 PD 1명, 외주제작사의 독립PD 9명)과 프리랜서 촬영감독 1명을 교도소 당국이 무더기로 고소해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의 기소에 따라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이 개별적으로 진행됐다. 2018년 12월까지 항소심이 모두 종료되어 3건은 무죄가, 대상판결에서만 유죄(벌금 100만원∼70만원)가 선고됐는데, 모두 대법원에 상고되어 그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문제 된 사건들은 외주제작 방송 PD들이 TV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구치소 또는 교도소 재소자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이른바 ‘몰래카메라’를 반입해 녹화・녹음한 행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네 가지 사건은 동일한 프레임을 갖고 있다. 다만 SBS2의 경우 외주제작사가 아닌 본사 PD가 프리랜서 촬영감독을 대동하여 제작한 것이며 실제 방영되지 않았다.

사건은 서울과 지방에 소재한 구치소장 또는 교도소장들이 방송사 PD들을 검찰에 고소함으로써 촉발됐다. 소장들은 공무원 조직의 성격상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 고소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먼저 ‘몰래카메라’ 취재의 ‘피해자’라면 해당 재소자가 되고 보호받을 것은 이들의 인권이 아닐까? 편집 과정에서 재소자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되고 음성은 변조되어 당사자를 식별할 수 없게 했기 때문인지 이들이 법적구제를 요구하지 않았고, 이들을 수용하고 있는 구치소장 또는 교도소장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보호법익이 ‘재소자의 인권’에서 교도관의 ‘공무집행’이 된 것이다. 방송사 PD들은 언론의 자유의 내용인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취재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다. 사건의 본질은 방송 PD의 취재권과 교도관의 공무집행권의 충돌이다. 몰래카메라 취재방식의 정당성은 언론의 자유(취재의 자유)와 그로 인해 침해되는 법익 사이의 균형에 있다. 몰래카메라로 얻는 공익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법익(인격권 침해 등)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하는 것이다.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해 직접 개입하는 것은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번의 사건 이전까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국가는 간섭과 규제를 가능하면 최대한으로 자제해야 하며,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최후 수단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헌법재판소 2002. 10. 31. 99헌바40 등 참조). 

유럽인권재판소(ECtHR)는 Haldimann and Others v. Switzerland 사건에 대한 2015년 2월 24일의 판결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몰래카메라를 사용해 보험중개인과 얼굴과 목소리를 변조해 방영한 것은 그를 개인적으로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상업적 관행을 비난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므로 이들을 유죄로 판단한 추리히 칸톤 대법원 판결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공익을 위한 언론 자유의 차원에서는 구치소장, 교도소장들은 취재에 협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교정당국은 언론기관이 제소자 인터뷰를 요청하면 이를 불허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에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접견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취재를 이유로 하는 수감자 접견을 불허하는 법률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행형법)에는 접견금지 사유로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제41조 제4호)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일반인의 접견실에서의 수용자와의 접견은 교정시설의 안전이나 질서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교도관이 언론기관의 취재 요청을 이유로 수용자와의 접견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직무집행라는 검사의 입장은 그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허가를 받지 않고 취재한 것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라고 했는데 언론의 자유는 허가를 받아서 누리는 것이 아니며, 허가를 전제로 한 취재는 사전검열에 가깝다.

또 수용자는 ‘주류・담배・화기・현금・수표, 그 밖에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을 소지할 수 없고(행형법 제92조 제3호), 교도관은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면 교정시설을 출입하는 수용자 외의 사람에 대하여 의류와 휴대품을 검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출입자가 제92조의 금지물품을 소지하고 있으면 교정시설에 맡기도록 하여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행형법 제93조 제3항). 행형법의 보호대상은 어디까지는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이지 ‘취재금지’가 아니다.

접견신청 시 신청인과 수용자의 관계에 대하여 실질적인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고 대체로 접견이 허용되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고 한다면 건조물침입죄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별론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취재의 권리는 본사 PD와 외주제작사의 독립PD를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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