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뉴스에는 '남성' 전문가만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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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 발간
미디어의 성별 고정관념·차별적 표현과 대안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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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재형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세계 여성의 날' 113주년을 맞아 발간한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는 성평등한 미디어를 고민하는 언론인들에게 길잡이가 될만한 보고서다. 

지난 한 해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가 주축이 돼 세계신문협회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인 '위민인뉴스(WIN)'의 <Gender balance guide for media>을 번역한 결과물과 국내 언론사들의 젠더 균형 보도를 위한 노력들이 담겼다.

보고서는 미디어가 여성을 묘사할 때 쓰는 여러 이미지와 말에 성별 고정관념은 없는지 되돌아볼 것을 제안했다. 가령 '여경' 등 직책에 성별을 부여하거나 중성적 직업에도 남자 간호사, 여자 변호사 등의 표현으로 성별 고정관념을 고착화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워킹맘'도 남성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여성을 폄하하는 불평등한 표현"이라며 "남성들은 ‘워킹 대디’로 불리지도 않고 일과 부모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받지 않는다. 우리는 어머니 대신에 ‘부모’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가 여성 취재원보다 남성 취재원을 더 많이 활용하며 여성 취재원은 대표,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개인의 경험, 의견, 감정적 반응 혹은 목격자로 활용하는 관행도 문제다.

보고서는 △정치와 경제 등 중요한 이슈를 다룰 여성 전문가가 별로 없다 △여성 취재원을 찾거나 연락하기 쉽지 않다 △여성 취재원은 미디어와의 대화를 기피한다  △편집자는 항상 여성 전문가의 의견을 확실히 하기 위해 남성 전문가의 의견을 구한다 등을 미디어의 대표적인 잘못된 통념으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언론사들은 성고정 관념과 성차별적 논조,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여성 취재원과 전문가를 찾고, 남녀 보도 균형을 맞추는 등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목적을 위해 △뉴스에 여성 목소리와 의견 포함 △성 고정관념과 성차별 지양 △여성 독자들 관심 끌기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보고서는 "여성을 취재의 주된 인물로 다루고 여성 기자가 정치, 경제 등 주요 분야에 적극 기사를 생산하도록 해 무의식적으로 젠더적 관점을 갖게 해야 한다"며 "여성과 남성 전문가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다룸으로써 여성을 단지 사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용도로만 활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언론사가 여성 참여율을 높인 사례도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2018년부터 120개국에서 활동하는 2천700명의 기자들과 분석가들에게 여성 전문가와 접촉해 달라는 요청을 보냈고 500명에서 시작해 현재 2천300명까지 명단을 늘렸다. <파이낸셜타임즈>는 기사 사진에 담긴 인물의 성별을 구분하는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자넷봇 (JanetBot)을 도입, 편집자에게 홈페이지 사진 이미지의 남녀 비중을 알리고 여성이 등장하는 이미지를 늘리도록 독려했다.

국내에서는 편집국장 직속기구인 '젠더데스크'를 도입한 <한겨레>가 꼽힌다. 2019년 1월 5일부터 1년간 젠더데스크로 일한 임지선 <한겨레> 기자는 매주 4~5건의 콘텐츠에 문제제기를 한 후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팀장, 에디터와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후 기사를 수정했다. 300여명의 여성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사내외 성폭력 사건에는 별도의 징계 절차와 ‘징계 후속 대책반’을 도입했으며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사내 연구 모임을 조직했다.

임지선 기자는 "젠더데스크 직책이 없었다면 문제 제기 시 “예민하다”고 지적받을 수도 있었던 일을, 직책을 제대로 만든 덕에 당당하게 할 수 있었다"라며 "2021년 현재 한겨레는 규모를 키워 ‘젠더팀’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에서 이 분야의 업무에 더 많은 토론과 발전이 있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최진주 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현재 성폭력·성희롱 보도에 대한 준칙은 있지만, 성차별적이거나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식의 보도를 지양하고 성평등한 보도를 위해 취해야 할 기준을 제시하는 젠더 균형 보도에 대한 준칙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언론인과 학계 유관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한국에 맞는 젠더 균형 보도준칙을 새롭게 제정하는 데까지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는 언론노조 지부·본부·분회와 언론사 및 유관단체에 배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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