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허쉬’가 진짜 놓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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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기자들의 삶 다룬 '허쉬' 6일 종영
황정민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대 모았지만, 공감 얻지 못해

JTBC 금토드라마 '허쉬'
JTBC 금토드라마 '허쉬'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기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안 된다? JTBC 금토드라마 <허쉬> 역시 이런 통설대로 흘러간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애초 황정민이라는 연기파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허쉬>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첫회 시청률 3.3%(닐슨 코리아)가 이제 2회를 남기고 있는 이 드라마의 최고시청률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허쉬>는 시청자들에게 그리 ‘당기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매일한국이라는 언론사가 보여주는 시스템적인 측면은 분명 실제 현실의 리얼리티를 어느 정도는 충분하게 담아낸다. 즉 언론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이를 발판으로 정치권에 발을 딛고픈 욕망을 드러내는 박명환 대표(김재철)나, 그를 뒤에서 밀어주면서 갖가지 더러운 일들을 하면서도 그것이 ‘언론의 실제’라는 소신마저 갖고 있는 나성원 국장(손병호)이 쥐락펴락하는 언론사의 현실이 그렇다.

진실 보도가 막힌 현실 앞에서 그래도 싸워보려는 디지털 매일한국의 정세준(김원해), 한준혁(황정민), 김기하(이승준) 그리고 이지수(윤아)와 사회부장 양윤경(유선)의 면면도 그렇다. 펜보다 밥이 더 무서운 그 현실 속에서 이들이 저 가위 든 데스크 앞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술자리를 빌어 하는 신세한탄과 가위바위보 할 때 주먹을 내며 구호를 외치는 정도다. 심지어 인턴으로 들어왔던 오수연(경수진)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어도, 또 자살로 처리된 그 죽음에 의혹이 있어도 이를 풀어내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러니 매일한국의 적폐들이 물러나고 진실이 밝혀지는 것 같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판타지는 좀체 등장하지 않는다. 드라마를 단순히 사이다와 고구마로 나눌 수는 없고 또 그래도 안 되지만, 이 드라마는 꾸역꾸역 고구마만을 계속 입에 넣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적폐 언론에 의해 가짜뉴스가 등장하고 그래서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무고한 피해자들이 나오지만, 동시에 그 언론사의 디지털 매일한국 기자들 역시 피해자처럼 그려진다는 점이다. 그들은 가장으로서 밥벌이를 위해 저들과 싸우지 못하고, 그것이 마치 그들의 비극이라도 되는 양 괴로워한다. 

JTBC 금토드라마 '허쉬'
JTBC 금토드라마 '허쉬'

이러한 밥벌이의 현실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을까. 드라마는 매회 소제목으로 음식을 가져온다. 곰탕, 육개장, 치킨, 커피, 짜장면, 해장국 같은 음식들이 소주제로 등장하고, 그날의 에피소드들은 바로 그 음식을 통해 은유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차갑게 식은 곰탕 한 그릇을 다시 데워달라는 이야기를 통해 열정이 식어버린 한준혁이 다시금 의욕을 갖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진짜 본질과 그 본질을 살짝 덮어 호도하는 현실을 프라이드 반 양념 반 치킨으로 은유한다. 음식을 굳이 소제목으로 달고 그것으로 이 언론사 사람들이 겪는 현실을 은유하려 한 건, 밥이 갖는 현실적인 무게감을 전하기 위함이었을 게다. 

하지만 현실의 무게를 드러내면서 그것이 결코 바뀔 수 없다는 걸 반복해 보여주는 기자들은, 시청자들에게는 자기변명하고 신세 한탄하는 ‘기레기’처럼 비춰지는 면이 있다. 결국 이 공고한 적폐 언론의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해 한준혁의 모험적인 선택이 시작되지만, 그건 상식적인 방식이 아니다. 결국 한준혁의 이런 모험적인 선택이 말해주는 건 밥은 펜보다 무서운 현실의 증명처럼 보인다.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한준혁이 명함에 찍어 다닌 ‘허쉬(H.U.S.H.)’의 의미는 ‘무력하고(Helpless) 불행했던(Unfortunate) 수연이가(Soo-Yeon’s) 살다간 한국(Han-Kook)’이란 뜻이다. 한준혁은 결국 이런 한국(매일한국)을 뒤엎어버리겠다고 마음먹은 것인데, 그 싸움에서 드라마가 놓치고 있는 건 무수히 많은 ‘수연이들’이 처한 구체적인 현실의 정황들이다.

드라마는 기자들의 밥벌이가 갖는 무게감을 말하면서, 의외로 언론에 의해 피해를 입은 서민들의 구체적인 사건들은 별로 다루지 않는다. 아르바이트생과 소상공인의 갈등을 소재로 다룬 이야기에서 잠깐 등장할 뿐이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여기 등장하는 기자들의 토로가 그리 공감되지 않는다. 정작 피해자는 저 편에서 사선을 넘고 있는데, 자신들의 어려움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져서다. 드라마는 기자들의 현실을 들어 애써 밥은 펜보다 무섭다고 말하고 있지만, 언론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도 그럴까. 그들에게 펜은 때론 밥줄을 끊어버리는 흉기가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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